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국민이 가장 즐겨 하는 ‘삼겹살에 소주’가 발암물질이라고 하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하시지요? 우선 소주를 포함한 술부터 볼까요?

4년 전인가, 폐경기 여성들이 복용하는 호르몬이 유방암을 일으킨다는 미국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결과가 발표되자, 호르몬을 복용하던 많은 여성들이 공황상태에 빠져 복용을 중단한 사실이 있습니다.

그 이후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국립독성프로그램은 공식적으로 여성호르몬을 발암물질로 분류하기 시작했지요. 그런데, 그 발암물질 목록을 쭉 훑어 보면, 우리한테 가장 익숙한 물질 중의 하나가 바로 알코올입니다.

술이 일으키는 암을 살펴 볼까요? 대충 짐작이 가겠지만, 간암의 원인이 되고요, 여성의 유방암을 일으키며, 남녀 모두에게 구강암, 인후암 및 식도암의 원인이 됩니다. 모두 인체에서 발생되는 것이 증명된 경우이지요.

언론에서 문제가 되었던 말라카이트 그린이나, 납 같은 중금속도 동물에서만 발암성이 증명되었지, 인체에서는 단지 발암의 가능성만을 경고합니다. 알코올 같이 인체에 확실한 발암물질로 분류되지 않는다는 것이지요.

삼겹살에 소주는 암을 일으키는 또 하나의 원인인 비만의 위험성을 높입니다. 발암물질도 아닌데 비만은 어떻게 암을 일으킬까요?

최근 저도 연구자로서 참여한 한국남자 78만 명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만인 사람은 그렇지 않은 사람들에 비해서 담도, 갑상선암은 각 2.2배, 대장, 전립선암은 각 1.9배, 간, 신장암은 1.6배, 일부 폐암과 임파선암은 1.5배 많이 발생하는 것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는 사실 세계 각국에서 연구된 다른 결과와도 일치하는 것이었지요. 최근 10년 사이에 두 배 이상 증가하고 있는 비만은 바로 요즈음 증가하고 있는 암의 원인인 것입니다.

식품오염이다, 발암물질이다 하면 그렇게 놀라는 우리 국민인데, 어떻게 술과 비만에 대해서는 이렇게 관대할까요? 발암 위험이 높다는 과학적인 사실보다는 주위의 사람들이 다 마시고 괜찮다고 그러는데, 나도 괜찮을 거야 하는 군중심리가 자리잡고 있지는 않을까요?

술을 잘 마시는 것이 마치 체력이 좋고 힘이 센 것으로 혼동되고 있지는 않을까요? 사회 전체가 술에 의해서 돌아가고 있으니, 술은 필요악이다 라고 안위하고 있지는 않나요?

많은 사람들이 암을 예방하기 위해 나름대로의 노력을 하지만, 그 노력의 대부분을 먹는 음식을 선택하는데 기울이고 있습니다. 크게 보아서 육식보다는 채식을, 일반 농산물보다는 유기농을, 그리고 소위 항암효과가 있다고 하는 특정 음식을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선호를 합니다.

또한 조금이라도 유해물질이 있다고 하면 아무리 좋은 성분이 들어 있다고 하더라도, 질겁을 하고 먹지 않으려고 하지요. 그렇지만, 여태껏의 과학적 증거들을 종합해 보면 이런 식생활을 모두 실천한다고 하더라도, 비만인 사람이 체중 5kg을 빼는 것보다도 못하고, 술을 마시는 사람이 일주일에 소주 반 병 이하로 줄이는 것보다 못하다는 것이 결론입니다.

비만인 사람이 정상체중으로 감량하거나, 음주를 줄이면 남은 생애 동안 암 발생의 위험성이 각각 얼마나 감소될까요? 그 동안의 연구들을 종합해 보면, 그 효과는 각각 약 20-30% 정도가 될 것으로 추산됩니다.

즉, 앞으로 자신에게 일어날 암의 가능성을 4분의1에서 3분1까지도 줄일 수 있다는 것으로서, 이를 합치면 흡연자의 금연보다도 암 예방 효과가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여러분들도 진정 암을 예방해 보렵니까? 바로 여러분의 선택입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 '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 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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