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척병원 삶의 질 떨어뜨리는 '노년의 적'… 최소절개·특수기구 삽입 통해 간편 수술

40대 중반의 김희원 씨는 얼마 전까지도 요통을 끼고 산 만성 척추질환자였다. 늘 무거운 카메라 장비를 들고 다녀야 하는 직업 특성상 허리에 무리가 가는 일이 잦았던 게 발병 원인이었다. 지난해 겨울 통증이 엉덩이와 다리에까지 뻗쳐 걷기가 힘들어진 김 씨는 스스로 ‘디스크’라고 생각하고 척추 전문의를 찾아갔다. 통증의 원인이 척추관협착증 때문이라는 진단을 받은 뒤 의사의 권고에 따라 소위 ‘나사를 박지 않는 수술’을 받고 나서야 극심한 요통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척추관협착증은 척추신경이 지나가는 통로인 척추관의 폭이 좁아져 주위 신경이 압박을 받아 허리와 다리 등이 쑤시고 저리는 통증을 부르는 병이다. 40, 50대에 들어서면 발병이 잦다. 척추관협착증의 원인은 선천적일 수도 있지만, 나이가 들어 척추뼈와 이의 버팀목 역할을 하는 인대와 근육이 퇴행한 탓이 크다.

다른 척추질환들과 마찬가지로 척추관협착증 또한 증상이 심하지 않으면 우선 소염제ㆍ말초신경재생제 등을 통한 약물치료나 물리요법 등 보존적 치료를 하지만, 김 씨처럼 중증일 때에는 수술이 불가피할 수도 있다.

그러나 김 씨가 받은 수술은 나사를 이용해 척추뼈를 고정시키는 전통적 방식이 아니다. 피부 절개 범위를 최소화하는 한편 특수기구를 삽입하고 척추뼈를 고정하는 소위 ‘나사를 박지않는 수술’로, 정식 명칭은 ‘극돌기간 고정기구(DIAM) 삽입술’이다.

김 씨의 수술을 집도한 서울척병원(02-940-2000ㆍwww.chukspine.com)의 장상범(38) 원장에 따르면 척추관협착증 치료는 정확한 진단과 감별이 중요하다. 허리가 쑤시고 다리가 땅기는 증상을 유발하는 질환에는 척추관협착증뿐만 아니라 디스크, 척수증, 골관절염, 혈관성 파행, 말초신경병증 등 다양하게 있기 때문이다.

서울척병원 정상범 원장이 척추 모형을 가르키며 척추관협착증 치료법에 관해 설명하고 있다.
서울대 의대를 졸업한 장상범 원장은 전문의 과정을 마친 뒤 국내 최대 척추전문병원인 우리들병원에서 3,000건이 넘는 수술을 한 척추질환 분야의 ‘고수’이다.

척추관협착증과 유사한 증상의 다른 질환을 감별하는 기준 중 하나는 다리 통증의 유발 시기. 척추관협착증일 경우 주로 걸을 때 다리 통증이 심하고 걷기가 힘들다. 반면 몸을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있는 데도 다리 통증이 나타나면 디스크일 확률이 높다. 증상 차이에 대해 그는 “디스크의 경우 다리로 가는 신경의 일부만 눌린 때문이지만 척추관협착증은 척추관이 좁아져 이곳을 지나가는 신경다발 전체가 압박을 받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척추관협착증과 혈관성질환의 구별도 필요하다. 만일 다리저림 증상이 가만히 서 있을 때 호전된다면 혈관성질환, 쪼그려 앉을 때 나아지면 척추관협착증일 확률이 높다.

장 원장이 김 씨에게 시행한 나사를 박지 않는 수술은 사실 이 병원의 ‘간판 기술’. 이 병원이 수술에 사용되는 극돌기간 고정기구인 DIAM을 개발한 글로벌 의료기업 ‘메드트로닉 소파머 다넥(Medtronic Sofamor Danek)’의 국제 전문의 교육센터라는 사실이 이를 단적으로 증명한다.

이 수술은 피부를 최대한 적게 째고 척추뼈 고정기구인 DIAM을 사용하는 방식으로, 현미경과 레이저 등 첨단 시술장비의 등장에 따라 가능해졌다고 장 원장은 설명한다. 피부를 3㎝ 정도로 작게 절개하고 수술 현미경과 기구를 이용하여 신경을 누르고 있는 뼈와 인대를 제거함으로써 신경 압박을 풀어준다. 이후 폴리에스터 재질의 말랑말랑한 DIAM을 삽입하면 ‘수술 끝’이다. 기존에는 피부를 10㎝ 정도로 크게 쨌다.

또한 피부절개 범위를 최소화하고 전신마취를 하지 않아 절개와 수혈에 따른 후유증 발생도 크게 줄였다. 척추뼈를 나사못으로 단단하게 고정하는 방식이 아니어서 수술 후 척추의 움직임이 예전 방식보다 훨씬 좋아졌다. “수술 시간이 1시간 정도로 짧아지다보니 회복도 빨라졌다”는 장 원장은 “입원 기간도 기껏해야 5일 안팎에 불과하다”고 덧붙인다. 하지만 “척추뼈 불안정 증상이 극심한 경우에는 이 수술법을 적용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선을 긋는다.

중년 이후 빈발하는 척추관협착증은 노화를 촉진하고 당뇨나 고혈압 등 만성 질환을 악화시킬 수 있다. 허리와 다리의 통증으로 잘 걷지 못하게 됨에 따라 몸을 움직이는 것을 극구 꺼리기 때문이다.

장 원장은 “척추질환은 노년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대표적인 질병”이라며 “치료법을 선택할 때 수술이냐 아니냐만을 따지기보다는 증상과 연령, 직업 등을 두루 고려하여 자신에게 가장 적당한 것을 고르라”고 조언한다.

척추 건강을 위한 바른 자세

(1) 서 있을 때는 허리를 쭉 펴고 되도록 몸을 위로 곧게 펴고, 체중은 수시로 이쪽저쪽으로 옮긴다. 한쪽 다리를 약간 높은 곳에 올려 놓으며, 굽이 높은 신발은 피한다.

(2) 앉은 자세는 허리 부분을 곧게 또는 뒤로 약간 젖힌 상태로 하고, 오랜 시간 똑같은 자세로 앉아 있지 않도록 한다.

(3) 운전할 때는 의자를 앞으로 끌어당겨 무릎이 굽혀지도록 하고, 등을 등받이에 충분히 붙여 앉는다. 이때 머리받침과 안전벨트를 꼭 사용한다. 장거리 운전을 할 때에는 자주 차를 세우고 허리운동을 해준다.

(5) 잠잘 때는 매트리스가 다소 단단한 것을 고른다. 똑바로 누워 잘 때에는 베개나 이불을 받쳐 엉덩이 관절과 무릎관절이 굽혀지도록 한다. 옆으로 누워 잘 경우 무릎과 무릎사이에 푹신한 베개를 끼우는 것이 좋다.

(6) 아침에 일어날 때는 허리에 무리가 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갑자기 일어서지 말고 천천히 일어서는 게 좋다.




송강섭 차장 special@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