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습과 문화, 언어도 다릅니다만, 건강과 질병, 그리고 이를 치료하는 의료에 있어서도 한국인은 서양인과 많은 차이가 있습니다. 서양인의 가장 큰 질병문제는 첫째가 심장병, 둘째가 암이지요.

특히 심장병은 전체 사망원인의 3분의1이 넘습니다. 반면에 한국인의 심장병 발생은 서양인의 10분의1에 불과하지요. 둘째인 암은 서양인에게는 대장암, 전립선암, 유방암, 자궁내막암 등 비만과 관련된 암이 많은 반면,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위암과 간암이 가장 중요한 암입니다.

서양인에게는 이 두 가지 질병을 해결하면 전체의 60%가 되지만, 한국인에게는 25%밖에 되지 않습니다. 한국인에게는 아직도 간질환, 당뇨, 사고, 뇌졸중 등이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질병의 증세도 한국사람과 서양사람은 차이가 납니다. 한 예가 한국인의 심장병에는 협심증이 적다는 것입니다. 심장병은 심장근육에 산소와 영양을 공급하는 혈관인 관상동맥이 동맥경화에 의해 막혀서 일어나는 병입니다.

이 동맥이 막히는 과정은 서서히 일어나기 때문에 처음에는 협심증이라는 가슴 통증부터 시작이 되지요. 심한 통증이 있기는 하지만, 심장 근육이 손상되거나 심각한 부정맥이 오지는 않습니다. 이를 안정형 협심증이라 합니다.

안정형 협심증이 더 진행되면 심근경색 또는 불안정형 협심증이 옵니다. 어느 것이나 위급한 상태로 심장마비가 되어 응급치료를 받지 못하면 바로 사망하는 위험성이 매우 높지요.

서양인들은 이러한 경과를 거치는 사람들이 다수이기 때문에 협심증이 있을 때 앞으로 올 더 큰 위험을 줄이는 노력을 할 수가 있습니다.

문제는 심장병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한국인입니다. 서양인과는 다르게, 관상동맥이 좁아지고 있는데도 한국인은 협심증을 앓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많지를 않습니다.

그러다가, 첫 번째 오는 증세가 바로 심근경색이나 불안정형 협심증이 됩니다. 이런 경우에는 미리 예상을 하거나 대비를 하지 못했기 때문에 오히려 즉사가 되는 위험이 더 높습니다. 즉, 심장병의 첫 번째 증세가 죽음이라는 것이지요.

한편, 영양섭취를 보면 서양인은 지방섭취가 많아서 문제인 반면, 한국인은 대체로 균형식을 하고 노인으로 갈수록 오히려 지방질 섭취가 부족한 경향을 보입니다. 몸에 나쁘다는 콜레스테롤, 포화지방, 트랜스지방도 대부분 한국인의 섭취량은 위험한 수준이 전혀 아니라는 것이지요.

서양인을 건강하게 하는 법은 대체로 가장 중요한 문제인 심장병과 비만관련 암을 예방하는 것일 수 밖에 없습니다.

그런데, 한국 언론에서 보도되는 건강정보의 90% 이상이 바로 이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비롯됩니다. 이를 여과 없이 따라하다 보면 한국인에게는 도움이 안 되는 것을 하거나, 더 중요한 다른 질병들을 놓치게 됩니다.

그 대표적인 예를 몇 가지 들면 적당한 음주는 몸에 좋다, 콜레스테롤은 매우 심각한 문제이다, 트랜스지방은 매우 나쁘고, 오메가3는 매우 좋다 등입니다. 그렇지만 이들은 모두 심장병 예방에 맞추어져 있기 때문에, 심장병이 적은 한국인에게는 불필요하거나, 더 필요한 것을 하지 않게 하는 간접 해를 끼치게 된다는 것이지요.

한 예로, 적당한 음주를 하면 과연 심장병을 줄일 수가 있지만 동시에 한국사람에게는 뇌졸중, 간질환, 교통사고, 당뇨를 늘어나게 합니다. 결과로 봐서는 더 나쁘다는 것이지요.

독자 여러분! 여러분들은 서양인이 아닙니다. 건강정보를 듣게 될 때에는 그것이 서양인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 한국인을 대상으로 한 것인지를 반드시 따져 물어야 합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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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