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현지 시간) 오전에 벌어진 미국 버지니아공대 총기 난사 사건에 대한 미국의 반응을 전하고자 한다. 범인이 한국인 학생이 밝혀져 이곳 동포사회는 크게 놀랐다. 물론 미국 신문들도 조승희 씨의 사진을 대문짝만 하게 싣고, 방송사들도 시시각각으로 속보를 전하고 있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교민들이나 한국의 기업인들은 이 사건으로 한국의 이미지 손상을 크게 걱정하는데 비해 영국 등 유럽 국가들은 미국 정부가 신변보호를 위한 개인의 총기 소유 자유화를 집중적으로 비판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미국인들은 대학 내에서 일어난 총기 난사 사건에 충격과 애도를 표시하고 있지만, 총격 사건이 일상적으로 발생하기에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는 것 같지는 않다. 또한, 인종적 편견보다는 범인이 정신적 문제를 안고 있었다는 사실을 근거로 사건 원인을 분석하고 있다. 말하자면, 한국인이 범인이라는 것이 큰 이슈는 아니라는 말이다.

하지만, 한국 내에서는 한국인이 범인이기 때문에 한국인 모두가 죄를 지은 것처럼 반응하는 것 같다. 한국 TV에서도 범인의 국적이 한국인이며, 영주권과 조 씨의 가족사항과 살고 있는 집까지 상세히 보도하고 있다는 것을 들었다.

미국이 다민족 국가이다보니 인종이나 국적을 밝히는 경우는 많다. 그렇더라도 이번 사건은 조 씨 개인의 정신 상태에 문제가 있었던 것이지 한국인 모두의 문제로 일반화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미국인들 스스로도 대학 내 미비한 안전시스템과 정부의 총기 소유 자유화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고 여기는 분위기다.

그러므로 우리들도 버지니아공대 희생자들을 진심으로 추모하되 한국인임을 지나치게 부끄러워할 것까지는 없을 듯하다.


정진화 통신원(캘리포니아주 산호세 거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