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거리 운전·비행 땐 혈액순환에 신경을… 일사병·피부화상도 세심한 주의

“여름 휴가를 위해 1년을 일한다”는 프랑스인. 그들 수준은 아니라도 여름 휴가는 직장인들의 ‘다람쥐 쳇바퀴 도는 인생’에서 모처럼 상쾌한 대지를 만끽하는 짜릿한 순간이다.

7월 중순, 지루한 장마가 지나가고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본격적인 휴가철이 시작된다. 잠시 일상의 고민을 접어두고 자연의 품에서 휴식을 취할 때다.

그러나 일상에서 벗어나면, 건강에는 경계 경보가 울린다는 점도 잊지 말자. ‘집 떠나면 고생’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다. 휴가 전후 곳곳에 도사리고 있는 위험 요인과 이에 대처하는 건강 관리 방법 등을 전문의의 도움으로 알아본다.

■ 장거리 운전ㆍ비행 = 관절ㆍ혈액 순환의 '빨간 불'
1~2시간 운전 후 가벼운 스트레칭

장시간 운전은 척추 건강에 직접적인 무리를 주는 대표적인 행동이다. 현대유비스병원 이성호 원장은 “운전할 때는 허리에 두 배 가량의 하중을 받기 때문에 오랜 시간 운전하게 되면 허리와 어깨 등의 경직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1~2시간 운전한 후에는 차 밖으로 나와 가볍게 기지개를 켜거나 범퍼에 한 쪽 다리를 올려놓고 상체를 다리 쪽으로 굽혀주는 자세로 근육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차 밖으로 나와 휴식을 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면 운전석에서 기지개를 켜거나 몸을 쭉 펴주는 스트레칭을 해주는 것도 한 방법이다.

운전 시간이 긴 만큼 운전 자세도 중요하다. 엉덩이와 허리를 좌석 깊숙이 밀착시켜 앉아야 운전 중 허리 통증을 줄일 수 있다. 이때 등받이는 90도 가깝게 세우고, 보조 등받이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비행기 여행도 장시간이 되면 관절과 혈액 순환에 신경을 써야 한다.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게 되면 다리의 정맥에 혈전ㆍ혈괴가 생기게 된다. 이것이 폐동맥을 막아 호흡곤란이나 심폐 정지 등의 폐색전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고령자나 비만 환자, 음주 여행객은 특히 주의가 필요하다.

따라서 비행 중에는 수분을 많이 섭취하고 다리를 굽혔다 폈다 하는 운동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며 손쉬운 예방법이다. 위궤양 등의 질병이 없다면 혈액 응고 방지를 위해 아스피린을 한 알 복용하는 것도 좋다.

■ 햇볕 과다 노출 = 일사병ㆍ피부 화상
외출 땐 자외선 차단제 발라야

땡볕에 무심코 노출되면 피부는 화상을 입기 쉽다. 가무잡잡한 구리빛 피부가 여름에 매력적으로 보이기는 하지만 선탠이 지나쳐 화상을 입는다면 얻는 것보다 잃은 것이 더 많다.

화상은 방지하려면 자외선 차단에 신경을 써야 한다. 자외선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까지가 가장 강하므로 이 시간에는 되도록 직접 피부가 햇볕에 노출되는 것을 피한다.

외출 시에는 반드시 자외선 차단제를 바른다. 자외선 A, B가 모두 차단되고 SPF 25~30 이상 되는 높은 제품을 사용한다. 외출 30분 ~ 1 시간 전에 얼굴, 손, 귀 등 노출 부위에 골고루 발라주고 한번 발랐다 하더라도 3시간 간격으로 수시로 발라준다.

만일 피부가 붉어지거나 화끈거리는 화상을 입었다면 조기 처치를 해야 한다. 지미안피부과 김경호 원장은 “일광 화상을 방치할 경우 물집이 생겨 피부 염증을 일으킬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보통 자외선 노출 뒤 8시간 정도가 지난 뒤 피부가 가렵고 따끔거리기 시작해, 하루 이틀이 지나면 벌겋게 되고 통증이 온다. 이렇게 피부가 붉어지거나 화끈거린다면 먼저 손상 부위에 찬물이나 얼음찜질을 하는 게 좋다.

특히 찬 우유로 냉찜질을 한 후 알코올 성분이 없는 화장수를 차갑게 해 화장솜에 듬뿍 묻혀 얹어 두면 효과적이다.

물집이 생겼다면 병원에 가는 게 좋다. 염증이 생겨 곪을 수 있기 때문이다. 단순히 각질이 일어나거나 껍질이 벗겨진다면 억지로 떼지 말고, 피부가 건조하지 않게 하루 8잔 이상 충분한 수분을 섭취하는 것이 좋다.

일사병이나 탈수 증세도 따가운 햇볕 아래서 자주 발생하므로 유의해야 한다.

일사병은 강한 햇볕이 내리쬐는 한낮에 무리하게 일어나 운동을 할 경우 땀을 많이 흘려 몸 안에 수분과 염분이 모자라 생긴다. 두통 메슥거림 구토 식욕부진 등이 나타나며 심하면 근육경련 등으로 의식을 잃기도 한다.

한방에서는 이러한 일사병을 주하병(注夏病)의 범주 안에 넣는데, 이는 일명 ‘더위 타서 생기는 병’으로 날이 더워져 피로가 누적되고 몸의 저항력이나 면역력이 떨어져 생기는 것으로 본다.

만일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졌을 경우 환자를 시원한 곳에 눕히고 상자나 담요를 이용해 다리를 높여줘야 한다. 피가 뇌로 잘 전달돼 의식회복에 도움을 줄 수 있다. 그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고 열이 계속 올라가면 체온조절중추가 마비된 ‘열사병’일 수 있으므로 얼음 찜질을 해 체온을 낮춰주면서 가급적 빨리 병원으로 옮겨야 한다.

■ '몸'에도 휴식기 주는 건 필수
과도한 유흥으로 망가진 치아 관리

휴가 후에는 과도한 유흥과 불규칙한 생활로 흐트러진 심신을 정리해 주는 게 중요하다. 아무래도 이 시기에는 가장 큰 타격을 입는 것이 피부이므로, 진정과 보습의 꼼꼼한 피부 관리가 필요하다.

일단 달아오른 피부는 3~5일간 차갑게 관리한다. 피부 진정 효과와 함께 기미의 원인이 되는 멜라닌 생산을 감소시킬 수 있다. 심하게 달아오른 피부는 알로에, 오이, 감자 팩 등으로 진정시킨다. 피부에 자극을 줄 수 있는 메이크업은 보름가량 삼가는 것이 좋다.

만약 이미 피부가 검게 변하기 시작했거나 잡티가 많이 발생했다면, 미백 기능이 있는 화장품을 쓰고, 한달간은 주 2회 정도 팩을 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휴가 후에는 치아 관리에도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휴가 때엔 보통 밤 늦도록 술을 마시고 양치를 하지 않은 채 곧바로 잠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충치가 잘 생긴다.

아이들의 경우 장거리 이동의 지루함을 달래기 위해 평소에는 잘 주지 않던 과자나 사탕을 많이 주는 것도 치아 손상의 주 원인이 된다.

미소드림치과 황성식 원장은 “휴가 시기에는 평소보다 치아 관리에 소홀하고 맥주나 음료, 과자 등의 섭취 비율이 높아 충치 발생 빈도가 높아진다”며 “휴가지에서 돌아오면 평소보다 더 꼼꼼히 칫솔질을 해주고, 칫솔질만으로 깨끗하게 없애기 어려운 치태와 치석은 스케일링으로 제거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 어린이 건강 관리

여름 휴가 시기 가족 여행에서 가장 신경 쓰이는 것이 어린 자녀의 건강. 휴가 여행을 다녀오거나 여름 캠프를 보낸 후에는 가장 탈이 나기 쉬운 다음의 피부 질환을 주의 깊게 챙겨봐야 한다.

■ 접촉성 피부염.

여름에는 노출부위가 많아져 곤충에 물리거나 꽃가루, 나방 가루에 접촉돼 생기는 피부염이 많이 생긴다. 이들에 오염되면 산행 중이나 산행 후 팔목, 겨드랑이, 무릎 뒤 등 노출 부위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가려운 증상이 나타난다.

가려울 때는 대개 자기도 모르게 긁게 되지만 절대로 긁거나 문지르면 안 된다. 가려움증이 심할 때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해야 하는데 이 경우 반드시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 해충에 물려 전신적인 쇼크나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날 때는 병원에서 응급 치료를 받아야 한다.

■ 농가진

농가진은 벌레에 물렸거나 아토피성 피부염이 있는 아이가 상처부위를 글어 생긴 상처에 포도상구균이나 연쇄상구균이 침투해 생기는 병이다. 3~13세 어린이에게 흔한 이 피부병은 5~10mm의 물집(맑거나 노랑)이 생기며 빨갛게 번진다. 물집 주위가 몹시 가려워 조금만 글어도 터지면서 진물이 나다가 딱지가 생기는 것이 특징이다.

이 농가진은 전염성이 강하고, 손으로 만지는 곳은 어디든지 감염되기 때문에 형제나 또래 친구들에게 옮길 수 있다. 따라서 농가진이 번지지 않게 하려면 자녀의 손과 손톱을 깨끗이 하고 피부를 긁지 못하게 손에 붕대를 감아두거나 옷, 수건, 침구를 소독해야 한다.

특히 농가진에 걸린 아이들 중에는 급성신장염 등의 후유증으로 악화하는 경우도 있으므로 방심하지 말고 빨리 치료를 받는 것이 좋다.

● 물놀이 사고 응급처치 요령

아이가 물에 빠져 의식과 호흡이 없다면 즉시 인공호흡을 실시해야 한다. 만 1세 미만의 영아라면 입과 코를 구조자의 입으로 다 덮어서 하는 인공호흡이 효과적이고, 그 이상이라면 코를 막고 입과 입으로 하는 인공호흡이 필요하다. 그래도 의식이 돌아오지 않으면 흉부 압박을 하면서 119로 병원에 후송해야 한다.

■ 인공호흡 요령

1. 베개 같은 것은 어깨 밑에 넣는다.

2. 한 손으로 아래턱을 쥐고 입을 벌리고, 다른 한 손으로는 코를 쥔다

3. 한 번에 1초 정도로 2회 연속하여 천천히 숨을 불어넣으며 가슴이 부풀어 오르는 것을 확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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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현정 기자 hjbae@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