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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우 작가의 세상풍경] 보물찾는 재미 쏠쏠하네
파리의 벼룩시장
헐값으로 좋은 물건 낚는 묘미에 경제위기 맞아 활기





박종우 On Asia http://docu.tistory.com



3월을 눈앞에 두었건만 파리의 공기는 아직도 제법 쌀쌀하다. 그런데 지난 주말 후끈한 열기를 내뿜는 곳이 있었다. 파리 북부 지하철 4호선 종점인 클리냥쿠르(Clignancourt) 역 앞에 펼쳐진 벼룩시장이다. 파리에는 클리냥쿠르와 함께 몽트뢰이, 방브 등 3대 벼룩시장과 그 밖의 크고 작은 수십 군데의 벼룩시장이 활발하게 운영되는데 그중 가장 규모가 크고 역사가 오랜 것이 바로 클리냥쿠르이다.

원래 이곳은 파리 시내에서 쫓겨난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살던 곳으로, 싸구려 물건을 교환하던 시장이 생겨났었다. 1백여년 전 파리시가 생투엥과의 경계에 서있던 벽을 허물면서 점점 규모가 커지다가 고물 더미 속에서 피카소와 세잔느의 초기 작품이 발견된 이래 확고한 중고품 시장으로 자리잡게 되었다.


미로처럼 얽힌 골목을 따라 이어지는 크고 작은 가게들이 멋진 고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팔고 있다. 빈티지 의류나 독특한 디자인의 장신구는 눈 밝은 이들만이 찾을 수 있는 보물이다. 원래 벼룩시장의 묘미는 헐값으로 뜻밖의 물건을 낚는 재미에 있는 법. 발품을 부지런히 팔거나 운이 따라준다면 1유로 동전 몇 개로 멋들어진 장신구를 건질 수도 있고, 오래전부터 찾던 귀한 책을 한 권 살 수도 있다.

시민들이 중고품을 직접 사고파는 장소를 일컫는 '벼룩시장'이란 단어가 만들어진 나라가 바로 프랑스이다. 영어의 '플리(flea) 마켓'은 '벼룩 시장'을 뜻하는 프랑스어 '마르셰 오 뿌세 (marche aux puces)'를 그대로 번역한 것이다. 서민들의 장터에 '벼룩'이라는 이름이 붙은 유래에 대해서는 여러가지 설이 있다. 우선 벼룩이 들끓을 정도의 낡은 물건들이 거래되는 곳이라는게 그 하나다. 또 벼룩의 프랑스어인 뿌세가 짙은 갈색이란 의미도 가지고 있어 오래된 가구시장을 가리킨다는 설도 있고 경찰 단속을 피해 벼룩 튀듯 사라지는 잡상인들 때문에 붙여진 이름이란 주장도 있다.

보통 프랑스의 벼룩시장은 집에서 쓰지 않는 오래 된 물건들을 가지고 나온 일반 시민들, 물건을 판별하는 전문적 식견을 지닌 골동품 상인들, 그리고 주로 외국인으로 이루어진 잡상인 등 세 부류의 사람들로 구성된다. 첫째 부류가 많을수록 그 장터는 소위 '물 좋은 시장'으로 여겨진다. 원래 벼룩시장의 정석은 '다락을 비운다'는 뜻의 '비드 그르니에(vide-grenier)'다. 집 안에 쌓여있는 불필요한 물건들을 내다판다는 의미에서 나온 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집에서 쓰던 물건을 꺼내오는 시민들이 줄어들었다. 시장에서 붙박이로 물건을 거래하는 전문가들이 너무 활개를 치기 때문이다.


좌판이 허용되지 않는 클리냥쿠르는 사실 벼룩시장이라기보다는 골동품과 고가구를 파는 상점들에 더 큰 무게가 실린 시장이다. 프랑스에서는 벼룩시장 가운데서도 특히 이같은 골동품 전문 시장을 브로캉트로 부른다. 여기서 판매되는 가구들은 비록 중고품일지라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 때문에 그동안 벼룩시장을 찾는 시민들의 성향은 절약 목적에서 일종의 수집취미로 바뀌어 왔다.

하지만 최근 경제위기가 닥치면서 파리의 벼룩시장은 다시 예전의 활기를 되찾고 있는 중이다. 이참에 필요 없는 물건을 정리하려는 이들과 기왕이면 싼값에 필요한 물건을 구하려는 사람들로 인해 주말의 파리 지하철 4호선 종점은 더욱 북적거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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