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매년 5월 셋째주 월요일(올해는 21일)은 만 20세의 젊은이들이 청소년의 껍질을 벗고 성년으로 인정받는 날이다. 그렇지만 20대 성년들은 대부분 결혼하기 전까지 부모에게 의존하며 살아간다. 취직을 못하거나, 하더라도 부모에 얹혀 사는 젊은 층을 일컬어 소위 ‘캥거루족’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호주의 젊은이들은 다르다. 고등학교를 졸업 후 곧바로 직업전선으로 뛰어들거나, 아니면 대학에 진학하는데 어떤 경우든 대부분 독립적인 생활을 꾸려간다.

물론 예외적인 경우도 간혹 있다. 흥미로운 점은 직장에 취직하여 돈을 벌고 있는 20대들은 부모와 함께 살더라도 매달 일정액의 방값을 낸다는 것이다. 내가 호주에 유학해 머물고 있는 가정도 주인 아주머니와 성년 아들이 함께 살고 있다.

주인집 아들은 매달 우리와 똑같이 방값을 내고 생활한다. 시장에 가서 장도 보고, 요리도 스스로 알아서 한다. 처음에는 가족 구성원 사이에 왜 저렇게 이해타산적이고 정이 없을까 하고 의아했다. 하지만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호주의 다른 가정도 대개 이런 방식으로 살아간다고 한다. 성인이 되면 당연한 해야 할 의무라는 것.

성인이 된 자녀가 만약 방값을 내지 못한다면 그에 상응하는 집안일을 해야 한다. 예를 들면 잔디를 깎는다든지, 집 건물에 폐인트를 칠하든지, 거실을 청소하든지 밥값을 한다.

결혼식 문화도 한국과는 다르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부모가 모든 비용을 부담하고 신혼집까지 구해준다. 호주에서는 천만의 말씀이다. 결혼식 비용은 철저하게 결혼 당사자들인 두 남녀가 부담한다. 그 때문인지 결혼식은 간단하고 조촐하게 치러진다.

호주 정부는 젊은 층이 자립해서 살아갈 수 있도록 복지혜택을 지원한다. 20대 청년 실업자들에게는 매달 실업 수당이 나오는데 70만~80만원 정도 된다고 한다. 그것을 악용해 일부 젊은이들은 아예 일을 하지 않고 정부에서 나오는 수당으로 생활하며 놀러다니기도 한다. 한때 그 문제는 사회 이슈가 되기도 했다.

일찌감치 자녀를 자립시켜 홀로서기의 경쟁력을 길러주는 호주와 자식에게 모든 것을 주는 가족 사랑을 중시하는 한국의 문화 중 어느 것이 나은지는 모르겠다. 다만 한국의 젊은이들이 나약한 캥커루족이 돼서는 안 될 것이다.

조윤정 통신원(호주 퍼스 거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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