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이 넘쳐나는 현대사회에서 과식은 건강을 해치는 커다란 원인이다.
한국인의 삶은 거의 먹기가 반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산 밑이나, 골프장 주변에 그렇게 많은 음식점이 있는 나라, 해외 여행 시 유적은 잘 안 보아도 세 끼가 시원치 않으면 그렇게 불평을 하는 국민, 아침부터 저녁까지 음식프로그램을 TV에서 가장 많이 볼 수 있는 나라 등 그 증거는 매우 많지요.

삶의 재미에서 먹기가 반인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 중의 하나는 바로 ‘잘 먹고 잘 살자’일 것입니다.

그러나, 이런 ‘잘 먹고 잘 살자’ 에는 커다란 함정이 도사리고 있습니다. 이 말을 실천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너무 많이 먹고 있다는 사실이지요. 잘 먹고 잘살자 라는 생각은 이미 매우 시대착오적입니다.

과거 음식이 궁했던 시절에는 잘 먹으면 실제로 효과를 보았고, 보약도 효험을 낼 수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요즈음은 어떤가요? 집 냉장고나 슈퍼마켓, 식당 어디에서도 음식은 넘쳐 나고, 몸은 이미 잘 먹어서 영양과잉 상태에 이르렀지요. 목욕탕에 온 중년남자의 상당수가 배가 나와있는 것과 빠른 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비만, 당뇨병, 심장병 등이 그 또 다른 증거입니다.

암의 발생에 있어서도 잘 먹는 것이 오히려 원인이 되고 있습니다. 특히, 앞으로 발생이 증가하게 되는 암인 대장, 유방암과 식도 및 신장암의 공통점은 어떤 특정 발암물질이나 유전 또는 감염이 아닌, 바로 많이 먹어서, 비만이어서, 그리고 운동을 안 해서 생긴다는 점입니다.

우리는 암을 예방하기 위해서 소위 항암효과가 있다는 녹차, 상황버섯 등을 즐겨 마시며, 발암물질이 함유되어 있다고 하면 질겁을 하고 먹지 않으려고 하지요. 그러나 이러한 원인들은 많이 먹어서 암이 발생하는 위험성과는 거의 비교도 되지 않습니다.

잘 먹고 잘 살자가 육류를 줄이고 채식으로 돌아가자는 주장이라면 이것 또한 잘못된 것입니다. 최근 20년간 한국인의 육류 소비가 증가한 것은 사실이나 육식을 한 것이 우리의 문제를 일으킨 것이 아니지요.

우리의 문제는 육류의 섭취가 아닌 칼로리의 과다섭취와 이에 따른 체중증가에서 비롯된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생각은 마냥 과거에만 머물러 있고, 아직도 잘 먹어야 한다는 것이 금과옥조입니다. 철 따라 먹는 보양식이나, 입맛을 나게 하는 보약이 과체중이나 비만인 사람들에게는 독이나 다름없이 된 지가 한참 전인데도 말이지요.

문제는 무엇을 먹는가가 아니고, 얼마나 많이 먹는 가입니다. 그전보다 많이 먹거나 같은 양을 먹어도 칼로리가 높은 것을 먹는 것이 진짜 문제인 것이지요. 요즈음 한국인에게 부족한 영양소는 거의 없습니다. 굳이 찾으라고 하면 칼슘과 섬유질뿐이며, 이는 우유와 채소의 적절한 섭취로 쉽게 해결할 수가 있지요.

덜 먹고 잘살자. 덜 먹고 잘 살려면, 먼저 내 몸이 덜 먹어도 문제가 없다는 것을 체득해야 합니다. 평소 배고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들, 특히 “나는 한끼만 굶으면 큰일나!”하는 사람들은 24시간 단식을 해보면 그것이 그리 어렵지 않을뿐더러 몸에도 이롭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방법은 세끼를 24시간 동안 물만 마시며 굶는 것인데, 처음 두 끼까지는 힘들지만, 마지막 세 끼를 굶으면 오히려 위장이 편해지고 정신도 맑아지며, 일의 능률도 향상되는 것을 체험하게 됩니다.

이후부터는 세 끼를 꼭 먹되 약간 배고프게 먹으라는 것입니다. 식사시간을 20분 이상 가져가면 적게 먹어도 덜 배고프게 되고, 아침을 꼭 먹으면 하루 전체의 섭취량이 줄게 되며, 물을 하루 8잔 이상 마시는 것도 도움이 됩니다.

그 외에도 외식 줄이기, 외식 시 주로 한식 또는 일식 선택하기, 3-4인이 갔을 때 1인분 덜 시키기, 나온 음식 다 먹지 않고 집으로 싸가기 등이 평소의 습관이 되어야 합니다.

한식 백반 위주의 구내식당은 매우 훌륭한 선택이고, 밖으로 나가게 되면 되도록 인기가 없는 음식점으로 가서 그 중에서도 맛이 제일 없는 음식을 시키는 것도 처음에는 좋은 방법이 됩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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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