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이 없는 세상이란 이젠 상상하기조차 힘들 정도로 인터넷으로 연결된 네트워크는 이미 우리 생활 속 깊숙이 자리잡고 있다. 덕분에 세상이 예전보다 훨씬 가까워졌다. 하나의 예가 유럽의 한인 민박집 네트워크다. 인터넷을 클릭하면 유럽의 웬만한 도시에 있는 한인 민박집 정보를 쉽게 찾을 수 있다.

유럽에서 민박집을 운영하는 한인들은 다양하다. 유학생 부부에서부터 기러기 아빠, 조선족 여성, 그리고 자식들을 모두 출가시키고 노후를 즐기는 부부 등….

최근 나는 회사 업무 차 영국 런던에 들렀을 때 현지 호텔 대신에 한인 민박집에 머물기로 했다. 중년의 아저씨 3명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집이었다.

한 아저씨는 부인을 한국에 남겨두고 홀로 고등학생 아들을 뒷바라지하기 위해 영국에 온 기러기 아빠였다. 인상이 수더분했고 현재 떨어져 산 지가 벌써 3년째라고 했다.

마침 미국 버지니아주에서 고등학교를 다니는 한국인 유학생이 유럽에 여행 와서 나와 같은 방에 묵었다. 그의 아버지는 규모가 큰 외국인 회사의 한국지사장이라고 했다. 아버지 덕분에 그는 이미 한국에 있을 때부터 국제학교를 다녔고 지금은 영어로 대화하는 데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어까지 유창하게 구사할 수 있다고 했다. 벌써 글로벌화한 고교생이었던 셈이다.

나이가 지긋한 두번 째 아저씨는 한국을 떠난온 지 20년이 넘었다고 했다. 젊은 시절 건설회사에 근무하면서 여러 나라에서 생활했는데 지금은 돌고돌아 런던에서 살고 있다. 유럽에 살기를 좋아하는 것은 여기선 가진 돈이 별로 없더라도 살아가는 데는 큰 불편이 없기 때문이다. 세번 째 아저씨는 외출 중인지 민박집에 없었다.

21세기 들어 세계화는 어쩔 수 없는 시대의 거대한 흐름이다. 나라 간에 활발한 물류 이동에 비해 노동력의 이동은 여전히 큰 제약을 받고 있지만 예전보다는 많이 나아졌다.

지금 한인들은 급속히 세계 곳곳에 진출해 살고 있다. 나라는 작지만 특유의 근면성으로 성공신화를 일구며 한인의 우수성을 만방에 과시하고 있다. 이럴 때 가장 중요한 것은 그 힘들을 하나의 공동체로 엮는 것이다. 즉 한인 네트워크 구축이 절실하다. 요즘이 어떤 세상인가. 네트워크가 곧 국력인 시대가 아닌가.

인터넷 발달로 지리적 영토 개념은 점점 약해지는 이때, 우리 정부는 하루 빨리 세계 한인 네트워크 구축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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