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주위에는 심심찮게 아파 죽겠다는 분들이 많지요? 여러분들, 그런 분들 중에서 죽는 사람 보았습니까? 절대로 안 죽습니다. 물론 고통이 심해 자살을 시도하는 사람이 있을 수는 있겠습니다만, 병 자체로 죽지는 않는다는 것이지요. 그렇지만 죽지 않는다고 이런 분들의 증세가 심하지 않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 고통으로 말하면, 오히려 진짜 죽는 사람들보다 훨씬 더 심합니다. 그런데, 아프다고는 해도 보기에는 멀쩡하고, 또 그런대로 할 일은 계속하니까, 가족과 주위의 관심은 점점 줄어 들게 됩니다. 그러면 ‘진짜 매우 아프다’는 표현으로 죽겠다라는 말이 자연적으로 붙게 된다는 것이지요.

아파 죽겠는데 안 죽는 병으로는 스트레스에 의한 기능적 질환이 대표적입니다.

머리가 지끈지끈 아픈 긴장성 두통, 위가 아프고 소화가 안 되는 기능성위장장애, 어깨결림부터 시작해서 온 몸의 근육이 다 아픈 근막통증증후군, 암이 아닐까 두려워지는 각종 증세들 등입니다. 여성들에게 흔한 갱년기장애와 관절염 등도 이런 병이고, 불면증, 공황장애, 건강불안증 등의 심리적 병도 여기에 속합니다.

아파 죽겠는데 안 죽는 사람들의 몸과 마음에 보편적으로 작용하는 것은 바로 불안입니다.

일단 불안을 느끼게 되면, 몸은 긴장하게 되고, 여러 가지 스트레스반응을 일으키게 되어, 원래 가지고 있던 증상이 더욱 심하게 느끼게 됩니다. 또 어떤 경우에는 사실은 불안의 증세인데, 그것이 원래의 증세라고 혼돈하기도 합니다.

불안은 자신에게 닥쳐오는 위험에 대해 안전하다고 여기지 못하거나, 불확실할 때 느껴집니다.

다리를 다쳤거나, 머리가 매우 아프더라도 그 이유를 정확히 파악하고 더 이상 나빠지지 않을 것이라는 것을 알면, 누구나 아무리 심한 통증이라도 잘 참아 냅니다. 그러나, 적은 통증이라도, 그것이 큰 병의 증세라든지 더 나빠질 것의 전조증세라고 생각한다면, 바로 불안이 찾아 오게 되고, 못 참는 것은 바로 이 불안이라는 것이지요.

반면에, 나는 전혀 안 아프고 문제가 없다는 병이 있습니다. 당뇨, 고혈압, 고지혈증 등의 만성질환과 그 결과로 나타나는 심장병, 뇌졸중, 그리고 암 및 알코올성 간질환 등입니다. 이러한 병들은 거의 끝까지 아무런 증세가 없습니다.

그러다가 끝에 이르면 증세가 나타나고, 그 때는 이미 늦어 상당수가 죽게 되거나 이전으로 되돌아가지 못하고 나머지 인생의 반을 병원에 의존하게 됩니다. 이렇게 안 아픈데 죽을 병을 ‘다행인지 불행인지’ 살아 넘긴 사람들은 자신도 괴롭지만 주위의 가족들이 죽을 때까지 괴롭히게 됩니다.

안 아픈데 죽을 병을 가진 분들 중에는 오히려 자신의 힘 쌤과 건강을 자랑하는 분들도 있습니다.

‘나는 젊은 사람과 경쟁해도 문제없어!’, ‘나는 술이 강해!’, ‘나는 힘이 쌔!’, ‘나는 정력도 강해!’, ‘나는 담배도 피우고 술도 많이 하지만, 헬스클럽을 다니니까 문제없어!’ 하는 등입니다. 정말 그럴까요? 이런 분들의 보다 본질적인 특징은 몸보다는 정신력이 강하다는 것입니다. 몸의 각 부분에서 오는 구명신호를 강한 정신력으로 무시할 수 있기 때문이지요.

몸은 틀림없이 젊은 사람보다 좋을 리 없는데, 젊은 사람도 못 당한다는 감탄을 즐기는 정신력을 갖고 있습니다. ‘건강검진을 했는데 아무 병이 없다고 해’라는 것도 미래를 보장하지 못합니다. 건강검진은 과거와 현재의 질병을 진단하지, 앞으로 올 미래의 병을 예측하는 데에는 소홀하기 때문입니다.

아파 죽겠다고 하는 병은 그래도 병원을 찾고 자신의 몸을 바꾸겠다는 동기를 부여 받지만, 안 아픈데 죽는 병은 그런 사전 경고를 받지 못하거나, 받아도 무시하기 때문에 문제가 됩니다.

자신에 대해 자신이 있는 것 같으나, 사실은 병원에 가서 의사에게 간섭 받는 것이 너무나도 싫은 경우도 있습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 '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 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여러 분들은 어떤 병을 갖고 있으신지요? 혹 안 아픈데 죽는 병은 아닙니까?

<저작권자 ⓒ 한국아이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