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기암 ④ '치료와 대응법'

술자리에서 군대 이야기 많이 하는 사람은 소위 ‘동방위(동사무소 방위)’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암에 있어서도 이와 비슷한 얘기가 있다. 암에 대해 잘 모르는 사람일수록 말이 많다는 것.

가장 말 많은 사람은 건강식품업자이고 두 번째가 암 사망자의 영안실에 자주 갔다온 사람이다. 영안실이란 그야말로 병에 대해 온갖 얘기가 오가는 곳이니 얼마나 귀동냥했을지 짐작이 간다. 하지만 장님이 코끼리 다리 만지기 격이라 아니할 수 없다.

암에 걸리면 1·2ㆍ3ㆍ4기를 거쳐 말기암에 이른 뒤 숨지는데, 말기암에 대해서는 사실상 치료법이 없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5년 생존율로 본 현재의 암 치료율은 초기암이 50~60%, 3기암이 5~10% 선이다. 그러나 말기암 환자가 완치되었다는 공식적인 보고는 아직 없다. 치료율이 거의 ‘0%’인 셈이다.

다행히 최근 한의계에서 낭보가 하나둘씩 날아들고 있다. 암 환자의 장기 생존 소식이 속속 발표되고 있는 것이다.

암은 음양처럼 두 가지로 나눌 수 있다. 고칠 수 있는 암과 고칠 수 없는 암.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못 고치는 진행성 말기암’을 치유할 수 있을까? 장수를 꿈꾸는 인류가 오랫동안 해법을 갈망해온 ‘세기의 화두’다.

전 세계에서 해마다 800만~900만 명이 말기암으로 사망한다. 우리나라도 사망자의 3명 중 1명의 원인은 말기암이다.

이처럼 말기암은 불치병인데 이름은 ‘고칠 수 있는 암’과 똑같이 암이라고 부른다. 마치 사스(SARS)와 감기를 똑같은 이름으로 부르고 있는 것처럼.

환자들도 헷갈리기는 마찬가지다. 암 치료 의사 중 누가 말기암 관리 능력이 있는지, 초기암 전문가인지, 3기암 전문가인지 분간할 수 없다. 뭉뚱그려 ‘암 치료 의사’라고 부를 뿐이다. 말기암, 적어도 4기암부터는 별도의 관리와 분류가 필요하다. 4기암와 1기암을 같이 논하는 것 자체가 암 정책의 최대 오류이다.

유럽에서 잘 알려져 있는 저명한 중국계 의사인 황여우펑 박사(베이징 국제노화방지의학센터 고문)는 30년 동안 매년 200여 구의 병사자 시신을 해부한 결과 매우 흥미로운 사실을 최근 발표했다. 암 환자는 암으로 죽기보다 암에 대한 공포 때문에 죽는다는 것. 실제로 얼마 전 모 재벌 총수가 몇 달을 살지 못한다는 의사의 최종 의견을 듣던 중 실신하여 숨진 일화는 유명하다. 암 때문이 아니라 충격 탓으로 일찍 사망한 사례다.

신경정신과 의대교수들도 불안이나 공포감은 자율신경에 영향을 미쳐 인체 면역력을 저하시킴으로써 암 세포의 증식을 촉진할 수 있으며, 이 충격을 극복할 수 있느냐 여부에 따라 치료율에 크게 차이가 난다고 말한다. 암 자체도 무섭지만 정작 환자들을 사망에 이르게 하는 것은 ‘공포가 동반된 암’인 셈이다. 공포를 느끼지 못하는 정신이상자들의 암 사망률이 낮은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일 것이다.

‘두려워 말라. 병을 고치려면 먼저 마음을 다스려라’는 성인들의 말씀이 생각난다. 암 사망의 주요 원인이 공포에 있는 만큼 그 말이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다. 실제로 “말기암입니다”라는 ‘사형선고’를 듣는 순간의 암 환자들 표정을 보면 겁에 질려 동공이 풀려 있을 정도이다.

올해도 우리나라에서 말기암으로 사망하는 사람이 약 8만 명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하루 빨리 초기암 대응센터와 진행암ㆍ말기암 대응센터로 구분하여 희망을 주는 의술을 펼쳐야 한다. 암보다 더 무서운 것은 암에 대한 ‘공포’이며 그것을 없애주는 것이 치료의 첫걸음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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