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이사온 알칸소주는 어느새 봄이 지나가고 여름을 맞이한다는 느낌이다. 이사하면 새 환경을 경험한다는 설레임이 있지만 그동안 정들었던 친구와 떨어져야 하는 아쉬움도 크다.

2000년 여름, 혈혈단신으로 미국에 도착해 맨땅에 헤딩하듯 이방인의 삶을 시작할 때 도움을 많이 받은 세 친구가 생각난다. 평생 잊지 못할 그들의 이름은 헤롤드, 션, 그리고 데이빗이다.

이들을 처음 만나게 된 것은 참으로 우연한 계기 때문이었다. 당시 난 학교에서 좀 떨어진 동네의 원룸에서 혼자 자취 생활을 했다. 내 차가 없어 스쿨버스를 타고 학교에 통학했다.

그날 오후 3시에 수업이 끝나 집에 가 밥먹고 잠시 쉬었다가 오후 6시 막차 버스를 타고 학교 도서관에 가기 위해 정류장에서 기다렸다.

30분 이상 기다린 후에야 버스가 도착했다. 근데 나이 많은 백인 운전사는 손을 저으면서 타지 말라고 했다. "무슨 말이냐, 난 지금 학교에 간다"고 말했지만 그는 막무가내로 거부하며 화를 내기도 했다. 이유는 막차 버스는 태운 사람을 내려줄 뿐 더 이상 태우지는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게 규칙이니 어쩔 수 없다고 했다.

통학 버스 규칙을 잘 몰랐던 나는 ‘운전사가 인종 차별하나’ 생각에 화가 나서 서투른 영어로 대거리를 하였다. 하지만 원칙은 원칙. 결국 나는 버스를 떠나 보내고 1km 떨어진 학교로 타박타박 걸어갔다.

그때 누가 뒤에서 빵~빵~ 하고 차창 밖으로 말을 걸어왔다. 그가 바로 션이었다. 그는 "네가 버스 안에서 운전사랑 말다툼 하는 걸 다 들었다. 그래서 내가 버스에서 내리지마자 널 학교까지 태워주려고 내 차를 몰고 왔다"고 말했다. ‘이런 천사 같은 사람이 있나’. 아무튼 션의 차를 타고 도서관에서 내렸는데, 션은 헤어지면서 자신의 연락처와 주소를 알려 주면서 앞으로도 차탈 일이 있으면 연락하라고 했다. 물론 나도 내 연락처를 적어 주며 고맙다고 말했다.

그 인연을 계기로 션의 집에 자주 가서 재미있게 놀았다. 션의 룸메이트가 데이빗이었다. 알칸소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한 데이빗은 열성적인 풋볼 팬이었다. 대학 풋볼 동아리팀의 코치도 맡고 있었다. 풋볼의 풋자도 모르는 내게 풋볼의 규칙과 미식축구 프로리그(NFL)의 올해 예상 성적과 기대되는 신인들, 공 잡고 던지는 요령 등을 가르쳐 주었다. 내가 풋볼에 빠지게 된 것도 데이빗 덕분이었다.

션과 데이빗이 다니는 교회의 리더는 헤롤드였다. 난 헤롤드도 소개를 받아서 그가 이끄는 성경모임에도 자주 참석했다. 잘 알지도 못하는 성경 구절을 영어로 공부하기도 하고, 같이 기도도 하면서 이국 생활의 어려운 때를 잘 넘겼던 것 같다.

헤롤드는 성경모임에서 만난 린지와 결혼을 했다. 린지는 일본계 의붓아버지 밑에서 커서 동양적인 취향을 갖고 있었다. 자연스럽게 나와 아내는 린지와 친해졌고 또 다른 미국 문화를 경험할 수 있었다.

션, 데이빗, 헤롤드 세 친구와 풋볼 경기가 열린 금요일 밤에 함께 모여 응원하던 때가, 그리고 성경 공부를 하던 그 시절이 가 지금도 생각난다.

션과 데이빗은 졸업 후 변호사가 되어 알칸소 주도(州都)인 리틀록으로 이사를 갔다.

어려운 시절에 만나 내게 도움을 주었던 그 친구들이 문득, 그립다. 지금쯤 그들은 무얼 하고 있을까.

염건웅 통신원(미국 알칸소대학 재학)


파티 문화와 친구 사귀기

캐나다와 한국 문화 중 크게 다른 점의 하나가 파티일 것이다. 캐나다 대학생들은 친한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여 자주 파티를 연다. 나도 캐나다에서 사귄 일본인 친구 덕분에 몇 차례 가봤다. 일본인 친구는 프랑스 유학 시절 만난 캐나다 친구들이 추천해서 캐나다에서 영어를 배우고 있었는데, 그 캐나다 친구들이 파티를 열 때마다 우리를 초대했다.

캐나다의 파티는 색다르고 재미있다. 장소는 대개 자신의 집이다. 캐나다에선 대학생이 되면 부모 곁을 떠나 독립해서 살기 때문에 파티를 열 경우 비용을 절약하기 위해 집에서 모인다. 술집에서 열면 가격이 비싸 비용을 감당할 수 없다. 그래서 파티 참석자들은 각자 먹을 것과 음료수 등을 준비해서 들고 가야 한다. 나도 항상 잡채나 김치 등 한국음식 한두 가지를 마련해 가져 갔는데 다들 좋아하고 잘 먹었다.

파티는 대개 밤 9시나 10시쯤에 시작해 밤새도록 즐긴다. 캐나다 대학생들은 시간 개념이 너그러운 탓인지 모임 약속 시간에 늦게 도착해도 별로 개의치 않는다. 지각한 학생들도 미안하다는 기색이 없다. 그들만의 시간 문화다. 그대신 놀 때는 지치지 않고 화끈하게 노는데 동양인들에게는 그 열기에 깜짝 놀란다.

파티 참가자들은 다양하다. 파티의 호스트와 친구가 아니더라도 ‘내 친구의 친구’, ‘그 친구의 친구’ 등을 내세워 얼굴을 모르는 친구들이 많이 모인다. 때문에 파티는 말 그대로 사교의 장이 된다. 파티의 규모가 커져도 처음 만난 사람들치고는 서로 다들 잘 어울리고, 자연스럽게 친해진다.

그처럼 캐나다 대학생들은 광활한 대자연의 영향을 받아서 그런지 대개 신나게 놀고, 화끈하게 즐긴다. 성격도 낙천적이다. 처음보는 친구를 사귀는 즐거움. 해외 유학이 주는 또 다른 소득이다.

박혜진 통신원 (캐나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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