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부터 5-6년 전 제가 비만전문의가 되기 시작한 초기의 이야기입니다. 살이 많다고 방문한 여성들에게 저는 여러 번 속았던 기억이 납니다. 틀림없이 얼굴도 갸름하고, 팔다리도 날씬해서 흠잡을 데 없는 체형 같은데, 체지방을 재면 영락없이 35%를 넘는 것이었습니다. 아니 이 많은 기름이 도대체 몸의 어디에 숨어 있지 하며, 고개를 갸우뚱한 적이 많았었지요.

여성들은 남성들에 비해, 몸의 지방량이 많습니다. 남성이 몸무게에 대한 지방비율인 체지방율이 25%를 넘으면 비만이라고 정의하는 반면, 여성들은 이 수치가 30%를 넘어야 비만이라고 정의합니다. 남성들은 지방의 상당량이 뱃속의 내장지방으로 축적되는 반면, 여성들은 지방의 대부분이 피하지방, 즉 겉으로 드러나는 지방으로 축적이 됩니다.

여러분들도 여성의 어느 부분에 살이 숨어 있는 지를 이제는 잘 아시겠지요? 다름아닌, 배꼽 밑부터 허벅지 중간까지 입니다.

이 부분에 가장 많은 지방이 밀집해 있는데, 체형을 조정해 주는 여러 장치들이 바깥으로 드러나지 않게 해주기 때문에 쉽게 속았던 것이었지요. 남성들의 내장지방은 아무리 눌러도 들어가지 않기 때문에 가리기가 쉽지 않지만, 여성들의 피하지방은 거죽에 있어 그리 어렵지 않게 그 모양을 변화시킬 수 있습니다.

들어가 보이고 싶은 쪽은 누르고, 나오고 싶은 쪽은 느슨하게 하여, 여성들의 체형을 만들어 주는 것이지요. 이런 목적을 달성하게 해 주는 것이 바로 보정속옷이라는 것입니다. 겉옷 속에 입기 때문에 겉으로 보아서는 멀쩡하지요. 올인원 또는 거들 등이 그 대표적인 예입니다.

배꼽부터 허벅지 중간까지의 비만을 모양이 삼각형 같다고 해서 삼각비만, 또는 하체비만이라고 하고, 한국여성과 같은 동양인, 그 중에서도 20대부터 40대까지의 젊은 여성에게 흔한 형이 됩니다. 이 체형은 앞에서 보면 날씬하지만, 뒤에서 보면 확연히 드러납니다. 허리는 날씬하고, 엉덩이는 상당히 펑퍼짐한 모습이지요.

한국여성이 더 나이를 먹으면, 하체비만이 몸체비만으로 전환하게 됩니다. 배꼽 아래로 지방이 축적되었던 것이 점차 그 위로 올라가 몸뚱이 전체가 뚱뚱해지는 것입니다. 이 때는 모양이 사각형 같다고 해서 사각비만, 또는 몸체비만이라고 합니다. 이 체형은 앞으로 보나, 뒤로 보나 누구나 쉽게 알아챌 수가 있지요. 이렇게 나이에 따라 차이가 나는 것은 여성호르몬이 어느 정도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보정속옷은 급한 상황에서 여성의 살을 잘 감춰주지만, 여성의 건강에는 여러 가지 나쁜 영향을 미칩니다. 첫째는 위장기능을 약화시킵니다. 위장병, 변비 등이 더 잘 일어나게 되지요.

둘째는 혈액순환 장애입니다. 주로 허리부분에 강한 압박을 가하기 때문에 하체에서 올라오는 혈액과 체액의 흐름을 막아 다리부종이나 하지정맥류가 더 잘 생길 수 있습니다. 셋째는 간접 해로서 보정속옷에의 의존입니다. 보정속옷으로 그런대로 넘어갈 수 있으니까, 정작 체중을 감량하고 몸매를 만드는 일에는 소홀하게 됩니다.

하체비만이든, 몸체비만이든 빼는 방법은 같습니다.

다만 하체비만인 경우에는 얼굴과 팔다리가 먼저 가늘어지는 과정을 거친 후 하체가 빠지고, 그 후에는 얼굴과 팔다리는 제 모습을 찾는다는 점이 다를 뿐입니다. 이제, 봄이 되고 여름이 되면 보정속옷은 더 이상 그 마술의 힘을 발휘하지 못합니다. 계속 한 숨만 쉬겠습니까? 아니면 보정속옷이 필요 없게 살을 빼시겠습니까?

■ 유태우 교수 약력

서울대병원 건강증진센터/원격진료센터 책임교수

MBC 라디오닥터스 진행

KBS 건강플러스‘유태우의 내몸을 바꿔라’진행

<저서> 유태우교수의 내몸개혁 6개월 프로젝트

가정의학 누구나 10kg 뺄 수 있다

내몸 사용설명서, 김영사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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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우 tyoo@snu.ac.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