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홀로 여행·흥겨운 파티· 브런치… 자유로운 삶 만끽하며 '행복 찾기'

개인사업을 하는 박영환(40ㆍ미혼)씨는 얼마 전 혼자서 프랑스 파리를 여행했다. 그림감상이 취미인 그는 휴가를 이용해 파리의 미술관들을 둘러보며 문화적 지식과 소양을 쌓았다.

“결혼한 친구들을 보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위해 선뜻 돈과 시간을 투자하지 못하더라고요. 혼자 휴가를 보내는 게 힘들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으나, 자유롭고 여유 있는 싱글족의 휴가에 만족합니다.”

미혼인구의 전반적인 경제력 향상과 결혼관의 변화 등으로 미혼들의 삶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싱글은 외롭다’는 통념에 도전하듯 여행과 동호회, 파티와 같이 다양한 여가활동을 통해 당당하게 싱글라이프를 즐기는 싱글들이 늘고 있는 것.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2000년대 초부터 경제적으로 여유 있는 싱글들이 등장하면서 이들을 바라보는 시각이 긍정적으로 변해갔고 이와 관련된 각종 영업이 산업화되기 시작했다”며 “2002년부터 싱글을 위한 정보제공 사이트나 싱글커뮤니티, 싱글 여행상품 등이 본격적으로 등장해 이제는 싱글들의 생활문화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2002~2003년 싱글을 겨냥한 여행상품이 등장해 현재는 다양한 싱글여행상품이 속속 개발되고 있다. 모두투어는 지난해 8월 혼자 여행을 떠나는 고객을 대상으로 ‘위풍당당 싱글여행 이벤트’를 출시했다.

혼자 여행 온 사람들이 모여 자유로움과 편리함을 누릴 수 있도록 배려한 이 이벤트가 싱글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자 모두투어는 이후 위풍당당 싱글여행 상품을 지역별로 내놓고 있다.

올 여름에는 혼자 여행을 떠난 젊은이들이 태국 현지 젊은이들과 어울릴 수 있는 프로그램이 포함된 ‘서머 파티 인 푸켓’이라는 상품을 출시했다.

클럽메드코리아는 오는 10월 인도네시아 리아 빈탄 빌리지에서 싱글만을 위해 이색적인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클럽메드 리아 빈탄 싱글파티’를 실시한다. 2001년도부터 시작해 매년 한 두 차례 실시되는 클럽메드 싱글파티는 싱글들의 높은 호응을 얻고 있다.

재태크, 산악회, 댄스, 와인 동호회 등 인터넷을 중심으로 활성화된 각종 동호회 역시 싱글들의 여가생활에 활력소가 되고 있다. 동호회활동을 통해 외로움을 달래고 자기계발에 힘쓰는 싱글들이 많다.

와인동호회 ‘와인의 세계’의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봉수 씨는 “미혼만을 위한 동호회는 아니지만 정기적으로 오프모임에 오는 회원들은 80% 정도가 미혼”이라며 “미혼 회원들은 와인을 배우고 다른 회원들과 사교활동을 하면서 여가생활을 즐긴다”고 전했다.

싱글들을 중심으로 파티시장도 번성하고 있다. 경제연구소에 근무하는 이재호(38․미혼)씨는 주말이면 파티전문회사에서 주최하는 사교모임에 나가 다양한 직업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만난다.

파티전문회사 파티즌닷컴 이경목 대표는 젊은이들 사이에서 일반화되고 있는 파티문화를 통해 변화된 결혼관을 볼 수 있다고 한다.

“파티참석자 중 96% 이상이 미혼입니다. 이들이 파티에 오는 이유는 단순히 짝을 찾기 위해서가 아닙니다. 그보다는 폭넓은 인맥형성과 레크리에이션을 위해 오지요. 주말마다 맞선보는 풍경은 점차 줄어들고 파티장으로 몰리는 젊은이들이 많아지는 것 같습니다. 평생연애의 시대라는 말이 실감나요.”

한국트렌드연구소 김경훈 소장은 싱글여가상품의 특징으로 가족 내지는 전통적 가치관에서 벗어나 자기만족을 위한 소비라는 점을 지적했다. 즉, 예전엔 ‘소유’ 개념의 소비였다면, 지금은 시간 자체가 즐기는 대상이며 ‘대용’이나 ‘렌탈’의 개념이 강하다는 것이다.

싱글들의 여가생활은 ‘자유로운 삶’을 선호하는 노마드적 성향을 보여주며, 전통적인 가족체계의 변화를 예고해 주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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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