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사 문제 중에 언제나 변치 않는 단골메뉴가 있다. 이름하여 고부(姑婦) 갈등이다. 늘상, 아내에게서 듣게 되는 하소연과 넋두리 중에서 엉클어진 실타래 같이 좀체 풀기 어려운 것이 고부갈등이어서 어떤 이는 “여자의 적은 여자이다” 라고 표현할 정도로 뿌리가 깊다.

그런데 이 고부갈등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보다 근원적인 원인을 발견하게 된다. 시어머니와 시아버지의 금슬이 좋지 않을 때 그런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자신의 근원 에너지인 성에너지가 원만히 소통되지 않으면 그 에너지는 어딘가 다른 출구를 찾게 된다. 바로 에너지의 법칙이다. 그래서 시어머니는 곧잘 이 에너지를 아들에게 쏟아붓는다는 것이다.

자신 몸의 욕구는 당연히 무시될 수 있는 것이라고 그동안 교육받아온 사회적 환경도 또 다른 이유이다. 그리고 자신은 자식의 성공을 위해 희생하는 훌륭한 어머니라고 스스로 위안하거나 착각하며 살아가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사랑은 건강한 것이 아니어서 참된 사랑보다는 자식 ‘집착’으로 변질되기 싶다. 그래서 며느리에게 질투와 경쟁 심리를 느끼게 되고 이것이 끊이지 않는 갈등으로 발전한다고 한다.

반면 자신의 성생활이 만족스러울 때는 자신의 남편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기에 바쁘다보니 쓸데없이 아들과 며느리 일에 간섭하는 필요성을 덜 느끼게 된다. 자신과 아들 사이에 빈 공간이 생기더라도 지긋이 지켜보는 여유와 관용을 가질 수 있는 것이다.

70세가 다 돼서도 꼭 방문을 잠그고 자고, 가끔은 주위 호텔에 가서 즐긴 후 늘 손잡고 다니는 부모 모습을 보고 자란 자식들은 성에 대해 건강한 소통을 할 확률이 높다.

그러나 결혼해서 너무나 다른 환경에서 받는 스트레스로 고민하는 여성들이 의외로 많다.

한의원에 내원한 A여사의 경우 부부 성관계를 1년에 다섯 번 정도밖에 안 한다고 했다. 그 원인으로는 신혼 초부터 시작된 고부갈등이 큰몫을 차지하고 있었다. A여사가 시집와서부터 시부모가 각방을 쓰는 것을 보았고, 시어머니가 시아버지를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구박하더라는 것. 나중에 들으니 시부모가 39세 이후론 부부 관계를 한 번도 한 적이 없었다고 했다. 그러니 시어머니는 자신의 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잘난 아들이어야 한다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을 수밖에 없었던 것. 자연히 며느리는 어지간히 잘해도 맘에 안 차게 되었고, 그 결과 터무니없이 며느리를 괴롭혔다고 한다. 거기다가 남편은 그 상황에서 시어머니를 두둔하는 태도를 보이니 마음의 상처가 커진 것이다.

그외에도 한의원에 내원하는 여성들의 호소에서 이런 상황은 자주 발견된다.

시부모를 모시고 사는 어떤 여성은 시부모가 방문을 안에서 잠그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며 문을 못 잠그게 했다고 털어놓았다. 이런 불안한 상황에서 그 부부의 잠자리는 어떠했겠는가? 항상 조마조마해서 느긋한 성생활의 기쁨은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부부 간의 사랑은 부족한 데 반해, 자식에 대한 사랑이 지나치게 넘치면 결혼한 자식의 행복을 가로막을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우리민족서로돕기운동을 주도한 법륜스님이 어느 결혼식 주례사에서 “결혼생활에선 절대로 부부가 먼저이고, 그 다음이 부모여야 한다”고 강조한 이유도 그 때문일 것이다.


이재형 미트라한의원 원장 www.mitr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