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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균과의 전쟁] 세균이 돈 벌어주네요
날개 단 항균 생활용품 판매
건강·위생의식 높아지고 웰빙트렌드 확산으로 관련 시장 꾸준한 성장세



'휴대용 공기 청정기'


LG생활건강 '비욘드 디톡스라인'


옥션 'USB 공기청정기'


옥시 '데톨'


옥션 '슈조이 드라이팩'

항균(抗菌)이 생활용품 업계의 성공 키워드로 떠올랐다.

본격적인 장마철이 시작되면서 곰팡이나 세균 증식으로 인한 감염 질환 등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이에 따라 웰빙 컨셉트가 강화돼 사람들의 위생 걱정을 덜어주는 항균성 생활용품들이 날개 돋친 듯이 팔리고 있다.

회사원 양미연(26) 씨는 대형 할인마트에 들릴 때면 항균용품 코너를 즐겨 찾는다. 항균 비누에서 항균 스프레이, 항균 티슈 등은 여름에도 감기를 달고 사는 그녀에게 필수품이 된 지 오래다. 속옷이나 가전 제품도 기왕이면 ‘항균’이라는 수식어가 달린 상품으로 고른다.

양 씨는 “항균 제품을 사용해야 제대로 주변이 소독되고 청결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에는 다소 자극적으로 느껴지던 향도 자주 쓰다 보니 편안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김준수(30) 씨는 얼마 전 인터넷 쇼핑몰에서 공기를 정화해준다는 휴대용 공기청정기를 구입했다. 시내 길거리에서 가판을 하는 동생에게 줄 선물이다.

김 씨는 “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갖가지 기발한 상품들이 많지만, 휴대용 공기청정기는 오염된 도심 한복판에서 일하는 사람에게 가장 도움이 되는 선물인 것 같다”고 만족해했다.

이처럼 항균성 생활용품을 찾는 현대인들이 늘고 있다. 항균 전문 브랜드로 널리 알려진 옥시 ‘데톨’이 2004년 데톨 외용액, 항균 핸드워시, 항균 비누를 출시하면서 항균 제품 전문 브랜드로 국내 시장에 첫발을 내딛었을 때만 해도 국내 항균성 제품 시장은 거의 불모지에 가까웠다.

그러나 출시 4년 만에 매출이 5배가 넘을 만큼 성장했다. 이 회사가 내놓은 액상 형태의 핸드워시의 경우, 2004년 출시 첫해에는 30만 3,576개가 팔렸으나 2005년 40만 3,836개, 2006년 61만 8,720개가 팔려 나가는 등 급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 항균 가정용품 시장 한해 1,500억원대

이는 비단 ‘데톨’만의 성공 신화는 아니다. 전체 생활용품 시장은 저성장 추세이지만, 유독 항균성 가정용품 시장만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까지 커졌다. 2000년 이후 해마다 20% 이상 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건강을 염려하는 위생 의식이 높아진 데다 웰빙 트렌드가 맞물리면서 관련 시장이 눈부시게 성장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히 관련 상품의 신제품 출시도 붐을 이루고 있다. LG생활건강은 최근 항균, 항오염, 항먼지 기능의 바디 및 핸드케어 ‘비욘드 디톡스 라인’을 선보였다. 이 제품은 소나무의 어린 싹에서 추출한 피톤치드 성분을 함유하여 피부를 보호하고 각종 세균에 대한 항균,항염 작용을 하는 화장품으로 눈길을 끌고 있다.

유한킴벌리는 국내 최초로 항 바이러스 기능이 있는 티슈 제품인 ‘크리넥스 안티바이러스 티슈’를 출시했다.

로션 처리된 3겹의 티슈로 파란색 도트무늬가 있는 중간 겹에 항 바이러스 성분이 처리되어 있어, 기침 또는 재채기를 하거나 코를 풀 때 이 티슈를 사용하면 항 바이러스 성분이 더 이상 전염되는 막아주는 것이 특징이다.

전자제품이나 유아용품 시장에서도 항균 제품이 많다. 주로 은나노 소재를 사용했다는 유아용 젖병이나 의류, 아기띠 등은 보통 일반 제품보다 20~30% 이상 비싼 가격에도 수요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LG전자가 내놓은 ‘알러지 케어스팀 트롬’은 최고가 라인으로 출시됐음에도 드럼세탁기 판매량 중 30~40% 정도의 비중을 차지할 만큼 선전하고 있다고 LG 측은 밝혔다.

이 회사 홍보팀 나주영 씨는 “조금 비싸더라도 항균이나 몸에 이롭지 않은 물질을 제거하는 기능성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만족도가 높다. 향후에는 가전제품 시장이 제품 고유의 기능은 기본이고, 적극적인 ‘케어’ 기능을 지닌 상품으로 발전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아이디어 상품도 봇물을 이루고 있다. 오픈마켓 ‘옥션’에서 판매되는 휴대용 공기청정기는 하루 평균 100개 이상 팔리는 인기 상품이다. 또한 세균 번식이 쉬워 빨아도 냄새 나는 행주를 위생적으로 관리해주는 ‘행주 건조기’나 신발의 냄새와 세균을 동시에 잡아주는 ‘슈조이 드라이팩’ 등도 수요가 많다.

G마켓에는 과일 모양의 벽걸이형 항균 전화기나 세균 걱정 없이 음식물을 보관하는 다용도 보관함 등이 다채롭게 나와 있다. 속옷이나 양말 등 세균 보호가 필요한 제품들을 별도로 보관할 수 있는 항균 수납장도 눈에 띤다.

G마켓 상품기획팀의 백민석 팀장은 “은, 숯, 옥, 대나무 등의 항균 기능을 강화한 천연소재 제품들이 인기를 끌고 있으며, 갈수록 제품의 디자인, 색상이 화려해지고 활용도가 다양해지는 추세다”고 분석했다.

문제는 이러한 제품의 항균 기능에 대한 논란이다. 물론 이 중에는 질병 예방과 건강 증진에 도움을 주는 것들이 있지만, 항균이란 수식어만으로 소비자들의 민감한 세균에 대한 의식만 자극한 제품도 있다.

■ "항균 제품 과신은 금물"

한국소비자보호원에 따르면, 유아용 젖병 시장에서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는 ‘은나노 항균 젖병’18종(이 중 1종은 비은나노 항균 젖병)을 대상으로 항균력을 시험한 결과(2006년), 젖병 소재와 완제품 모두 항균력이 미흡했다.

조사 대상 제품 중 88.9%(16개 제품)는 제품이 탈취력, 신선도 증가 등에 효과가 있는 것으로 표기했지만, 이는 과대 표시된 것으로 소비자에게 잘못된 내용의 정보를 알려줄 우려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앞서 항균 섬유제품이나 항균 도마, 항균 행주 등‘항균’표시 상품에 대한 조사 등에서도 번번이 결과는 기대에 못 미쳤다. 항균력이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과신할 수준은 못 되는 경우가 주를 이뤘다고 한국소비자보호원 측은 밝혔다.

이러한 시험을 맡았던 한국소비자보호원 시험검사소 식품미생물팀 정현희 과장은 “현재 국내에는 제품에 ‘항균’이라는 단어를 사용할 때 최소한 항균력이 어느 정도 이상이어야 한다는 기준 자체가 없다”며 “소비자들에게 혼란스러운 시장의 이런 상황이 오랫동안 지속되고 있음에도 정부의 관리는 소홀한 실정”이라고 질타했다.

정 과장은 또한 “일반 제품에 비해 비싸게 팔리고 있는 이들 항균 제품이 과연 그만한 가치가 있는지 의구심이 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항균 제품이 궁극적으로 우리 몸을 보호하고 건강을 증진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인가도 뜨거운 논란거리다. 일반적으로 액상형 항균 비누는 기존의 고형 비누에 비해 항균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일반 비누가 피부에 묻은 세균을 희석시키고 씻어내는 것과 항균 비누가 세균을 죽이는 것이 결론적으로 어떠한 차이가 있는지는 명백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게 많은 전문가들의 견해다.

심지어 이러한 항균 제품을 자주 사용하면 항균 성분에 대한 내성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높다.

고대 구로병원 김우주 감염내과 교수는 “항균 비누가 일반 비누보다 건강 증진에 유익하다는 효과의 증명이 어렵고, 항균 제품에 관한 과신의 우려가 있어 권하지 않는다”고 잘라 말했다.

아름다운나라 피부과 이나영 원장 역시 “항균 비누를 자주 사용하면 피부에 균열을 일으켜 손 습진이 나타날 위험이 있다는 것이 보고된 바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감염성 피부질환이 있는 경우나 면역력이 약한 영유아가 사용하는 제품에 항균 성분이 함유돼 있다면 유익할 수 있다는 게 이 원장의 주장이다.

이 원장은 “청결한 생활을 위해 항균 제품을 사용하는 것은 바람직한 일이지만 사용이 과하면 자극이 되거나 피부 보호 작용을 하는 유익한 균마저 억제함으로써 오히려 부작용으로 돌아올 수 있으므로 적절한 사용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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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시간 : 2007/07/04 12:42




배현정 기자 hjba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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