미용과학 평론가 日 오자와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저서에서 주장

한가인 쌩얼, 전지현 쌩얼, 송혜교 쌩얼…. 요즘 드라마나 CF광고 등에서 ‘쌩얼(화장을 하지 않은 맨 얼굴)’ 바람이 불고 있다. 연예인들이 화장으로 덧칠하지 않은 자연미 그대로 얼굴 모습으로 출연하는 것이 시청자와 네티진들에게 호응을 얻고 있는 것이다. 이는 인공미를 뽐내는 ‘지독한 화장발’을 거부하는 몸짓이기도 하다.

사실 우리나라 여성들의 화장품 사랑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다. 화장품업체 ㈜태평양이 지난 3월에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한국 여성(30대 기준) 한 명이 하루에 사용하는 화장품 종류는 평균 15개에 이른다. 기초 화장품만 해도 스킨, 로션 외에 에센스, 크림 등 평균 4.2개나 사용해 다른 나라들에 비해 2배 가까이 많다.

로레알, 에스티 로더, 크리스찬 디올 등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들은 한국을 ‘테스팅 마켓’으로 주목해 신제품을 출시할 때 가장 먼저 선보이거나 한국 여성만을 위한 제품을 출시하는 등 적극적인 공략에 나설 정도이다.

그러나 이렇게 수많은 여성들의 얼굴에 덧발라지는 많은 화장품들이 피부건강을 해치는 ‘독’이라면? 최근 국내에 번역 출간된 <화장품, 얼굴에 독을 발라라>에서 저자이자 미용 과학 평론가인 일본인 오자와 다카하루는 화장품은 ‘바보가 쓰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주장한다.

그 근거는 뭘까. 책의 내용을 요약해 소개한다.

화장품 주원료가 피부조직에 악영향

소비자들은 대부분 화장품을 구입할 때 향기, 촉감 같은 겉모습과 제품이 주장하는 효과, 가격대 등에 관심을 갖는다. 하지만 자신이 쓰려는 화장품이 정확히 어떤 원료들로 만들어졌는지를 따져보는 사람은 많지 않다.

그렇다고 알려고 해도 정확히 알 수조차 없다. 일본을 비롯한 여러 나라들이 화장품에 사용된 모든 원료를 나타내도록 하는 ‘전성분 표시제’를 실시 중이지만 화장품 회사들은 성분을 밝히지 않아도 되는 ‘의약부외품’으로 등록하는 등 편법을 동원해 원료 공개를 꺼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자와는 화장품의 주원료 중 우선 합성 계면활성제와 합성 폴리머의 해악에 주목한다.

고대 그리스 시대에도 영양크림(콜드크림)이 있었지만 기름과 물을 붕사 등의 천연 계면활성제로 섞었다는 점에서 달랐다. 석유에서 분리해낸 합성 계면활성제는 매우 부드러운 크림과 로션을 만들 수 있는 강한 유화력이 장점이라서 각종 클렌징 제품과 기초 화장품 등에 쓰이고 있다.

문제는 합성 계면활성제가 피부조직에 끼치는 악영향이다. 합성 세제의 주원료이기도 한 합성 계면활성제는 강력한 세정력으로 인해 피부 가장 바깥쪽의 피지막과 각질층, 과립층으로 이루어진 ‘피부장벽’을 파괴한다.

그렇게 함으로써 화장품 속의 화학 첨가물과 향료, 타르색소 등 ‘표시 성분 (알레르기, 피부 장애 등을 일으킬 수 있는 자극적인 물질로 파라벤, 안식향산 등 98종)’을 침투시키는 데 유리한 환경을 만들지만 피부 속의 수분을 증발시켜 노화를 촉진한다.

이 같은 합성 계면활성제는 피부병에 걸려 피부 속으로 약물을 빨리 침투시켜야 할 경우로 제한해서 사용해야 할 ‘치료용’ 원료라는 것이다.

피지제거-피부건조-보습 화장품 사용 악순환

그렇다면 침투할 ‘표시 성분’이 없는, 일명 ‘무첨가 화장품’은 어떨까?

웰빙이라는 말이 일반적으로 쓰이게 되면서 향료와 방부제를 넣지 않았다는 ‘자연 화장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다. 그러나 대량 생산된 ‘자연 화장품’의 비밀은 합성 폴리머에 있다.

방부제를 쓰지 않고도 화장품을 변질되지 않게 만드는 합성 폴리머는 대신 피막성이 매우 강해 피부를 밀폐시킨다. 미생물에 의해 분해 되지도 않아 모공에 잔여물이 그대로 쌓이게 만든다. 결국 이런 합성 폴리머와 합성 계면활성제가 포함된 화장품을 함께 쓰면 피지를 완전히 없애 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

이에 따라 피지를 먹고 사는 이로운 미생물인 상재균도 사라지면서 피지 분비가 적어지게 되고, 그 결과 현대인의 피부는 건조해지게 된다.

앞서 ㈜태평양 조사에서 모든 연령대의 한국 여성들이 가장 큰 피부고민으로 ‘건조함’을 꼽았다는 사실은 오자와의 진단을 방증한다.

그러한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피부에 수분을 준다는 ‘보습 화장품’과 건조한 피부에 생긴 주름을 없애는 데 효과가 있다는 ‘주름 개선 화장품’이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면 이런 기능성 제품들은 단지 효과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데만 그 기능을 발휘한다. 우리는 피부에 수분이나 영양 성분을 바르면 자연스레 모두 흡수될 것으로 믿지만 이는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천연화장품

땀과 피지가 피부 밖으로 배출되는 것에서 볼 수 있듯 피부의 본래 기능은 ‘배설’이다. 스스로 흡수할 능력이 없는 피부에 수분을 주입하기 위해 보습 화장품은 합성 계면활성제로 피부장벽에 구멍을 뚫는다. 이때 일시적인 ‘촉촉함’이 느껴지지만 곧 주입된 수분은 뚫린 구멍으로 모두 배출되고 다시 보습 화장품으로 수분을 보충해야 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주름 개선 화장품 역시 같은 원리다. 주입된 수분으로 부풀어 오른 피부 때문에 주름이 펴진 것처럼 보이지만 수분이 날아가면 원래의 피부로 되돌아온다. 그 때문에 화장품을 지속적으로 바를 수밖에 없게 되고 피부건조도 심화돼 기미와 주름을 오히려 더 일찍 부른다고 오자와는 주장한다.

쾌식·쾌면·쾌변이 최고의 피부미용법

이밖에도 피부 색소인 멜라닌을 파괴하는 ‘미백 화장품’, 자외선보다 더 강력한 독성을 품고 있는 ‘자외선 차단제’ 등 이 책이 열거하는 화장품의 해악성은 끝이 없다.

그렇다면 화장품을 전혀 바르지 않는 것이 피부 건강 유지에 최선일까?

오자와는 그보다는 특수 기능 제품이나 외국의 유명 제품들의 광고에 현혹되지 말고 화장품이 갖고 있는 본래의 목적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강조한다. 자외선, 노화 등으로부터 피부를 지켜주는 ‘천연의 옷’인 피지를 충분히 보충시켜주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비누 세안 후 콜드크림처럼 천연 계면활성제를 사용한 영양크림으로 피부를 지킬 것을 제안한다.

그러나 피부 관리를 위한 더 근본적인 방법은 ‘올바른 식생활’이라고 그는 결론을 내린다. 특히 서구화된 고단백 식생활로 부족한 비타민B군, 특히 현미와 돼지고기 등에 풍부하고 ‘미용 비타민’이라 불리는 비타민B2를 많이 섭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옛말처럼 ‘쾌식(快食), 쾌면(快眠), 쾌변(快便)’이 아름다운 피부를 유지해주는 최고의 천연 화장품이자 자연미 쌩얼의 비법인 셈이다.


방지현 객원기자 leina84@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