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기자의 세상풍경] 멜버른금광·증기기관차 체험 하고 코알라·펭귄 퍼레이드 보고



호주 멜버른은 세계에서 가장 살기 좋은 도시로 캐나다 밴쿠버와 1,2위를 다투는 곳이다. 과거와 첨단이 적절히 조화를 이루는 도시 멜버른은 호주의 자존심이기도 하다.

멜버른이 크게 성장한 건 19세기 중반, 주변에 금광이 발견된 덕분이다. 당시 금광 주변에선 흐르는 물에 세수를 하면 얼굴에 남아 버석거리는 것이 죄다 사금이었고, 발길에 차이는 건 금덩어리였다고 했다.

멜버른에서 1시간 30분 거리인 발라랏의 소버린힐은 당시 금광 마을을 재연한 곳이다. 호주판 민속촌인 셈이다. 자원봉사자들이 주축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금광의 갱 안에 들어가 보거나, 개울에서 사금채취를 체험할 수 있다. 사금 체험장에는 매일 일정량의 금가루를 뿌려놓기 때문에 조금만 공을 들이면 직접 캔 금을 챙겨갈 수 있다.

단데농의 퍼핑빌리 증기기관차도 멜버른의 자랑거리다. 단데농은 멜버른 시민들에겐 '뒷동산' 같은 곳. 단데농산의 유칼립투스 원시림을 뚫고 올라가는 100년 넘은 빨간 증기기관차가 퍼핑빌리다. 목재 수송의 역할이 줄어들며 사라질 뻔한 퍼핑빌리는 시민들의 보존 노력 덕택에 관광열차로 변신, 지금껏 석탄으로 땐 하얀 수증기를 내뿜으며 '칙칙폭폭' 내달리고 있다.

운전, 정비 등 핵심인력을 제외하고는 600여명의 자원봉사자가 퍼핑빌리의 운영을 맡는다. 좁은 협궤 열차의 난간에 걸터앉아 발을 차창 밖으로 쭉 빼놓고는 느릿느릿 호주의 원시림을 지나는 맛이 일품이다.

멜버른 인근 필립아일랜드는 사람 보다 동물이 우선인 섬이다. 야생의 생태계 그대로를 보존하기 때문에 관광객은 그저 동물의 땅에 잠시 들린 객일 뿐이다. 필립아일랜드 서쪽 끝 노비스는 물개를 관찰하는 곳이다. 전시관 밖 산책로를 따라 걸으면 해안 절벽을 가득 덮은 갈메기떼의 장관에 압도당한다.



바로 옆 코알라보호센터에선 온종일 잠만 자다 가끔 깨어나 유칼립투스 이파리를 따먹는 코알라를 가까이서 볼 수 있다.

필립아일랜드의 하이라이트는 펭귄 퍼레이드다. 세계에서 가장 작다는 30cm 크기의 '리틀 펭귄'의 저녁 귀환을 맞이하는 행사다. 이 펭귄들은 섬에 둥지를 틀고 해 뜨기 전 바다로 나가 해가 진 직후 섬으로 돌아온다.

자연의 펭귄보다 놀라운 것은 그들의 퍼레이드를 구경나온 관광객이다. 차가운 바닷바람과 이슬비를 아랑곳 하지 않고 모두들 숨죽이며 퍼레이드에서 눈을 떼지 않는다. 호주인들의 지독한 자연보호의식을 엿볼 수 있다.

멜버른은 도시 전체가 숲으로 이뤄져 있다. '가든 시티'란 별명이 괜히 붙었겠는가. 국가유공자 기념관을 끼고 있는 로열 보태니컬 가든, 피츠로이 가든, 퀸 빅토리아 가든 등 사방이 공원이다. 피츠로이 가든은 호주 대륙을 발견한 쿡 선장의 생가가 있다.

멜버른 시내 여행은 트램을 통해 이뤄진다. 시내 중심지를 순환하는 여행객을 위한 자주색의 서클시티 트램은 무료다. 배차간격은 약 10분. 워낙 자주 정거장에 서다 보니 속도는 매우 느리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