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나체의 독특한 복장·여인들 두꺼운 목굴레 특징

인도 중동부 오릿사주의 산악지대에 인도아대륙에서 가장 원시적인 삶을 사는 소수민족 본다족이 살고 있다. 이들의 독특한 풍습과 복장으로 인해 외부인들은 본다족을 별종의 인간으로 보지만 정작 본다족은 스스로를 ‘인간’이란 뜻의 ‘레모’라고 부른다.

본다족의 주거지가 워낙 깊은 숲 속에 자리하고 있어서 이들을 만나기란 쉽지가 않다. 본다의 마을을 방문하기 어려운 또 다른 이유는 바로 그곳이 오릿사주 산악지대에서 급진적 마오주의 농민무장운동을 펼치는 낙살라이트 게릴라들의 준동 지역에 속해 있기 때문이다.

본다족의 본거지인 말칸기리 산림에는 본다 외에도 약 10여개의 소수민족들이 섞여 산다. 그중 본다는 가장 멀리 떨어진 오지에서 작은 촌락을 이루어 살아가고 있다. 그런 이유로 본다족을 만나려면 일주일에 한번씩 이들이 바깥 나들이를 하는 주일 시장을 찾아야 한다.

장이 열리는 날 새벽, 산길이 끝나는 곳에서 기다리고 있으려니 동이 틀 무렵에 삼삼오오 산에서 내려와 마을로 향하는 본다족 남녀를 만날 수 있었다. 이들은 장이 열리는 시간에 맞추기 위해 새벽 4시경 산 속의 마을을 출발했다고 한다.

본다 여인들은 산에서 채취해온 말린 나뭇잎을 한자루씩 머리에 이고 있다.

빈디라는 이름의 이 나뭇잎은 시장 주변의 식당에서 접시 대용으로 사용하는 것이다. 10킬로그램 정도의 나뭇잎 한 단을 시장에 내다팔아 버는 돈은 2천원 정도. 이 돈을 벌기 위해 하루종일 산에서 나뭇잎을 채취해 말리고 장날 꼭두새벽부터 일어나 20킬로의 산길을 걸어온 것이다.

본다족을 특징짓는 것은 그들의 독특한 복장이다. 외부세계와의 접촉이 조금씩 늘어나는 요즘에도 본다족은 반나체의 복장을 고수하고 있다. 여인들은 상반신에 옷을 걸치지 않고 수많은 작은 구슬이 달린 목걸이만으로 가슴을 살짝 가린다. 하체에는 간단한 천 조각을 두르고 가느다란 끈으로 살짝 동여맨다.

오늘날 인도에서 의복을 입지 않은 채 목걸이만을 걸치고 사는 소수민족은 본다족이 유일하다. 또 본다족 여인들은 목에 은합금으로 만든 두꺼운 목굴레를 서너개씩 차고 다닌다.

마치 알루미늄처럼 생겨 가벼워 보이지만 실제 들어보니 하나의 무게만도 돌덩이처럼 무거웠다. 이런 무거운 장신구를 밤에 잘 때도 벗지 않고 목에 단 채로 잠을 자는 것이다. 본다족이 인도대륙의 강력한 힌두문화에도 영향을 받지 않고 독특한 풍습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거주지가 도시에서 멀리 떨어진 오지였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본다족의 거주지인 말칸기리 산림에서 대규모 보크사이트 광상이 발견되어 개발의 손길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주정부에서는 여기에 광산과 함께 제련공장까지 건설하여 본격적인 알루미늄 생산단지를 만들어나갈 예정이다.

오랜 세월동안 전통적인 생활양식을 버리지 않고 살아온 본다족의 운명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주정부에서는 이들에게 이주비를 주고 저지대에 새로운 보금자리를 만들어주겠다고 하지만 정작 신정착지에서는 본다족이 마땅히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이미 대형 포크레인들이 본다족의 마을로 들어가는 입구에서 숲을 밀어내는 모습이 자주 눈에 뜨인다. 인도에서 가장 장구한 역사를 가진 소수민족 본다는 이제 자신들을 몰아낼 포크레인 소리를 들으며 수천년간 살아온 고향을 떠날 날을 불안한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박종우 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