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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라질 코파카바나, 해변의 불꽃놀이 새해를 열다
수십만명의 흰옷차림 시민들 파도에 꽃던지며 소원 빌고 삼바 축제







한 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는 방법은 나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독특하게 새해 첫날을 맞는 사람들은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시민들일 것이다.

리우 시내의 남쪽에는 코파카바나와 이파네마라는 두 개의 아름다운 해변이 있는데, 그 중 코파카바나 해변에 매년 마지막 날 2백여만명의 리우 시민과 관광객들이 모여 거창하고 떠들썩한 송년 행사인 헤베이옹(Reveillon) 축제를 벌인다.

12월 31일, 리우 시내는 죽음의 도시처럼 텅텅 빈다.

모든 시민들이 새해맞이 축제를 위해 해변으로 몰려갔기 때문이다. 시내 중심가에서 8킬로 떨어진 코파카바나 해변으로 향하는 해안도로에는 한낮부터 차들이 줄을 잇고 경찰들은 차량을 통제하느라 바쁘다. 성미가 급한 브라질 사람들은 아예 길가에 차를 버리고 걸어가기 시작한다.

해질 무렵, 길이가 4킬로에 달하는 코파카바나 해변에는 이미 수많은 사람들이 운집해있다. 1년에 단 하루뿐인 이 날을 기념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해변의 호텔들은 이미 1년전부터 예약이 끝난 상태다. 가끔씩 예약 취소로 방이 비기라도 하면 평소 1백불 정도 하는 투숙요금이 이날만은 다섯배 이상으로 뛰어오른다.

밤 9시가 되자 드넓은 해변과 해안도로는 몰려나온 시민들로 인산인해가 되었다. 해변에 마련된 무대에서 삼바 가수들의 공연이 이어지고 시민들은 맥주와 샴페인 잔을 들고 미친듯이 몸을 흔들어대기 시작한다. 브라질 사람들이 누구인가. 온 세상에서 잘 놀기로는 둘째 가라면 서러워할 사람들이 아니던가. 어린 아이부터 나이 많은 어르신들까지 현란한 삼바 율동을 선보이며 축제 무드를 달구어간다.

축제의 한편에선 흰 옷 차림의 시민들이 줄을 지어 바다로 들어가면서 경건한 송년행사인 예만자(Iemanja) 의식이 시작된다. 새해를 맞는 순간 흰 색의 옷을 입는 것은 리우 시민들의 오랜 전통이다.

불꽃 놀이로 새해를 맞는 도시는 런던, 시드니, 뉴욕, 홍콩 등 많지만 리우가 이들 도시와 다른 점은 흰 옷 차림의 시민 수십만명이 참여하는 예만자 의식 때문이다. 사람들은 글라디올라스나 장미를 들고 바다에 나가 바다의 여신 예만자에게 새해의 소망을 빌면서 꽃을 파도에 흘려보낸다.



11시 30분부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누구하나 비를 피하는 사람이 없다.

드디어 11시 59분. 사람들이 소리높여 카운트다운을 시작한다. 시계가 자정을 가리키면서 사방을 가르는 화려한 폭죽과 함께 코파카바나 해변의 불꽃놀이로 새해맞이가 시작됐다.

해안에 떠있는 크루즈 선박들이 쏘아올리는 폭죽이 코파카바나의 밤하늘을 화려가게 수놓는다. 불꽃놀이 자체만 보면 우리나라나 홍콩의 그것과 비교해서 더 아름답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꼬리를 길게 늘이며 떨어지는 불꽃이 아니고 그냥 하늘에서 폭발하고 마는 것들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긴 해안선을 따라 동시에 터지는 불꽃은 일대장관이다. 이날 사용되는 폭죽의 양은 5톤이 넘는다.

코파카바나 해안은 이내 자욱한 화약연기에 묻히고 번쩍번쩍 번개처럼 밤하늘에서 터지는 불꽃들이 사람들을 열광의 도가니로 빠져들게 한다. 가족들은 준비했던 샴페인을 터뜨리며 새해를 축하한다. 젊은 연인들은 사랑을 고백하고 짙은 키스를 나눈다.

불꽃이 사그라들면서 축제도 끝나는 다른 도시와는 달리 코파카바나에선 이때부터 본격적인 파티가 시작된다. 삼바 공연이 열기를 뿜으면서 흰옷 차림의 시민 2백만명이 몸을 흔들어대는 광란의 도가니가 새벽녘까지 이어지는 것이다.

드디어 1월 1일의 태양이 떠오르면 코파카바나 해변은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조용하고 차분한 분위기로 첫 아침을 맞는다. 리우의 한 해가 또다시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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