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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생 첫 '미술관 체험' 특별한 나들이
[우리, 희망을 함께 나눠요] 만지고, 색칠하고… "엄마, 빛이 보여요"
제대로 움직일 수 없어도 오감으로 느껴 "이런 기회 많았으면···"





병마와 싸우는 아이들은 종일 병원 침대나 갑갑한 방안에만 머무른다. 손꼽아 기다리던 방학이 돼도 달리 갈 곳이 없다. 모처럼 엄마와 바깥나들이에 나서도 사람들 시선에 움츠러든다. 세상과 단절돼 보이지 않는 벽에 쌓여 살아가는 희귀난치성 질환 아이들에게 문화 체험이란, 쉽게 다가가기 힘든 경험이다. 그런 아이들이 외출이 더욱 두려워지는 한겨울 특별한 나들이에 나섰다.

24일 서울 63빌딩 별관 1층 특별전시관. 오전 10시께 유아에서부터 초등학생 어린이들이 엄마 아빠 손을 잡고 하나둘 모여들기 시작했다.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가 주관하고 한국암웨이가 후원하는 ‘와글와글 미술관’ 관람을 위해, 아침부터 서둘러 집을 나선 아이들 얼굴에는 힘든 기색은 전혀 없이 함빡 웃음이 가득했다.

이미 대기하고 있던 관람객이 많아 한 시간을 넘게 기다리면서도 시끌벅적 웃음소리가 떠나지 않는다. “미술관 관람은 난생 처음”이라고 입을 모은 아이들은 무척 들떠 있었다. 아이들끼리 함께 어울릴 수 있는 것만으로도 마냥 신나는 모양이다.

이번 행사에는 희귀병을 앓고 있는 어린이와 가족 등 모두 44명이 참가했다. ‘모네씨 안녕하세요?’란 부제가 붙은 와글와글 미술관은 인상파 천재 화가들의 영감으로 아이들의 감성 두뇌를 자극하는 명화 체험전.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과 작업의 원리에 대해 알아보는 교육용 체험전, 손으로 직접 만지고 그려보는 오감 자극 체험전으로 꾸며졌다.

첫 번째 방은 빛의 마술 공간. 아크릴판과 색색의 비누크레용을 나눠주자 아이들은 하얀 벽에 기대 알록달록 색을 입혔다.

이곳의 교육 내용은 아이들이 직접 그린 그림에 여러 색 조명을 가해 빛에 따라 달라지는 그림의 신기함을 경험하게 하는 것. “빛을 보여주세요” 외침에 따라, 그림 뒤로 조명이 비춰지자 아이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환호했다.

친구들의 박수와 말소리에 따라 휠체어에 의지한 용운(7) 군도 얼굴을 찡그렸다 활짝 웃었다 민감하게 반응했다. 용운 군은 단백질을 분해하는 특정 효소가 부족해 뇌에 손상을 주는 ‘요소회로 대사질환’으로 걷거나 움직일 수 없는 것은 물론 시력조차 보이지 않는 중증의 환우. 하지만 용운 군의 아버지 이태명(35ㆍ한국선천성대사질환협회 회장) 씨는 “보이지 않고, 직접 만질 수 없어도 좋은 자극 훈련이 된다”며 “시력이 거의 없는 대신 소리에 민감해 사람들이 많이 모인 공간에 오니까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아이들은 주방 가구에 로울러로 쓱쓱 색칠하는 점묘법 놀이를 하고, 인상파 거장 모네의 이야기를 연극으로 관람하며 미술을 쉽게 이해하는 즐거운 경험을 했다. 음식물이 바로 위장을 통과해 장으로 내려가 늘 허기진 상태로 고통 받는 ‘프래더윌리 증후군’을 앓고 있는 최호림(10) 군은 연신 “너무 좋아요. 재미있어요”하면서 색칠놀이를 하고 명화 감상에 빠졌다. 최군의 어머니 원지연(39) 씨는 “평소 주위에 무관심하고 ‘잘 못한다’, ‘안 한다’며 뒤로 숨는 성격인데 미술 체험을 통해 ‘내가 이런 걸 만들었어’ 하는 성취감을 얻는 것 같다”고 기뻐했다.

환우 부모들도 마치 천진난만한 아이처럼 함께 즐거워했다. “모네니, 인상파니 책에서 배운 것보다 훨씬 이해가 쉽고 재미있다”며 흥미진진해 했다. 아파서 좀처럼 기회를 낼 수 없었던, 형편이 어려워 변변한 자연체험을 못해봤던 아이들과 부모들은 이날만큼은 동심의 마음으로 하나되어 신나는 시간을 보냈다.

이들은 미술관 관람이 끝난 뒤에는 늘 꿈꿔오던 63빌딩의 수족관도 관람했다. 함께 만지고, 그려보고, 관람하는 매 순간이 아이들과 부모에겐 즐거움이었다.

선천적으로 신체ㆍ 지능ㆍ 언어발달에 지체를 가져오는 ‘코넬리아 드 랑게’ 신드롬을 앓고 있는 도경(10)이의 어머니는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게시판에 이렇게 미술관 관람 후기를 올렸다. “아침 일찍 미술관 간다고 하니까 무척 궁금해 하던 도경이는 앞치마 두르고 직접 만지기도 하고 그리기도 하고 재미있는 연극도 보면서 정말 신나 했죠. 뭐가 제일 재미있었냐고 하니까 ‘빛’이래요. 도경이 공부 제대로 했죠? 저도 인상파에 대해 제대로 알았답니다. 수족관 구경도 정말 즐거웠답니다. 도경이는 바다에 갔다 왔다고 좋아하더라구요.”

이러한 열기에 행사 관계자들도 고무된 반응이다. 이날 문화 체험을 진행한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 김아미 사회복지사는 “아이들과 부모님들이 모두 너무 기뻐해 좋다”면서도 “아직은 희귀병 환우에 대한 정부나 기업의 지원이 의료비 등 치료에 직결되는 부분에만 머무는 상태여서 문화 체험의 기회가 많이 적어 아쉽다”고 밝혔다.

자원봉사를 겸해 나들이를 함께 한 한국암웨이 기업커뮤니케이션본부 아동센터 김상두 차장은 “어린 시절의 전시는 한번 보는 것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정서 성장에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며 “아이들이 질환으로 인한 몸과 마음의 상처를 치유하고, 문화적 소외감을 극복할 수 있도록 지원을 확대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차장은 또 이러한 기업의 후원이 시혜적 차원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환우들에게는 삶의 질을 향상하고, 기업에게는 나눔의 정신을 확산할 수 있는 윈윈 프로그램으로 발전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2003년 한국암웨이아동센터를 출범시킨 이후 아동 복지 향상에 적극적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한국암웨이는 이날 문화 체험의 기회가 상대적으로 적은 희귀난치성질환 환우를 비롯하여 결식아동, 아동학대쉼터 시설의 아동 300명을 초대하여 미술 체험 및 수족관 관람의 기회를 줬다.



입력시간 : 2007/02/01 13:38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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