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 소화제가 많이 소비되는 나라로 세계적으로 수위를 달리고 있습니다.

소화제의 주성분은 위, 십이지장, 췌장 등에서 분비되는 소화효소, 간에서 분비되는 담즙, 그리고 장내 가스제거제 등입니다. 이러한 성분들의 소화제가 소화가 안될 때 작용하는 것은 당연한 이치겠지만, 이 때의 신체반응을 보면 그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납니다.

소화제를 자꾸 복용하다 보면, 우리의 몸은 점점 소화효소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상실하고, 소화운동은 약해지기 시작합니다. 자신이 할 일을 대신 소화제가 해 주기 때문이지요.

몸에 음식이 들어오면 스스로 소화작용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라, 소화제가 들어올 때를 기다리게 됩니다. 이때 우리는 소화가 안 된다 라고 느끼는 것이지요.

처음에는 음식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소화가 안되었던 것이, 나중에는 소화제 그 자체가 소화불량을 일으키게 되는 것입니다. 증세만 치료하다 보니까, 몸이 원래 가지고 있던 기능을 회복할 기회를 갖지 못하게 하는 것이지요.

어렸을 때의 기억을 한번 되살려 보실래요? 그때는 소화기능이 왕성하여 쇠도 녹인다고 하였었지요! 그 때의 그 기능을 다 어떻게 잃게 된 것일까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습니다만 그 중의 세 가지만 예기한다면, 첫째는 한국인의 머리쓰기이고 둘째는 빨리빨리 기질, 그리고 셋째로 몸과 마음의 조건화를 들 수 있습니다. 머리쓰기란 소화작용같이 우리의 머리와는 관계없이 스스로 하는 기능을 머리가 지배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조금만 불편해도 안 된다고 판단하고, 약을 먹는 것이 몸에 좋다라고 하는 것이지요. 빨리빨리는 잠깐만 기다리면 잘 소화가 될 텐데, 그 사이를 못 참아서 바로 약을 먹는 것입니다.

음식에 대한 조건화는 과거에 어떤 음식을 먹고 탈이 났었다면, 그것을 머리와 몸이 기억하고 있다는 것이지요. 음식을 먹기 전에 기분이 나쁘다든지, 이것이 문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면 여지없이 소화가 안됩니다.

어떤 때는 음식을 먹기 전에는 생각하지 못하다가 탈이 나고 나서야 ‘아, 그 음식이었지!’하며, 다시 머리에 입력을 시키기도 합니다. 이런 상황이 몇 차례 반복되면, 우리의 머리와 몸이 조건화되어, 음식은 문제가 없는데도 몸이 과민하게 반응한다는 것이지요.

우리 몸의 증세라는 것은 대체로 목적이 있습니다. 증세 자체가 병이라기 보다는, 증세를 일으킴으로써 몸을 돌보지 않았던 우리들에게 일종의 경고 신호를 보낸다는 것이지요.

문제가 있으니, 그 원인을 찾아서 근본적으로 해결하라는 메시지인데, 그렇게 하지를 않고 불편한 증세만 없애려고 합니다. 그렇게 증세만 치료하는 것은 그때는 모면을 해도, 원래의 원인을 지속시키고 악화시키게 됩니다.

소화제를 만성적으로 복용하고 있는 사람들에 대한, 가장 좋은 치료는 각각 그 약을 끊고 일주일에서 2주일 정도만 버티라는 것입니다. 소화가 안돼서 부대껴도 2주간만 참아내면, 신체의 원래 기능이 되돌아 오고, 이러한 약들이 더 이상 필요치 않게 된다는 것이지요.

이런 증세가 며칠 지속되면 병이 키워질 것이라는 불안은 자신의 회복기능을 전혀 무시하는 처사입니다. ‘아파 볼테면 아파 보고, 소화가 안 될 테면 안돼 봐라’라고 자신에게 외쳐 보십시오. 진료실에서 제가 이런 처방을 내리면 환자들은 두 가지로 나뉘게 됩니다.

“선생님은 당해 보지를 않아 몰라서 그래요!”라고, 우선 증세를 치료해 달라고 조르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아차 그렇구나!”라고 깨달으며 1-2주 후에는 아예 완쾌되어서 오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여러분들은 어느 쪽을 선택하겠습니까?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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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