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열애 끝에 결혼 골인한 어느 신혼부부의 갈등과 화해

결혼한지 9개월 된 28세 동갑의 신랑 신부가 상담을 받으러 왔다. 이들은 21세에 대학 미팅에서 만나 6년의 연애 끝에 결혼했다. 이들은 연애할 때와 달리 결혼 후에 사소한 싸움이 많아져서 과연 앞으로 같이 살아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려 중이었다.

신부의 말에 따르면 결혼 전 연애 때는 신랑이 신부에게 구애를 하면서 편지도 자주 보내고 함께 놀러 다니거나 각종 이벤트 같은 계획이 많았다. 그러나 신랑이 군대에 다녀오고 나서 이런 즐거움이 점점 적어져 갔다.

결혼 후에는 신부가 사정을 해도 편지나 문자 메시지를 보내지 않을 정도로 신랑의 태도가 달라졌다는 것이었다. 차츰 말다툼이 늘면서 둘 사이의 성관계도 적어져서 신부의 불만은 더 커져만 갔다.

신랑 역시 결혼을 하고 보니 서로의 관심사나 인생관이 너무 다르다는 것을 깨달았다. 애정표현 방식이나 가족들에 대한 생각도 상당히 달라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다고 했다.

결혼 전에는 자유롭게 애정표현을 할 수 있던 마음이 의무처럼 바뀌게 되었다. 신랑은 서로 개별적이고 사적인 부분을 존중하기를 바랐지만, 신부는 신랑에게 하루 종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다 알고 싶어 했다. 신부는 신랑이 이야기를 해주는 내용에서 신랑의 말이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핀잔을 주곤 했다. 신랑은 자신이 마치 어린애가 되어 일거수일투족이 감시 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무슨 이야기를 하려면 조심해서 하다 보니 나중에는 일상적인 이야기만 하고 그치게 되었다. 신부에 대한 성적 욕구도 줄어서, 신부가 접근해오면 오히려 자신이 더 위축되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신부는 신랑의 말을 듣고서 실망이 더 커졌다. 자신은 신랑의 하루가 궁금하고 신랑의 말을 더 잘 듣기 위해 말했던 것이 오히려 감시하고 핀잔하는 것으로 오해 받을 줄은 몰랐다. 신랑도 자신의 하루 생활에 대해 물어보고 관심을 가져주기를 기다렸지만 신랑은 피하려고만 했다. 예전에 서로 사랑한다고 믿었던 것이 착각이었던 듯 싶어져, 더 늦기 전에 서로 잘 맞는 상대를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하기에 이르렀다.

결혼이 연애의 연장에 있지만, 결혼생활은 연애생활과는 상당히 다를 수 있어서 많은 신혼 부부가 갈등을 겪게 된다. 더구나 남성과 여성의 사고방식이나 의사표현 방식은 상당히 다르기 때문에 신혼기의 불안과 갈등이 증폭되기 쉽다. 이처럼 서로 다른 것을 받아들이지 않고 상대가 잘못된 것으로 주장하면 아무리 작은 싸움도 결코 풀어질 수 없게 된다.

남성에 있어서 사랑 고백은 한 번만 하는 것이지 여러 번 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잡은 물고기에는 미끼를 주지 않는다는 표현을 쓰기도 한다. 그러나 여성은 수없이 확인 받고 싶어 한다. 백송이의 장미 한 다발보다 한 송이의 장미를 백 번 받는 것이 더 좋은 것이다.

또 남성에게 언어는 무엇을 하기 위한 도구여서, 무슨 말을 한다는 것이 무언가가 잘못되었다는 의미로 받아들여지기 쉽다. 반면에 여성들은 서로의 친밀감을 확인할 수 있는 도구로서 대화를 필요로 한다. 신부 역시 신랑의 말에 대해서 자신의 의견을 알려주는 것이지 상대를 고치려거나 핀잔을 주려는 것이 아니었다.

남자는 굳이 많은 말을 하지 않더라도 자기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아내에게 사랑한다는 확인을 줄 수 있다. 부인들 역시 남편의 말없는 것이 불만의 표현이 아니라 만족하는 상태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면 불필요한 싸움을 줄일 수 있는 것이다.

박수룡 백상신경정신과 의원 부부치료클리닉 원장 www.npspecialis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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