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기자의 세상풍경]고소증 넘어 8000m 설산의 백색 파노라마에 넋을 잃어

1-아마다블람과 짐을 나르는 야크떼
2-빙하 위에 마련된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8,000m급 봉우리가 5,000km를 뻗어 이어지는 '지구의 등뼈' 히말라야. 그 경외로운 산의 품속에 고요한 걸음새로 떠나는 구도의 길, 행복한 미소로 맞는 고행의 길이 히말라야 트레킹이다.

히말라야 트레킹의 대표적인 코스인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 루트의 시작점은 해발 2,840m의 루크라다. 경사가 급한 산비탈 지형에 경비행기를 이착륙할 수 있게 고안된 비행장이 있는 곳이다. 활주로의 15도 비스듬한 경사가 짧은 거리의 단점을 극복한다.

이곳부터 베이스캠프(5,360m)까지 가는 교통수단은 오직 튼튼한 두 다리 뿐. 자동차 오토바이 등 둥그런 바퀴가 달린 탈 것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다.

히말라야의 뷰(View)는 높고 깊다. 산비탈에 난 길에서 내려다 보면 수백미터 아래에 빙하가 녹은 우윳빛 강물이 우렁차게 흘러가고, 고개를 들면 수천미터 거대한 설산이 눈 앞에서 하늘로 치솟아 있다. 히말라야는 자연의 거대함 만으로도 이곳을 찾은 여행객들의 마음에 찐득찐득 눌러 붙어있던 '자만'을 툴툴 털어낸다.

허름한 쿰부 셰르파 족들의 집들을 지나며, 계단식 보리밭의 싱그러운 초록을 스치며 구불구불한 길은 조금씩 깊은 산 속으로 안내한다. 마을 어귀 마다에는 '옴 마니 밧메 홈'이 새겨진 마니스톤과 손으로 돌릴 때마다 한발씩 신에게 가까이 갈 수 있다는 원통형 마니차가 설치돼 있다.

초록의 낮은 봉우리에 가려있던 설산 연봉은 해발 3,400m인 남체를 지나면서 뚜렷이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3,500m를 넘어서면 '고소증'의 공포가 엄습해온다. 숨은 벅차고 걸음은 저절로 더뎌진다. 하지만 걷는 길 고개를 떨굴 수 없는 것은 설산이 빚어내는 백색의 파노라마 때문이다.

지구의 3개 극지점 중 하나라고 하는 에베레스트(8,848m)가 눕체 로체 아마다블람 등과 함께 장대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우뚝 서있다. 8,000급 설산 연봉이 순정한 대기에 퍼뜨리는 장쾌한 광채에 트레커들은 넋을 잃는다.

고도가 올라갈수록 주변의 초록은 점차 줄어들고 설산의 흰빛이 그 만큼 증가한다. 해발 4,400m, 사람이 농사를 짓는 마지막 마을인 딩보체와 페리체를 지나면 이제 히말라야는 사람의 '생활'을 허락치 않는 산만의 공간으로 남는다. 전세계 어느 곳에서도 해발 5,000m 이상에서는 인류 문명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다.

트레커와 원정대를 위한 마지막 롯지촌인 고락셉(5,140m)을 지나면 길은 두갈래다.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로 가는 길과 에베레스트 전망대라 불리는 칼라파타르로 가는 길이다. 두 길 모두 지구의 꼭지점인 에베레스트를 가까이 느낄 수 있는 곳이다.

1-히말라야 최고 높은 마을인 딩보체의 계단밭들
2-풍키텡카에 피어난 아름다운 꽃들
3-에베레스트 트레킹의 중간 기착지 남체 마을
4-고산동물인 야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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