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맛 좋다구요? 비밀은 장맛이죠건강한 밥상·음식 좌우하는 식생활의 기본, 음력 정월~3월 초가 적기

‘그 집의 음식 맛을 알려면 장맛을 보면 된다’ 는 말이 있다. 한국음식은 대부분 장으로 간을 맞추기 때문에 장맛이 음식 맛을 좌우한다. 이처럼 장맛은 음식 맛의 바로미터다.

장 담그기는 김장 김치와 더불어 한 해 식생활을 책임지는 연중 행사. 이 두 가지만 잘 해도 먹을거리 걱정을 한결 덜게 된다. 장 담그기는 택일, 택수 및 금기사항 관습까지 있을 정도로 우리 선조들의 장에 대한 애착과 정성은 지극했다.

사회가 복잡해지고 여성들의 사회활동이 활발한 요즘, 집에서 손수 장을 담가먹는 가정이 흔치 않다. 시장에서 쉽게 구입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매캐한 냄새와 번거로운 작업 때문이다.

더구나 아파트에 살면 더더욱 어려움이 많다. 하지만 요즘은 농협이나 지자체에서 질 좋은 메주를 공급하고 있어 메주를 쑤는 절차를 줄일 수 있어 장 담그기가 간편해졌다.

예로부터 장은 ‘정월 장’을 으뜸으로 쳤다. 음력 정월 말부터 3월 초 사이 날씨가 추울 때 담근다. 가을에 쑨 메주가 가장 잘 뜨는 시기이기도 하고 숙성과정에서 곰팡이가 생기거나 썩지 않고, 간을 짜게 하지 않아도 돼 소금이 적게 들기 때문이다.

장은 메주는 물론이고 물, 소금, 장독에 따라서 맛이 달라지므로 질 좋은 메주와 깨끗한 물, 적당한 양의 소금 그리고 장독을 갖추었다면 초보주부라도 장 담그기에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장 담그기 전 준비

●좋은 메주 고르기

잘 뜬 메주는 겉이 말라있고 노르스름하며 붉은 빛을 띤다. 속은 말랑말랑하면서 흰색이나 노란색이 띤다. 파랗거나 검은색이 나는 것은 균이 많이 들어가 있는 것이므로 좋지 않다.

●소금준비

장 담그기에는 소금이 제일 중요하다. 천일염을 미리 사서 간수를 빼서 준비하는 것이 좋다. 간수를 빼지 않으면 쓴맛이 난다. 장을 담그는 시기에 따라 소금의 염도를 달리한다. 정월 장에는 물과 소금을 10:3 비율로 맞추고, 날씨가 약간 따뜻한 2월과 3월에 장을 담글 때는 물과 소금의 비율을 10:4 비율로 맞춘다.

●물 준비

깨끗한 물 즉 맑고, 차고, 순하고, 냄새가 없는 물이 좋다. 생수나 약수를 떠다가 사용한다.

●장독준비

항아리에 구멍이 있는지 알아보려면 볏짚에 불을 지핀 후 그 위에 항아리를 엎어 놓는다. 항아리에 구멍이 있으면 연기가 새어나온다. 냄새가 밴 항아리는 참숯을 피워 항아리 바닥 가운데 넣고 꿀 한 종지를 부어 태우면 좋은 향이 퍼지고 내부가 소독된다.

●메주와 소금물의 양

장맛은 메주와 소금물의 농도와 햇빛에 의해 결정된다. 소금물의 농도가 너무 낮으면 장이 변질될 우려가 있고 농도가 너무 높으면 발효가 억제되어 장맛이 떨어진다. 그러므로 소금물은 장 담그기 하루 전에 미리 풀어놓아 침전물이 바닥에 충분히 가라앉은 후에 사용한다. 메주와 소금과 물의 비율은 1:1:3 정도로 한다. 간장의 양에 따라 물의 비율을 조절한다. 필요한 양의 물에 소금을 푼 다음 소금이 다 녹을 때까지 막대기로 휘휘 젓고 하루 동안 그대로 재워 두었다가 윗물만 떠서 장 담글 때 사용한다.

◆ 간장 담그기

① 메주를 솔로 문질러 물에 깨끗이 씻은 후 물기를 빼고 햇볕에 바싹 말린다.

② 미리 준비해놓은 소금물을 고운체에 다시 걸러 둔다.

③ 깨끗이 준비해놓은 항아리에 햇볕에 말린 메주를 차곡차곡 쌓은 후 ②의 소금물을 붓는다.

④ 물위로 메주가 1cm 정도 떠오르면 메주의 겉면에 소금을 한줌씩 뿌린 다음 숯, 고추, 대추 등을 서너 개씩 띄우고 뚜껑을 꼭 닫아 3일간 두었다가 열어 햇볕을 쪼여준다.

⑤ 망사나 광목으로 항아리 입구를 닫은 다음 40~60일 정도 숙성시킨다.

⑥ 40~60일 후 숯, 고추, 대추를 꺼낸 뒤 메주와 즙액을 분리한다.

⑦ 메주와 분리한 간장은 10~20분간 거품을 걷어내며 달인다.

⑧ 달인 간장은 완전히 식혀서 항아리에 붓고 뚜껑을 덮는다.

⑨ 항아리 입구를 망사로 씌워 이물질이 들어가지 않게 한 다음 햇볕이 좋은 날은 볕을 쬐면서 30~50일 정도 숙성시킨다.

◆ 진간장 만들기

재래간장에 검은콩과 통 멸치, 다시마, 표고버섯을 한데 넣고 달인 후 건더기는 건져내고 물엿을 넣어 다시 달이면 색이 검어지고, 간은 싱거워지며, 감칠맛 나는 진간장이 된다. 약간 불그레하면서 검은색이 나며 조청처럼 약간 농도가 있는 것이 잘 만들어진 진간장이다.

◆ 된장 담그기

① 간장의 장이 숙성되면 위에 떠 있는 메주는 큰 그릇에 건져내고 독 바닥에 가라앉은 메주를 긁어모아 한데 합하여 고루 섞는다. 이때 콩 조각이 드문드문 보여도 상관없다. 간이 싱거운 듯하면 소금을 약간 섞는다.

② 된장을 담을 항아리는 미리 깨끗이 씻어 바싹 말린 후 밑바닥에 소금을 약간 뿌린 후 된장을 담고 위에서 꾹꾹 눌러주고 다시 위에 소금을 얹어서 항아리 뚜껑을 덮어둔다.

③ 항아리 입구를 망사로 씌워서 맑은 날에는 햇볕을 쬐면서 한 달 정도 두면 숙성하여 맛이 든다.

※ 된장은 너무 오래두면 짜지고 단단하게 굳는데 이때 콩 삶은 물이나 순두부물을 부으면 촉촉해진다.

◆ 고추장 담그기

① 고추장용 메주를 솔로 먼지를 털어내고 물에 씻은 다음 잘게 쪼개어 채반에 놓고 바람이 잘 통하는 곳에 말린다.

② 메주가 마르면 곱게 가루를 낸다.

③ 색이 곱고 매운 고추로 골라 씨를 털어내고 곱게 빻아 준비한다.

④ 엿기름가루에 물을 조금씩 넣어가면서 주물러 엿기름물을 준비한다. (엿기름가루1: 물4)

⑤ 찹쌀가루를 익반죽하여 납작하게 빚어 끓는 물에 삶아 건지고 (삶은 물은 버리지 않고 보관한다) 뜨거울 때 쳐서 풀어 삶은 물을 부어 가며 된 풀 정도로 만든다.

⑥ 버리지 않고 보관한 삶은 물에 엿기름물을 타서 삭힌다.

⑦ 삭힌 물을 다시 끓인 다음 ⑤에 붓는다.

⑧ 완전히 식으면 고춧가루와 메주가루를 넣어 골고루 섞이도록 저어주고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⑨ 항아리에 담아 햇볕에 놓아 표면이 꾸덕꾸덕해지면 위에 소금을 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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