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한의대 생리학 교실에서 하고 있는 실험 중 하나가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코카인 중독에 대한 침의 효과’ 실험이었는데

간단한 실험 개요를 듣게 되었다.

생쥐가 레버를 누르면 스스로 코카인을 자가 주입(현재 우리나라에선 쉽지 않은 기술이라고 한다)할 수 있게 환경을 만들고 그 중독에 대한 행동 양태와, 몸에 미치는 영향 등을 파악하는 실험이었다. 구체적으로 그것은 ▲한 번 누를 때 한 번씩 주입되게도 하고, 다섯 번 눌러 한 번씩 주입되게도 해서 쥐들의 욕망 강도를 확인하고 ▲레버를 눌러도 안 나오게 했을 때의 반응으로 중독치료의 실마리를 얻고 ▲인위적으로 코카인을 주입하고 난 뒤 쥐가 그 다음 레버를 밟아 자가 주입하는 빈도가 늘어나는 것을 이론적으로 해석하는 등 생쥐를 통해 마음의 욕망을 다양하게 분석하는 실험이었다.

간략하게 정리하면 이렇다. 우리 뇌의 변연계(邊緣界)에서 욕망과 관련하여 분비되는 도파민이 평온과 웰빙을 느끼게 하는 호르몬이며, 코카인을 주입하면 도파민의 분비가 엄청 높아졌다가, 이를 끊어 도파민 분비가 확 줄면 그 차이 때문에 몹시 우울해지고 그 격차를 견디지 못하게 된다. 그래서 다시 코카인을 주입해 평온을 느끼고자 하며, 약효가 끝나면 또 고통스럽다. 그러다가 점점 강도가 강해지고, 끝내 과다 주입으로 사망하는 파국까지 맞게 되는 것이다.

여기서 철학적인 문제와도 연결될 수 있는 의문이 생긴다.

과연 이 쥐가 기쁨을 찾기 위해서(A상태) 다시 주입을 하려고 하는지? 아니면 불쾌감을 잊기 위해서(B상태) 다시 주입을 하려고 하는지에 대해서이다. 이점은 아직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여러 다른 실험 결과로 보면 A상태가 조절되지 않으면 B상태가 통제되지 않는다는 것이 조금씩 드러나고 있다. 이것이 다수설이라고 한다.

삶의 지혜를 밝히는 여러 경전에서 전하는 것과 같이, 과학적으로도 쾌감이 있으면 불쾌감을 동반한다고 한다. 다만 쾌감이 크면 불쾌감이 가려져서 못 느낄 뿐이라는 것. 예를 들면 어느 날 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나가보니 여자 두 명이 하룻밤 재워달라고 하면서 자신을 소개하기를 한 명은 행운의 여신이고, 한 명은 불행의 여신이라는 것이었다. 그래서 행운의 여신만을 들어오길 청했더니 그럴 수 없다며 우리 자매는 항상 같이 다녀야 하는 쌍둥이라고 했던 유명한 우화를 연상하면 된다.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행복과 쾌락을 쫓아가는 마음을 조절하지 않으면, 결국 그만큼 불행과 허탈감은 깊이 찾아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행운과 불행 모두에서 벗어나는 경지만이 이 굴레를 벗는 유일한 방편이라는 가르침이다. 이것은 담배, 술, 마약뿐 아니라 성생활에도 해당된다. 우리가 섹스의 본질에 다가갈수록 섹스가 명상과 맞닿을 때 온전한 평화와 기쁨을 느낄 수 있게 된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래서 오쇼 라즈니쉬는 현대인에게 명상에 들어가기에 섹스가 아주 효율적인 방편이라고 했고 “그 처음으로 들어가는 문은 섹스가 되게 하라, 그러나 그것이 마지막이 되게 하지는 마라 ”고 강조했다.

섹스를 그저 억압하거나, 회피하지 않고 섹스를 온전히 알게 될 때만이 탐닉이나 중독에 빠지지 않고 섹스를 초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섹스를 온전히 알기 위한 오랜 세월의 노력과 수행이 도가의 성도인술과 탄트라에 담겨 있다. 우리의 삶도 온전한 평화와 안식을 느끼려면 그 원리들을 한번쯤 알아둘 만하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www.mit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