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케의 고장'서 스키타고 온천으로 피로 풀고 화려한 '가이세키' 맛보고

일본 니가타는 설국(雪國)이다. 겨울이면 키를 넘는 눈이 내리는 이곳은 1968년 노벨상 수상작인 소설 <설국>의 실제 무대이기도 하다. 일본의 북서쪽에 자리잡은 니가타는 그 눈 때문에 쌀이 유명하고, 또 그 쌀 때문에 술로도 유명하다.

니가타는 북서쪽만 바다에 접하고 있고 나머지는 높은 산으로 둘러싸였다. 북쪽에서 찬 바람이 불어오는 겨울이면 동해에서 머금은 수증기가 산을 넘지 못하고 니가타에 온통 눈으로 토해낸다. 겨울 내내 하얀 눈으로 뒤덮여, 소설 <설국>의 제목 그대로 눈세상이 되는 곳이다.

많이 올 때는 4m까지 내린다는 눈이 녹아 일본에서 가장 긴 시나노강(367m)을 이뤄 일본 최고로 손꼽히는 쌀을 만들고, 그 쌀은 또한 일본 최고의 니가타 청주를 만들어낸다. 니가타현 내의 청주를 만드는 양조장 수가 96개에 이른다니 ‘사케의 고장’이라고 할 만하다.

도쿄에서 이어지는 니가타의 관문인 에치고유자와 신칸센역 건물에는 ‘폰슈칸’이라는 독특한 술 전시관이 있다. 니가타의 술과 그 술에 어울리는 음식 등을 모아놓은 곳이다. 이곳의 인기 코너는 술 시음장. 벽면 가득 아파트형의 술자판기가 설치돼 있다. 니가타 지역 양조장의 대표 술 100여가지가 나오는 기계다.

에치고유자와에는 류곤(龍言)이라는 정통 료칸의 진수가 있다. 료칸은 우리네 러브모텔과는 차원이 다른 일본의 전통이 고스란히 녹아있는 고품격의 휴양소다. 몸의 긴장을 풀어줄 온천이 있고, 헛헛함을 채워줄 ‘가이세키(會席ㆍ일식 코스 정찬)’라는 화려한 음식이 있고, 마음을 감싸 안을 고즈넉한 편안함이 있는 곳이다.

류곤은 삼나무 숲속에 300년이 넘은 사무라이 저택 등 근방의 100년 넘은 고옥들을 옮겨와 개조한 고풍스러운 전통 목조건물로 지어졌다.

4- 에치고유자와역의 폰슈칸의 사케 시음 자판기.
5- 정통 료칸에서 나오는 가이세키 요리.
6- 나에바스키장과 주변 스키장을 잇는 드래곤돌라.
7- 정통 료칸 류곤의 노천탕.

저녁을 먹기 전에 빳빳하게 풀 먹인 유카타(욕의)로 갈아입고 노천탕으로 향한다. 일본에서는 노천탕을 ‘로텐부로(露天風呂)’라 부른다. 뜨뜻한 온천에 몸뚱이를 담그고 눈발 날리는 차가운 냉기에 머리를 내놓고 있으면 이슬과 하늘, 바람이 몸으로 젖어 들어온다.

료칸에서 빼놓을 수 없는 즐거움이 저녁 가이세키 요리다. 최고의 그릇에 온갖 정성을 기울여 만든 산해진미가 차례로 나온다. 음식의 모양이나 색도 놀랍지만, 그 맛에는 전통 료칸의 자부심이 깊게 배어있다. 이 지역의 자랑인 일본 청주 한 두 잔을 곁들이면 왕이 부럽지 않다.

눈이 좋으니 스키도 빼놓을 수 없겠다. 니가타의 작은 도시 에치고유자와만 해도 13개의 스키장이 있다. 그 중 최고로 꼽는 스키장은 나에바다. 다케노코산(1,789m)을 정점으로 27개의 슬로프와 18개의 리프트를 갖춘 매머드급 스키장이다.

나에바 스키장의 또 하나의 명물은 ‘드래곤돌라’다. 길이 5.5km의 세계 최장 곤돌라다. 이 곤돌라는 산 옆자락의 카구라, 타시로, 미츠마타 스키장을 연결한다. 이 3곳 스키장의 슬로프 수는 모두 23개. 나에바 스키장 통합권이 있으면 4개의 스키장을 함께 이용할 수 있다

이중 카구라는 나에바보다 슬로프 정상(1,845m)이 높고, 눈도 더 많이 내리는 곳으로 자연설 그대로의 파우더 스키로 유명하다.



이성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