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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팡증후군 강희용·박혜진(가명) 커플
[우리, 희망을 함께 나눠요] "롱다리·롱팔이 멋있기는 하지만 혈압관리 못하면 돌연사 위험"
유전자 이상으로 심혈관계에 치명적인 거인병

‘롱다리’가 추앙받는 시대이지만, 남모르는 고통으로 힘들어하는 이들도 있다. 최근 ‘거인병 논란’에 휩싸인 K-1 최홍만(키 218cm) 선수가 대표적인 인물이다.

남보다 훌쩍 큰 체격이 희귀질환의 영향이라니. 일반 상식의 허를 찌르는 희귀질환의 또 다른 얼굴이다.

최근 최홍만의 논란으로 세인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말단비대증(거인증) 외에도 장신에게 많이 나타나는 희귀질환이 또 있다. 2000년께 프로농구 기아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전 국가대표 한기범(키 205cm) 씨를 쓰러뜨렸던 ‘마르팡증후군’이다.

일반인보다 보통 머리 하나는 더 큰 사람들에게 나타나는 질환이라는 점에서는 두 질환이 흡사하지만, 뇌하수체 종양 때문에 성장 호르몬이 과다 분비되면서 각종 합병증을 일으키는 말단비대증과 달리, 마르팡증후군은 유전자 이상으로 심혈관계 결합조직에 영향을 초래하는 병이다.

돌연사 위험이 높다. 국내 3,000~4,000명의 환자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주요 임상 증상으로는 큰 키, 긴 손과 발가락, 평발, 척추 측만, 좁은 얼굴 등 골격계의 이상이 나타난다. 특히 대체로 하지가 상지보다 길며, 양팔을 좌우로 펼친 길이가 신장보다 길다.

“키가 크고 팔다리가 길어 운동 선수가 많고, 모델도 많은 ‘멋진’ 병이에요.”

6월 9일, 백년가약을 맺은 박혜진(가명)(34) 씨와 연하의 신랑 강희용(가명)(33) 씨는 서로 마주보며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마르팡증후군을 앓고 있는 두 사람은 "긍정적인 성격도 마르팡증후군 환자들의 공통점 중 하나"라고 말했다.

얄궂게도 두 사람의 운명적인 만남은 이 병 때문에 이뤄졌다. 마르팡증후군의 가장 심각한 합병증은 심혈관계 이상. 환자의 60~80%에서 대동맥 근위부의 확장이 관찰되며 심하면 대동맥 파열이 올 수 있다.

강 씨는 지난해 봄 이러한 심장대동맥의 2차 수술을 받고 병원에 입원해 있었고, 박 씨는 ‘말판증후군가족모임’ (cafe.daum.net/Happyhill) 환우회 대표로 환자들의 문병을 다니다가 첫만남을 갖게 됐다고 한다.

“유전병이라 결혼 적령기에 이른 환자들은 ‘배우자가 이 병을 이해해줄까’, ‘2세에게 대물림되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많아요. 그런데 우린 서로 같은 질환을 앓고 있어서 끙끙 앓지 않고 스스럼없이 고민을 나누고, 남보다 더 많이 이해해줄 수 있잖아요. 너무 감사하죠.”

부부는 “370여 명의 ‘말판증후군 환우 모임’ 중 공식 커플 1호”라며 “결혼 문제로 고민하는 다른 많은 환우들에게도 좋은 소식이 생겼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 씨가 병을 알게 된 것은 고등학교 때. 어려서부터 계단을 오를 때 숨이 차고, 달리기 등 체육활동이 어려워 여기저기 병원에 다녔지만, 어느 병원에서도 정확한 병명을 말해주지는 않았다.

막연히 심장병인 줄 알았다. 그런데 고등학교 2학년 어느 날 만난 한 의사가 “논문으로 썼던 희귀병의 증세와 흡사한 것 같다”며 마르팡증후군의 가능성을 처음으로 얘기해줬다. 이후 그 의사와 책을 펼쳐놓고 증상을 대조해보니, 거의 일치했다.

반면 강 씨는 20대의 청년으로 장성한 뒤 군대를 다녀올 때까지도 몰랐다. 박 씨는 “뚜렷한 이상 증상이 발현되기 전까지는 자신이 마르팡증후군 환자인 줄 모르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마르팡증후군은 심혈관계 이상이 주 위험 요인인 만큼 심장에 무리가 가는 심한 운동이나 상황은 피하고, 혈압 관리를 해야 하지만, 환자인 줄 몰라 속수무책으로 위험에 노출되는 경우가 많다.

대체로 대동맥 근위부의 확장과 판막 변성에 의한 폐쇄부전으로 사망하게 된다. 강 씨는 “당시엔 몰랐지만 유난히 키가 컸던 어머니가 40대에 갑자기 세상을 떠난 것도 지금에 와서 보면 그 원인이었던 것 같다”고 회상했다.

남자들의 경우 마르팡증후군 환자로 진단 받으면 군 복무가 면제된다. 그러고 보면, 아찔하다. 강 씨는 “정작 군대에 갔을 때는 몰랐지만, 지금 돌이켜보면 무사히 제대할 수 있었던 것이 천만다행”이라고 가슴을 쓸어내렸다.

강 씨가 몸의 심각한 이상 증세를 느낀 건 2000년께. 예비군 훈련 도중 심한 가슴통증이 왔다. ‘체했나’ 싶어 사나흘을 그냥 넘겼다. 동네 내과에서는 과로라며 “휴식을 취하라”고만 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흉통은 심해졌다. 결국 큰 병원으로 가서 대동맥 상행의 일부를 인조혈관으로 대체하는 열 시간이 넘는 대수술을 받고서야 끔찍한 가슴 통증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강 씨는 “마르팡증후군이 더 많이 알려져 환자들이 대동맥 파열의 위험으로 치닫기 전에 관리 및 치료를 받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모든 병이 그렇듯 마르팡증후군 역시 조기 진단으로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다. 혈관이 늘어나지 않은 경우는 예방 차원에서 혈압약 등을 꾸준히 복용하면 급사를 막고,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시력 관리도 중요하다. 마르팡증후군 환자들에게는 수정체 이탈과 망막 박리로 인한 근시, 녹내장 등이 합병되는 경우가 많다.

박 씨는 “마르팡증후군의 어린 자녀를 둔 부모님이 눈 수술 문제로 의견을 구할 때가 많다”며 “경험에 비춰보면 눈이 심각하게 나쁘면 학업뿐 아니라 정서적으로 악영향이 초래되기 때문에 가능한 빨리 치료를 받는 게 좋다”고 조언했다.

또한 마르팡증후군 환자들의 십중팔구는 취업 문제로 고민한다. 심장수술의 경우 대체로 10~15시간이 걸리는 대수술이고, 생사를 오가는 다급한 수술이기 때문에 성공적으로 수술이 끝나도 일상생활에 복귀하려면 보통 서너 달 이상이 걸린다.

게다가 꾸준한 정기 검진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재수술을 요하는 경우가 많아 직장 복귀가 쉽지 않다.

심장이나 눈 수술 외에도 기흉(氣胸,막강에 공기가 들어가 폐가 오므라드는 상태) 등의 합병증이 언제 올지 모른다. “지속적인 일을 하기 어려워 이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각하다”고 박 씨는 털어놓는다.

대학 졸업 후 과외교습을 해오던 박 씨는 2001년 망막박리 수술 후 이마저도 중단한 상태다. 다행히 강 씨는 지난해 중소기업에 취직했지만, 회사엔 병을 알리지 못했다. “작은 회사라 건강검진 진단서를 요구하지 않아 겨우 취업이 됐다”고 말했다.

여자들에게는 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상염색체 우성 유전이라, 한 부모만 질환을 가지고 있을 경우 자녀에게 병이 나타날 확률은 50%. 박 씨는 “자기가 아픈 건 견딜 수 있어도 자신 때문에 자녀가 아픈 건 정말 참기 힘든 고통이 아니겠냐”며 고개를 숙였다. 유전 가능성을 제쳐둔다고 해도 심장수술, 혈압약 복용 등으로 출산에 무리가 따를 수 있다.

하지만 박 씨는 마르팡증후군 환자들이 지나치게 희귀병이라는 굴레에 갇혀 우울하게 지내는 것을 경계한다. 그래서 그는 모임의 다음 까페 이름을 ‘해바라기 피는 언덕’이라고 지었다고 했다. 줄임말로 ‘해피’다.

“멀쩡하게 잘 살던 사람이 어느 날 희귀병이라는 진단을 받으면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다’고 해요.

하지만 마르팡증후군은 희귀병이라 해도 관리만 잘하면 일상생활을 할 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인가요? 희귀병이라는 굴레에서 벗어나 좀 여유롭게 마음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박 씨는 마지막으로 “마르팡증후군으로 진단 받으면 보건소 등에 등록하여 의료비 지원 혜택을 꼭 챙기라”고 당부했다.

■ 원인 및 증상







마르팡증후군(Marfan's syndrome)은 심혈관계의 결합조직에 영향을 미치는 유전성 질환으로, 근골격계와 눈에도 영향을 미친다. 약 75% 정도는 질환 유발인자를 부모로부터 유전받았고, 25% 정도는 유전자의 새로운 돌연변이로 발생한다. 특징적인 증상으로는 키가 크고 손과 발도 크다. 남녀 동일한 비율로 발생한다.

심혈관계 증상으로 가장 흔한 것은 승모판 탈출증(mitral valve prolapse)인데, 무증상인 경우가 많다. 심장 판막은 수축과 이완에 맞춰 적절히 열리고 닫혀야 하지만, 판막 탈출이 있을 경우엔 판막이 완전히 닫히지 않아 혈액이 심장으로 역류한다.

대동맥의 변이와 확장, 대동맥류, 대동맥혈액의 역류 또한 이 질환에서 흔하다. 치료하지 않으면, 생명을 위협할 수도 있다.

눈에 나타나는 영향으로 수정체 위치에 이상이 올 수 있고, 근시, 돌출된 안구, 평평한 각막, 녹내장, 백내장, 망막 박리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폐(허파)에 미치는 영향으로 폐(허파)의 탄성도가 감소하여 폐기종이 드물게 생긴다. 5% 정도에서는 기흉(Pneumothorax)이 생기기도 한다.

■ 진단 및 치료

조기 진단은 심혈관에 발생하는 문제들을 피하기 위해 중요하다. 이 질환의 진단을 위한 특정한 검사가 없고, 신체의 어느 부위가 영향을 받았느냐에 따라 진단이 다양하기 때문에 철저한 전신 신체검사가 필요하다.

특히 각 전문분야 의사에 의한 심초음파, 세극등 검사(Slit-lamp eye examination), 골격 검사, 가족력 확인이 필요하다. 마르팡증후군의 원인 유전자인 FBN1 유전자의 변이 여부는 혈액 검사를 통해서 알 수 있다.

근골격계 문제인 흉골의 변형과 척추측만증은 정형외과 의사의 관리가 필요하다. 10도 이상의 척추측만증은 수술을 해야 하지만, 어린이들의 경우에는 에스트로겐과 같은 호르몬을 이용하여 성장을 가속화하여 척추가 휘어지는 것을 어느 정도 막을 수 있다.

눈에 발생하는 문제에 대해서는 어린 시절부터 주의 깊은 관리가 필요하다. 눈에 발생하는 문제를 적절히 대처하지 못한다면 시력 저하나 장애가 올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눈을 외상으로부터 보호해야 하므로 미식축구, 권투, 다이빙과 같이 두부외상이 생길 수 있는 운동은 피하는 것이 좋다.

■ 전문병원

신촌세브란스병원 임상유전과 02-2227-1004/02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성형외과 031-787-7229

충남대학교병원 소아과 042-280-7240~1

경희의료원 흉부외과 02-958-8411~2

서울아산병원 의학유전학클리닉02-3010-4701

자료 참조: 희귀난치성질환센터(http://helpline.cdc.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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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6/11 12:16




배현정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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