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함과 간결함의 미니멀리즘과 블랙&화이트로 고급스러움 강조

뜨거웠던 여름도 막바지에 접어든 요즘, 패션가는 가을 유행 트렌드 발표로 뜨겁다. 올 가을의 대표적인 유행경향은 단순함과 간결함을 추구하는 미니멀리즘(Minimalism). 남성복 브랜드들의 광고 사진을 둘러보면 유난히 상복 같이 검은 수트가 많다. 버버리나 폴스미스, 아르마니 등의 광고 비주얼은 아예 흑백으로 선보이고 있다.

이처럼 올 가을과 겨울의 대표적인 유행색은 검은색이 될 듯하다. 아무런 무늬 없이 온통 검은 수트나 은근한 조직감이 느껴지는 검은색 수트는 더 이상 ‘장례식 패션’이 아니다. 여기에 흰색 셔츠로 대비하면 ‘블랙&화이트’의 단순하면서도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또 미니멀리즘의 트렌드는 남성복의 외관을 더 날씬하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정장 재킷의 경우 가슴둘레와 허리둘레의 차이가 4~5드롭(8~10cm)이 일반적이었으나 올 가을에는 7~8드롭으로(14~16cm) 차이가 나도록 제작돼 날씬한 허리가 강조되고 있다. 따라서 남성복도 ‘슬림’한 실루엣이 강조돼 ‘블랙 슬림룩’이 유행할 전망이다.

슬림패턴 적용한 품격있는 테일러드 수트 강세

절제미를 풍기는 ‘테일러드 수트(tailored suit)’는 올 가을 가장 대표적인 신사복. 사전적인 의미로 맞춤 신사복을 뜻하지만, 통상적으로는 맞춤 신사복의 디자인을 살린 신사복을 일컫는다. 몸에 붙는 듯 핏(Fit)한 실루엣, 상의 깃 끝이 뾰족하게 하늘로 향해 세련되고 강인한 느낌을 주는 ‘픽트 라펠(Peaked Lafel)’이 특징.

투 버튼은 더욱 대중화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두 개의 트임이 들어간 사이드 벤트가 늘고, 실루엣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기장은 다소 짧아지는 추세다.

실루엣을 강조하는 경향도 한층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또한 허리 라인의 위치가 약간 위쪽으로 올라 오고 재킷의 길이가 짧아지면서 전체적으로 하체가 길어 보이는 스타일이 각광 받고 있다. 국내에서도 기존 제품에 비해 허리 라인을 더 슬림하게 처리한 8드롭(drop) 제품이 증가했다.

정장바지는 올 봄까지 기세가 높던 스키니 팬츠의 유행이 주춤한 가운데, 아래로 갈수록 통이 넓어지는 와이드 팬츠가 유행할 전망이다. 이 같은 스타일은 허리 라인을 강조해 상대적으로 상체가 슬림하게 보이는 장점이 있다.

셔츠&타이

수트의 실루엣이 전체적으로 슬림화되고 기장도 짧아지면서 셔츠와 타이 역시 그 경향을 따르고 있다. 셔츠의 색상은 검은색 위주의 모노톤 코디에 어울리도록 아무 무늬 없는 흰색 셔츠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핑크, 바이올렛, 오렌지 색상 셔츠도 세련된 연출이 가능하다. 또 소매 끝단과 옷깃 부분만 흰색으로 배색 처리한 클레릭 셔츠도 검은 수트와 매치했을 때 깔끔하면서도 클래식한 느낌을 준다.

이에 맞춰 타이도 무늬가 없는 솔리드나 줄무늬, 스트라이프 등 깔끔한 느낌의 것이 잘 어울린다. 전체적으로 미니멀리즘을 반영해 과도하지 않은 무늬와 은은한 광택, 깊이감이 느껴지는 색상이 좋다. 은은한 파스텔 톤, 보라색 끼가 도는 푸른색이나 와인색 타이가 새롭게 제안되고 있다. 은은한 광택을 주기 위해 은사로 줄무늬나 스티치를 넣은 타이도 눈에 띈다.

전반적으로 타이의 폭은 좁아지고 모양도 다양해지고 있다. 기존에 젊은층을 대상으로 하는 캐릭터 정장에서 많이 보였던 ‘내로우 타이(Narrow Tie, 타이의 폭이 6~7cm 정도로 좁은 타이)’를 선보이는 등 폭이 좁은 타이가 많이 출시됐다. 타이의 끝이 사각형으로 된 ‘스퀘어 타이’도 등장해 젊은 고객들에게 어필하고 있다.

4. 블랙수트에 화이트셔츠, 퍼플타이, 와인 포켓치프의 우아한 조화. 갤럭시
5. 블랙수트에 클래릭 셔츠, 블랙&화이트 줄무늬 타이까지 은근한 멋을 살린 모노톤 코디. 아르페지오
6. 날렵함을 주는 폭 좁은 타이를 매치한 블랙수트 코디. TNGT

연출법

몸에 딱 붙는 옷이 불편하다는 고정관념을 버리자. 스트레치 소재를 사용한 수트를 입으면 팔다리 등을 움직일 때 큰 불편함이 없으면서도 슬림한 실루엣을 연출할 수 있다. 다만, 슬림 패턴의 수트를 입을 때는 셔츠도 몸에 붙는 듯한 느낌의 셔츠를 매치해야 날씬한 외관을 제대로 살릴 수 있다. 바지도 허리가 날씬해 보이는 노-턱 스타일의 와이드 팬츠를 코디하는 것이 좋다.

블랙과 그레이 등 모노톤 수트의 유행에 대비하려면 은근한 멋을 살리는 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솔리드 블랙 수트에 흰색 셔츠, 흰색 타이는 예복 분위기를 업그레이드해줄 연출법. 또 광택 있는 블랙 수트에 블랙 셔츠, 블랙 타이를 매는 것도 남다른 매력을 줄 ‘블랙맨’ 코디다.

이밖에 블랙&화이트의 모노톤 연출을 응용하는 것도 좋다. 대표적인 예로 블랙 수트에 옷깃과 손목은 흰색이고 몸판은 줄무늬인 클레릭 셔츠를 입고 블랙&화이트&그레이 사선 줄무늬 타이를 매면 된다.

티끌하나 없는 검은색 수트는 오히려 부담스러울 수 있다. 이때는 바탕은 검은색이지만 은은하게 조직감이 드러나는 줄무늬가 첨가된 수트나 원단 자체에 광택이 도는 수트를 택하면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할 수 있다. 아울러 검은색이 줄 수 있는 답답한 느낌을 피하기 위해 블랙과 화이트를 매치하고 타이나 포켓치프 등의 액세서리를 광택이 있는 것으로 갖추면 세련미를 더할 수 있을 것이다.

전체적인 모노톤 연출은 세련되긴 하지만 키가 작고 왜소한 사람에게는 부담이 될 수 있다. 이때 모노톤 수트와 셔츠를 블랙&화이트로 갖췄다면 타이를 퍼플, 레드, 그린 등 모노톤을 돋보이게 하는 포인트 컬러를 택하면 인상을 돋보이게 해준다. 예를 들어 블랙이나 그레이 수트와 화이트 셔츠에 퍼플 타이나 레드 타이를 매치하는 식이다.

맨스타 디자인실 김수진 실장은 “올 가을 남성복의 키포인트는 ‘럭셔리’와 ‘모던’이다”며 “화이트와 그레이, 뉴트럴 등 절제된 컬러 및 파스텔의 부드러운 컬러를 그레이의 무채색과 매치시킨다면 부드러우면서도 세련된 멋을 연출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세은 패션칼럼니스트 suzanpark@deamwiz.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