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성 호르몬요법 꺼림직하면…대두·적클로버에 풍부… 효과 떨어지나 부작용 없어

■ 중앙대의대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 조언
승마 등 '허브치료' 효과 뛰어나
명상·요가·호흡요법도 효험
홍화는 골다공증 오히려 악화

지난해 폐경이 된 A(53세·여)씨는 1년 넘게 얼굴이 뜨겁고 화끈거리는 안면홍조 증상으로 고생하고 있다. 안면홍조는 갱년기 여성들이 가장 많이 경험하는 증상으로, 수면부족과 신경과민 등 일상생활에 큰 불편을 야기한다.

갱년기란 폐경으로 인한 여성호르몬의 결핍으로 난소기능이 저하되는 시기로, 폐경 전부터 서서히 비정상적 생리주기가 시작되는 때부터 폐경 된 이후의 수년간의 기간을 일컫는다. 갱년기에는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부족으로 열성홍조를 비롯해 건망증, 골다공증, 수면장애, 요실금, 우울증 등 다양한 신체적 정신적 증상이 나타난다.

한국갤럽이 2001년 자연 폐경된 한국여성 797명을 대상으로 직접적인 면담을 통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자연폐경 여성의 89%가 갱년기 증상을 경험했고, 11%에서만 아무런 증상도 없었다고 답했다.

갱년기 증상으로는 안면홍조가 61%로 가장 많았고, 다음이 건망증(48%), 그리고 근육통 및 관절통(46%) 순이었다. 갱년기는 하나의 노화현상으로 누구에게나 필연적으로 오는 것이지만, 오는 시기와 증상, 증상의 정도와 기간 등은 사람마다 다르다.

갱년기 증상은 대체로 시간이 경과하면서 자연히 낫게 되지만, 사람에 따라 7년 이상 증상이 계속되는 경우가 있고, 삶의 질을 떨어뜨리고 골다공증과 알츠하이머성 치매, 동맥경화증 같은 심각한 건강문제를 야기할 수도 있기 때문에 적극적인 관리가 필요한 질병이다.

중앙대의대 산부인과 박형무 교수의 진료실에는 갱년기질환으로 고생하는 여성들이 하루에도 30~40명씩 줄을 잇는다. 대부분의 환자에게 박 교수는 여성호르몬을 보충해주는 호르몬요법을 권한다.

박 교수에 따르면, 갱년기 질환은 여성의 혈관, 피부, 골, 비뇨생식계, 뇌 등 모든 신체기관의 기능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여성호르몬의 부족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여성호르몬제의 보충으로 갱년기환자의 80~90%는 증세가 완벽히 치료된다.

그러나 환자 중에는 여성호르몬제 복용이 유방암과 뇌졸증, 혈전 등의 위험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이를 크게 꺼리는 이들이 많다.

미국 국립보건원의 여성건강연구원(Women's Health Initiative)이 지난 2002년 약 8년 6개월에 걸친 연구 결과 여성호르몬제의 투여가 유방암 등의 발병위험성을 높인다는 발표를 내놓은 후 선진국 여성들은 물론 국내에서도 여성호르몬제 사용이 급감했다. 뿐만 아니라, 여성호르몬제는 약의 의존도가 높다는 단점이 있다.

이런 이유로 호르몬치료를 통해 갱년기 증세의 호전을 기대하기 보다는 안전성을 택하는 경향이 세계적으로 두드러지고 있다. 박 교수는 그런 여성들에게 갱년기 증세를 그대로 방치하지 말고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복용과 허브사용, 운동과 식이요법 등 다양한 대체요법을 권한다.

"갱년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분들은 효과가 떨어지더라도 안전성을 최우선적으로 고려하는 분들이 많아요. 국내의 경우 여성 갱년기 질환으로 고생하는 환자들 가운데 12~15%만이 합성 여성호르몬제를 사용합니다. 나머지는 그대로 방치하거나 대체요법 혹은 한방치료를 받아요.

부작용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면 그냥 방치보다는 효과가 검증된 대체요법을 사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갱년기 여성들에게 가장 효과적인 대체요법은 식물성 에스트로겐의 복용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은 식물에서 유래하는 천연화합물로서 인체 내 에스트로겐과 구조적 혹은 기능적으로 유사성을 보인다. 콩과 식물인 대두는 이소플라본(isoflavones)이라는 에스트로겐의 주된 성분이 가장 풍부하게 함유된 식물이다.

대두와 함께 적클로버(triolium pratense)도 이소플라본이 풍부한 식물로 꼽힌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이 풍부한 대두나 적클로버의 섭취는 부작용에 대한 염려가 거의 없다.

대신 합성 여성호르몬제에 비해 효과는 많이 떨어진다는 게 박 교수의 설명이다.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1일 평균 22mg~25mg 섭취했을 때 안면홍조 증세의 경우 40~50% 정도를 완화시키는 효과가 있는 것으로 다양한 연구결과 나타났다.

이밖에도 식물성 에스트로겐을 섭취하면 골다공증의 예방과 치료 등 거의 모든 갱년기질환이 어느 정도 호전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뿐만 아니라, 일부 연구에서는 대두 혹은 이소플라본의 섭취가 유방암과 심장병의 위험성을 감소시킨다는 결론을 내놓기도 했다.

승마(black cohosh) 등 허브요법도 증세 완화의 효과가 뛰어난 대체요법이다.

승마를 복용하면 갱년기 증세의 35~50% 정도가 감소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승마가 갱년기 증세를 완화시키는 것은 도파민(dopamine)과 세로토닌(serotonin) 등 신경수용체(neurorecepter)를 통한 중추신경작용에 의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승마는 현재 일반약품으로 분류돼 시중 약국에서 구입할 수 있다. 그러나 6개월 이상 사용은 권장되지 않는다.

박 교수는 명상이나 요가, 호흡요법 같은 심신요법도 갱년기 증상을 치료하는데 상당한 효과가 있다고 설명한다.

“아침과 저녁에 호흡법을 시행해주면 열성홍조 증세가 50~60% 가량 경감됩니다. 아마도 중추교감신경의 활성감소에 의한 작용으로 보는데요. 이밖에 마사지나 척추조정요법, 동종요법 그리고 자석을 이용한 자기요법이 폐경기 질환 치료에 경미한 개선효과가 있습니다.”

비타민 E 복용이나 태반주사요법, 운동, 식물에서 추출한 천연 에스트로겐호르몬을 사용하는 생체동등호르몬요법 등도 부작용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대체요법이다.

물론 효과는 합성호르몬제보다 현저히 떨어진다. 그러나 대체요법 중에는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것과 달리 효과가 없는 것도 많다.

박 교수는 대표적인 것이 당귀나 인삼, 달맞이꽃종자유, 은행, 감초, 비텍스 같은 약초라고 지적했다. 또, 골다공증 환자들이 많이 사용하는 자연치료제 홍화는 효과가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증상을 악화시키는 경우도 있어 주의를 요한다.


전세화 기자 candy@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