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의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생전 모습이 그려진 초상화가 처음으로 세상에 공개됐다.

9일 런던에서 공개된 이 그림은 셰익스피어가 사망하기 6년 전인 1610년에 그려진 것으로 추정된다. 지금까지 셰익스피어의 모습으로 인정된 그림은 두 장이 있었지만 둘 다 사후에 나온 것이어서 실제 그의 초상인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이번 그림은 이런 논란 속에 생전 그려진 것으로 판명돼 의미가 있다.

그동안 영국 서리주(州) 해치랜즈의 '코브 컬렉션(Cobbe collection)'에 몇 세기에 걸쳐 소장돼 있었던 이 초상화는 원래 셰익스피어의 후원자였던 사우트햄프턴 백작의 소장품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미술 복원가이자 코브 가의 일원인 알렉 코브(Alec Cobbe)는 자신의 사촌이 사우샘프턴 백작 헨리 라이어슬리의 증손녀와 결혼했을 때, 이 초상화를 손에 넣었다고 말했다.

코브는 3년 전 이 초상화가 런던의 국립초상화 미술관(National Portrait Gallery)에 전시되어 있던 작품과 비슷하다는 것을 깨달았고, 이후 전문가를 통해 판정 작업을 계속해왔다.

이 과정에서 초상화 속 인물이 누군지가 분명하지 않아 판정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알렉 코브는 한때 이 초상화 속 인물이 음유시인 월터 롤리 경으로 알려진 적도 있었다고 밝혔다.

하지만 그는 이번에 스탠리 웰스 영국 버밍엄대 명예교수를 비롯한 전문가들로부터 이 그림이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라는 판정을 받아 그동안의 노력이 결실을 맺게 됐다.

셰익스피어 탄생지 재단(Shakespeare Birthplace Trust)의 스탠리 웰즈 교수는 "이 그림이 셰익스피어의 초상화로 판명된 것은 그의 초상화 역사에 있어 큰 사건이라고 할 만하다"라고 평가했다.

특히 이 그림은 셰익스피어 희곡모음집 2절판 초판본에 있는 초상과도 유사한 것으로 알려져 진본으로서 신뢰성을 가지게 됐다.

한편 셰익스피어의 고향 스트랫퍼드 어폰 에이번(Stratford-upon-Avon)에서는 이 초상화를 오는 4월 23일부터 9월 6일까지 전시할 예정이다. 4월 23일은 셰익스피어의 생일이기도 하다.



송준호 기자 rista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