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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업의 세계] 진로 컨설턴트 조진표 씨
"아이들의 능력은 결코 성적순이 아니랍니다"







“공부를 잘 한다고 해서 모든 게 잘 될 거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입니다.”

어느 날 한 부부가 고교생 아들을 데리고 조진표(36) 와이즈멘토 대표를 찾아왔다. 아들은 중학교 때부터 소문난 우등생이었고, 특목고에도 가뿐히 진학해 부모를 기쁘게 만든 수재였다.

그런데 그 뒤부터 아들이 변했다.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어느새 문제아로 변했고, 결국 자퇴한 뒤 아예 홍대클럽에서 살다시피 했다. 모범생 아들의 난데없는 변화에 화목하던 가정은 거의 파탄 지경까지 갔다. 아들은 정신과 치료까지 받기도 했다.

“검사하고 상담해보니 그 아이는 원래부터 특목고에 가서는 안 될 학생이었어요. 항상 칭찬만 받고 살다가 갑자기 비슷한 수준의 아이들 속에 섞여서 과도한 경쟁을 겪게 되자, 성격상 그 스트레스를 견뎌내지 못한 거지요. 상담을 통해서 아이는 결국 검정고시를 본 뒤 좋은 대학에 입학했고, 이제는 자신의 본래 모습으로 돌아와 잘 지내고 있습니다.”

아이 진로, 부모 희망과 경제사정 감안해 설계

조 대표는 진로(進路) 컨설턴트다. 초등학교 저학년생부터 30대 이상 직장인들에 이르기까지 과학적인 검사기법과 상담을 통해 각자의 공부 방법과‘천직’을 일러주는 ‘인간 네비게이터’인 셈이다. 전체 의뢰인 중 80%는 청소년들이다.

와이즈멘토 소속 컨설턴트는 모두 10명. 고객 한 사람마다 각 분야의 전문 컨설턴트들이 배치돼 함께 지혜를 짜낸다. 학생 경우엔 문과와 이과 선택은 물론, 특목고나 민사고에 진학하고자 하면 학교 적응 여부까지 미리 판별해준다. 물론, 가장 중요한 목표는 학생들 개개인에 맞는 장래 직업을 찾아내는 것이다. 성인 경우엔 문제가 더 광범위해진다. 취업부터 이직, 이민 문제 등까지 고민을 듣고 길을 조언해준다.

장래 진로 설계를 위한 컨설팅은 1건당 모두 4번의 만남으로 진행된다. 한 번에 2시간씩, 다양한 검사와 심층 상담이 병행된다. 청소년의 경우에는 학부모도 최소한 두 번은 동반해 함께 검사와 상담을 받아야 한다.

컨설팅 1단계부터 3단계까지는 비교적 작업이 수월한 편이다. 이미 사용되고 있거나 또는 자체 개발한 검사 프로그램을 사용해 상담하러온 학생에 대한 객관적이고도 상세한 정보들을 얻는다. 환경분석, 역량평가, 학과 적합 검사, 계열 선호도 검사 등 진로 설정을 위한 검사는 총 10여 개 영역. 영역별로는 각각 160여 개 안팎의 세밀한 항목들로 짜여져 있다.

그중에는 ‘브리즘 검사’와 같이 이미 흔히 쓰이고 있는 검사도 있고, 현재 정신과 분야에서 의료용으로 사용되고 있는 MMPI 검사, 즉 다면 인성검사도 있다. 그 외 계열 선호도, 학과 적합도, 직업 환경 선호도 검사 등 조 대표의 컨설팅팀에서 자체 개발해 특허를 받은 검사기법도 포함돼 있다.

당사자인 학생뿐 아니라 부모를 대상으로 한 검사와 상담도 녹록치 않다. 기본적인 인적사항에서부터 아이에 대한 부모 각자의 평가와 기대, 고민되는 점, 경제력과 자산 정도까지 파악한다. 조 대표의 절대 원칙은‘자녀 교육 때문에 부모의 노후가 망쳐져서는 안 된다’는 것. 때문에 아이의 진로도 부모의 희망과 경제 사정 안에서 설계된다.

“집안 분위기나 부부 간의 화목도 아이의 성적이나 장래에 큰 영향을 줍니다. 아이가 ‘부모님에게 바라는 사항’란에 적은 내용을 보면 왜 그렇게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PC방으로만 나돌았는지 이유를 알게 되죠, 아이의 응답지를 보면‘엄마 아빠가 제발 안 싸웠으면 좋겠다’고 적혀 있습니다.

부모와의 관계가 안 좋은 아이에게는 고등학교 때 기숙학교로 보내는 방법을 추천하기도 합니다. 오히려 떨어져 있으면 가족의 소중함도 알게 되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가족관계가 훨씬 좋아지는 예를 자주 봅니다. ”

상담을 하다보면 심심찮게 당혹스런 상황이 펼쳐진다. 상담 중에 갑자기 학생의 부모 간에 싸움이 벌어질 때다. 가족으로 함께 살면서도 사실상 부부가 자식에 대해 진지한 대화를 나눠본 일이 없었다는 증거다. 아이 걱정에 상담 중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이 많다고 한다. 물론 학생들도 상당 중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재미있는 현상도 있다. 똑같은 자녀를 두고 부부의 생각이 서로 다르게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아버지는 ‘우리 아들은 사교성이 좋아 친구가 많고 외향적’이라고 응답한 반면, 어머니는 ‘숫기가 별로 없어 내성적이며, 그래서 교우관계가 걱정된다’고 답하는 식이다.

조진표씨가 가수를 희망하는 한 여학생과 상담하고있다.
때로는 진로를 찾기 위한 검사를 받다가 실제로 심각한 정신과적 문제가 발견돼 병원 치료를 권해야 하는 상황도 경험한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참 좋아합니다. 이렇게 자신들의 얘기를 어른들이 진지하게 들어준 일이 한 번도 없었다고 해요. 다들‘무조건 공부만 열심히 해! 그럼 나머지는 다 잘 풀리게 돼 있어!’만 반복한다는 거지요.”

컨설팅의 클라이막스는 네 번째 단계인 마지막 면담에 있다. 컨설턴트들에게 가장 중요하고도 정신적 부담이 큰 것도 바로 이 무렵이다. 학부모와 학생에게 최종 설계도를 내밀기 전, 이를 준비하는 컨설턴트들의 손과 머리는 여느 때보다 분주해진다. 검사가 모두 끝나면 컨설턴트 전원이 모여 난상토론을 벌인다.

아이의 성격에서부터 현재 학업 성적, 아이의 적성과 10년 후의 유망직종 트렌드, 사회 변화의 추세 등 모든 정보를 다양하게 반영해 아이에게 적합한 장래 직업 후보들을 몇 가지로 압축한다. 현재 노동부에 등재된 1만여 종의 직업들 중 이들이 다루는 범위는 200여 종이다.

그리고는 이를 꼭짓점 삼아 역방향으로 거슬러 내려오며 아이의 현재까지 연결되는 진로 설계도를 그려낸다. 즉, 추천한 직업들은 어떤 일을 하는 것인지, 그 직업을 얻으려면 어떤 자격이 필요하며, 이를 위해 대학에서 어떤 학과를 전공하는 게 유리한지, 심지어 해당 학과가 있는 대학과 그 대학의 입시 커트라인 점수까지 제시해준다.

하지만 만약 학생이 도중에 힘에 부쳐 실패하면? 그럴까봐 제2의 대안도 함께 설계도에 첨부한다. 한 사람이 걸어갈 향후 10년간의 미래 좌표가 일목요연하게 드러나는 순간이다.

컨설턴트들의 결론이 마무리되면 이를 한 권의 묵직한 보고서로 만들어낸다. 만만치 않은 사실상 마지막 작업이다. 한 사람당 보고서의 분량은 거의 100페이지에 이른다. 이 최종 보고서에는 학생에 대한 모든 정보가 들어있다. 당연히 이 보고서는 대외비로 다루어진다.

마지막 면담을 통해 보고서를 받아든 부모와 학생은 놀란다. 단지 학생의 진로를 정리할 수 있어서만이 아니라 진정으로 학생의 꿈과 마음을 이해하게 된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부모는 아이의 꿈과 마음 이해하는 소중한 계기

“이 일은 종합예술과 같습니다. 워낙 까다롭고 정신적인 부담이 커서 사실 힘들고 피곤할 때도 많지만 그때마다 ‘우리의 판단이 한 사람의 장래를 좌우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긴장을 하게 됩니다. 어렵지만 보람을 느껴요. ”

그가 기억하는 몇 가지 사례가 있다. 어느 날 발레리나를 꿈꾸는 여학생이 부모와 함께 찾아왔다.

“어릴 때부터 발레를 배웠는데, 대학입시에 실패한 뒤 재수를 하던 중이었어요. 본인은 발레리나가 되기를 원했지만 이미 입시에 한 번 떨어진 경험 때문에 이대로 발레를 계속해야 할지 말아야 할지 확신이 서지 않아 갈등하다가 저희를 찾아온 거죠. 여학생에게 발레하는 모습을 직접 녹화해서 가져오라고 했어요.

그리고는 그걸 가지고 국립발레단을 찾아가 보여주며 자문을 구했지요. 보시던 분이 ‘계속 발레를 하라고 말해주라. 재능이 보인다’며 다만 ‘키가 좀 작으니 입시 때는 아무개 대학에 응시하는 게 유리할 것 같다’고 하시더군요.”

이 살아있는 정보는 고스란히 여학생과 부모에게 전달되었고, 여학생은 더 이상 자신의 꿈을 포기하거나 절망하는 일 없이 현재 열심히 입시준비를 하고 있다. 요즘 특히 늘어난 연예인 지망생들에게도 마찬가지 과정이 적용된다. 가수가 되기를 원할 경우, 직접 노래를 불러 녹음해오라고 요구한다. 그것을 들고 유명 작곡가나 가수를 찾아가 직접 능력을 검증을 받는 식이다.

언젠가 명문대 박사학위를 가진 30대 중반의 의뢰인도 찾아왔다. 부모가 공부를 계속 하라고 해서 하긴 했는데 막상 학위를 모두 받고 나니 정작 사회에서 어떤 일을 해야 할지 막연하기만 하다며 방황하고 있었다.

컨설턴트들의 종합진단 결과, 일단 미국에서 40대까지 일하며 활동한 뒤 경력을 쌓아 그 후 더 높은 지위와 대우를 받는 조건으로 고국에 다시 돌아오라는 처방을 내주었다. 물론 여기에도 당장 그가 미국에서 지원할 만한 직업들의 종류와 관련 기업들의 구체적인 리스트, 지원 방법과 대우까지 모든 정보가 첨부된다.

그렇다면 조 대표 자신의 진로는 제대로 선택한 것인지 궁금했다. “저도 제 갈 길을 잘 찾아가고 있는 것 같다”고 그가 대답한다. 조 대표가 이 분야에 뛰어든 것은 2004년부터. 이전까지 유명한 외국계 경영컨설팅 회사에서 한창 주목받는 인재로 근무하던 중, 엉뚱하게도 이사 승진 예고 통보까지 받은 시점에 오히려 사표를 내고 이 일을 시작했다.

창업 후 지난 3년간 그는 1,500명의 고객을 만났다. 회사의 온라인 상담건수만 약 7,000건에 이를 만큼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그만큼 현대인들이 미래의 삶에 대한 고민이 크다는 방증이다. 요즘은 광고를 따로 내지 않고 있는데도 입소문을 통해 계속 의뢰인들이 늘고 있다. 한 번 컨설팅을 받았던 부모들이 자녀들을 차례차례 데리고 오는 경우도 많다.

2006년에는 언론사의 후원 아래 25개 고등학교를 돌며 무료 강연을 다녔다. 학교 측에서는‘외부에서 초청한 강연치고 이렇게 아이들이 진지하게 듣는 모습은 처음 보았다’고 호평했다. 세어보니 지난해 한 해 동안 불려다닌 초청강연만 104군데다.

“모든 진로 설계는 최소한 10년 후를 내다보고 세워야 합니다. 신문만 잘 들여다봐도 10~15년 후의 인기직종 트랜드를 예측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대개 미국 등 선진국의 추세를 뒤따라가게 돼 있거든요. 무엇보다, 자녀의 능력을 공부나 성적에서만 찾으려 들지 말아야 합니다.”

진로 컨설팅에 대한 관심이 날로 높아짐에 따라 이제 진로 컨설턴트는 유망한 선진국형 전문직으로 평가받고 있다.

< 진로 컨설턴트가 되려면 >

전공 제한은 없으나 상식이 풍부하고 성실하며 다양한 분야의 관심과 경험을 가진 이들에게 적합하다. 대우는 회사마다 다르지만, 와이즈멘토의 경우‘국내 100대 기업’의 연봉수준 안에 든다. 결원이 생길 경우 수시 채용한다.



입력시간 : 2007/03/07 14:12




글, 사진 정영주 pinplus@empa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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