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를 끊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담배가 스트레스를 해소시켜 준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흡연은 인생의 유일한 낙이다”, “신체건강에는 나쁠지 모르지만 정신건강에는 좋다”, 또는 “정신 집중에 좋다”라는 애연가의 변이 생겼습니다.

실제로 상당한 긴장상태에 있는 사람들이 담배를 피우면, 그 긴장감이 풀리면서 몸이 가뿐해짐을 느끼게 됩니다. 생각이 잘 안 풀리고 기억이 잘 안 될 때, 딱 한 대 피워 물면 감쪽같이 머리회전이 되기도 하지요.

우울하고 불안할 때에, 담배는 언제나 나를 위로해 주고 안정시켜주는 친구가 되기도 합니다. 그러니 ‘이보다 좋은 스트레스 해소책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건강에 좀 해가 되더라도 “짧고 굵게” 살면 되지!’ 하며 자위해 봅니다.

여기서 흡연자들이 애써 감추려는 사실이 하나 있지요.

애당초 왜 긴장하게 되고, 왜 생각이 잘 안 풀리며, 왜 우울하고 불안해질까 라는 사실입니다. 대부분이 자신이 하는 일, 처한 상황 등 외부적인 요인이 자신을 그렇게 만든다 라고 대답하겠지요? 여기에 바로 함정이 있습니다. 같은 일, 같은 상황에서 비흡연자들은 흡연자만큼 긴장하지 않으며, 생각이 잘 안 풀리지도 않고, 우울해지거나 불안해지지도 않습니다.

이러한 증세를 일으키는 원인은, 다름아닌 니코틴부족 때문이며 바로 담배중독인 것입니다. 장기간 담배를 피우다 보면 니코틴이 내 몸을 지배하게 되어, 몸에 니코틴이 떨어지면 여러 힘든 증세를 만들어냅니다.

이럴 때 피우는 한 대의 담배는 이런 증세를 마치 마약같이 없애주기 때문에 여기에 넘어가지 않는 사람이 별로 없다는 것입니다. 담배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교묘한 사기꾼입니다. 담배는 카페인, 마리화나는 물론 술과 히로뽕보다도 더 강한 중독성을 가지고 있으며, 헤로인, 코카인, 모르핀, 아편 등만이 담배보다 더 강할 뿐입니다.

담배 끊기를 해보겠다고 마음먹거나 시도하는 사람은 매우 많습니다. 그러나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실제로 성공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것을 우리는 잘 알고 있지요.

저의 진료실을 찾는 흡연자 중 90-95%는 금연에 성공한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서, 스스로 금연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스스로 금연법의 전제는 끊으려면 심각하게 끊을 생각을 하라는 것입니다. “에잇, 오늘부터 끊는다!”라는 단순한 의지표명만으로는, 대부분 다 실패로 끝나곤 합니다. 완전한 금연을 하기까지는 약 2개월이 걸리고, 마지막 담배를 피우고 1개월이 지나야만 끊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첫째, 주요 스트레스와 술좌석이 없는 2개월을 금연기간으로 택합니다. 그런 날들이 없다면 일부러 만들어야 하겠지요. 둘째, 담배로 동료애를 나누었던 친구들에게 의리 없지만, 담배를 끊는다고 선언을 합니다.

협조가 잘 안되면 2개월간만 적으로 보고 아예 안 만나거나, 만나더라도 멀리 떨어져 앉습니다. 셋째, 담배 대신 손과 입을 만족시킬 수 있는 습관을 키웁니다. 흔히 애용되는 것은 껌, 사탕, 은단, 땅콩 등이며, 물을 자주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됩니다. 금연하는 도중 체중 5kg 증가는 당연한 것이며, 이는 금연 후 쉽게 감량할 수 있습니다.

넷째, 시중 약국에서 처방 없이 구입할 수 있는 니코틴대체제나 대용담배를 사용하면서, 2주간 담배를 줄여가기 시작합니다. 다섯째, 그 2주 후 담배를 완전히 끊습니다.

이때는 한마디로 총력전을 펴야 하는데, 금단증상으로 무장한 자신의 몸과 싸워야 하기 때문이지요. 여섯째, 금연 후 1개월 간은 화로에 남아있는 불씨나 다름 없어, 아차 하는 순간에 다시 활활 탈 위험성이 상존합니다. 총력전의 긴장을 풀지 말아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이 1개월이 지나면, 금연에 성공했다고 만방에 떠들어댑니다.

자, 이만하면 할만하지 않으세요? 그래도 안 되는 사람은 병원에 와서 금연약을 처방 받으면 됩니다.

대개 평균 2개월 정도 복용하면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쉽게 담배를 끊을 수가 있습니다. 50%의 성공은 보통이고요, 조금만 노력하시면 90% 이상도 금연에 성공할 수 있습니다. 잊지 말아야 할 점은 담배를 끊은 후에도 1개월은 약을 더 복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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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