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부부가 진료실을 찾아왔다. 이들은 모두 일찍부터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랐으며, 부인이 일하던 술집에서 만나 남편의 구애로 동거를 시작하였다. 결혼 생활은 8년째이지만 경제적 이유로 결혼식은 작년에 올릴 수 있었다.

남편은 한 달 반 전에 부인의 핸드폰에서 남자의 전화번호를 발견하였다. 부인이 채팅을 통해서 알게 된 남자를 만난 것이었다. 남편이 그 남자와의 관계에 대해 캐어물어도 부인은 몇 번 만나기만 하였지 아무 일 없었다고 하였지만, 남편의 의심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근무 중에도 수시로 전화를 하여 부인의 소재를 확인하거나 퇴근 후에도 두 사람의 관계를 추궁하며 폭력을 가해 부인이 며칠씩 가출한 적도 있었다. 남편은 가정생활은 물론 자신의 직장 생활에도 큰 피해를 주는 것 같아 상담을 받으러 왔다.

부인은 남편이 자신의 본심을 다 이야기 하지 않는 것 같다고 하였다. 부인은 자신의 전 직업 때문에 남편이 결혼 초기부터 자신을 시가나 친구들에게 소개하기를 꺼린다는 것을 알고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남편이 부인의 말은 듣지 않으며 일방적인 결정을 내리는 등 자신을 무시하거나 폭력을 가해도 할 수 없이 참고 지내왔다고 했다.

부부에게 크게 싸우거나 폭력을 가하게 되는 경우에 대해 질문하였다. 남편은 자신이 급하게 화를 내는 잘못을 인정하면서도, 아내가 잘 참다가도 가끔 말대꾸를 하여 자기를 자극한다고 부인 탓을 하였다.

하지만 부인은 남편이 평소에도 자신을 ‘야’, ‘너’라고 부르거나 ‘더러운 년’ 같은 심한 욕설을 하며 자신을 지나치게 무시하여 참을 수 없을 때 남편에게 대들게 된다고 하였다.

부인에게 듣고 싶은 말을 물었더니 그냥 남들 하는 대로 ‘아무개 엄마’라고만 불러준다면 아내로서의 기본적인 인정은 받고 있으니, 설령 그 다음에 안 좋은 이야기가 나오더라도 싸움 까지는 진행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였다.

치료를 받으면서 남편이 자신을 ‘아무개 엄마’라고 부르게 된 것에 대해 부인은 감사하면서 집 청소나 반찬 준비에 더 정성을 들이게 되었다.

남편은 자신이 조금 조심하는 것에 아내가 그처럼 감사하는 줄 몰랐다고 하며, 부인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기 위해서 더 노력할 것을 약속하였다.

부인은 자신이 원래 말이 적지만 표현을 전혀 않는 것도 아닌데, 이전에 몇 번 퇴짜 맞은 것 때문에 아예 포기하고 지내왔던 것 같다며 자신도 더 노력하겠다고 하였다.

필자가 부부에게 치료를 통해서 바라는 결혼 생활의 모습에 대해서 질문하였다. 부인은 남편의 마음이 안정되고 서로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랬다.

부인은 그 동안 자신이 못 느꼈던 사랑을 느낄 수 있다면 자신이 남편에게 최선을 다해서 더 잘해 줄 수 있을 것이며, 지금까지는 남편이 자신을 믿어주지 않아 집안에서 ‘바보처럼’ 살아야 했지만 사실은 남편이 공부하는데 도움을 주기 위하여 경제 활동도 하고 싶다고 하였다.

문제가 되었던 사건에 대해서는 남편은 아직도 의심이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았지만, 그것은 별 일이 없다는 것을 확인 받고 싶은 것이 더 큰 이유인 것 같다고 했다. 또 서로 지금처럼 노력한다면 그런 것은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라고 대답하여 치료를 종결할 수 있었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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