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모유' 심사위원 만장일치 결정··· 한국영화 두 편도 상 받아 눈길

올해 베를린영화제 최고의 영예는 페루와 스페인의 합작영화 <슬픈 모유(La Teda Asustada: The Milk of Sorrow)>가 차지했다.

복합 영화관 베를리날레 팔라스트에서 14일 거행된 시상식에서 틸다 스윈튼 베를린영화제 심사위원장은 클라우디아 로사 감독의 <슬픈 모유>를 최우수 작품상인 금곰상으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 59년의 베를린영화제 역사상 페루영화가 이 상을 받은 것은 이번이 처음.

1-페루영화 첫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슬픈 모유’의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 2-여우주연상을 받은 비르기트 미니흐마이어 3-남우주연상을 받은 소티귀 쿠야테
1-페루영화 첫 베를린영화제 금곰상을 수상한 '슬픈 모유'의 클라우디아 요사 감독
2-남우주연상을 받은 소티귀 쿠야테
3-여우주연상을 받은 비르기트 미니흐마이어
요사 감독은 "(이번 수상이) 미국에 사는 많은 페루 출신 감독들에게 힘이 됐으면 좋겠다. 영화감독이 된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지만 나는 지금 이 자리에 있다"고 수상의 기쁨을 전하며 "누구나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1980년대에서 1990년대까지 20년 동안 진행된 페루의 내전동안 강간으로 고통받는 여성에 관한 이야기를 다룬 이 영화는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수상을 결정해 또 한 번 화제가 됐다.

은곰상인 심사위원대상에서는 두 작품이 공동 수상을 했다. 아르헨티나 출신 아드리안 비니츠 감독의 <거인(Gigante)>과 독일의 마렌 아데 감독의 <다른 모든 사람들(Everyone Else)>이 함께 수상의 기쁨을 누렸다.

또 하나의 은곰상인 감독상은 <엘리에 관하여(Darbareye Elly: About Elly)>를 연출한 이란의 아스가르 파르하디 감독이 차지했다. 이 영화는 친구들과 주말에 소풍을 갔다가 실종된 여성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작품.

여우주연상은 <다른 모든 사람들>에서 주연을 맡은 오스트리아의 비르기트 미니흐마이어에게, 남우주연상은 <런던 리버(London River)>에 출연한 소티귀 쿠야테에게 돌아갔다. 특히 2005년 영국 런던의 지하철 테러 사건을 영화화한 이 영화에서 쿠야테는 프랑스에 살다가 아들을 찾기 위해 영국으로 오는 아프리카계 이슬람 교도의 역할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한편 이날 한국영화 두 편도 수상해 이목을 끌었다. 비공식 부문 포럼섹션에서 상영된 김소영 감독의 <나무 없는 산>이 에큐메니컬상을, 이숙경 감독의 <어떤 개인 날>이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넷팩상)을 받았다.

올해 베를린영화제는 경쟁부문 출품작들이 기대 이하의 수준이라는 소문이 돌면서 관객 동원에 빨간 불이 켜졌었지만, 영화제 사상 처음으로 모든 영화가 매진을 기록하며 이 같은 우려를 불식시켰다.

디터 코슬릭 집행위원장은 "축제는 위기 속에서 시작했지만 결과적으로 어느 때보다 많은 사람들이 베를린 영화제를 찾으며 성공을 거두었다"고 자평했다.



송준호 기자 t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