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원 기자의 세상풍경] 밴쿠버아일랜드 토피노자연의 오케스트라 같은 거센 폭풍 서퍼 유혹… 트레킹, 전통카약 타기도 인기

1-토피노에서 만난 고래
2-쿰스의 지붕 위의 염소들.
3-토피노의 바다와 서퍼들.

캐나다 밴쿠버시 앞바다에는 태평양을 가로막고 서있는 섬이 있다. 세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섬 중 다섯 손가락 안에 든다는 밴쿠버아일랜드다. 남한의 3분의 1 크기에 달하는 거대한 섬으로 손대지 않은 거대한 원시의 자연이 살아 숨쉬는 공간이다.

밴쿠버 인근 호스쇼베이를 출발한 페리가 밴쿠버아일랜드를 향해 출발할 때면 바다에선 돌고래떼가 나와 속도전을 벌이며 희롱을 한다.

밴쿠버아일랜드에서도 가장 날 것의 냄새가 진한 곳은 섬 서쪽의 토피노(ToFino)다. 인구 7000명인 작은 어촌마을로 빙하가 파놓은 피요로드 지형의 좁고 깊은 만으로 이뤄진, 조용한 바다를 끼고 있는 곳이다. '사는 게 쉬는 것' 같은 캐나다인들이 은퇴후 가장 살고 싶어하는 마을이 바로 토피노다. 주변 해안은 퍼시픽 림 국립공원 구역으로 밴쿠버아일랜드에선 유일한 국립공원이다.

토피노의 가장 큰 볼거리는 배를 타고 나가 만나는 고래다. 선셋크루즈를 통해 연안으로 나가면 바다 위로 공기를 내뿜으며 자맥질을 하는 회색고래 등을 만날 수 있다. 운이 좋으면 크게 튀어올라 양갈래로 갈라진 꼬리가 털썩 바다를 내리치는 장면도 목격할 수 있다.

바다에서 곰을 만나는 것도 토피노만의 볼거리다. 겨울잠을 자지 않는 흑곰이 썰물 때면 갯가로 나와 게와 홍합 조개 등을 잡아 먹는다.

고래가 춤을 추고, 곰이 재주를 부리는 땅 밴쿠버아일랜드. 토피노에서는 흑곰과 회색고래, 혹등고래는 물론 바다표범과 바다사자 등을 쉽게 관찰할 수 있다.

토피노의 겨울엔 찬바람과 함께 거센 폭풍이 몰아친다. 이 폭풍이 오길 간절히 기다리는 이들이 있다. 서퍼들이다. 토피노의 야성이 더욱 꿈틀대는, 폭풍의 세기가 더욱 강해질수록 토피노를 찾는 서퍼의 수는 더욱 많아진다. 진정한 야성과의 대결을 겨루기 위해서다.

서퍼가 아니라도 토피노의 폭풍을 보기 위한 관광객들도 많이 찾는다. 리조트의 전망레스토랑에서 빗방울 맺힌 통유리 너머로 보이는 비바람과 거센 파도는 마치 장엄한 오케스트라의 연주마냥 묵직한 감동을 선사한다.

토피노 앞의 메아레스섬에서의 원시림 속으로 떠나는 트레킹이나 통자의 삼나무를 깎아서 만든 전통 카약를 타고 바다를 즐기는 프로그램도 인기다.

밴쿠버아일랜드의 매력이 토피노에만 국한된 것은 아니다. 섬 곳곳에 웅장하면서 아기자기한 볼거리 즐길 거리들이 널려있다.

그 중 쿰스는 염소로 유명한 마을이다. 지붕 위에 사는 염소들이다. 이 지역 명물인 '올드 컨트리 마켓'은 푸른 지붕 위에 한가로이 풀을 뜯어먹는 염소의 모습이 이채로워 관광객들이 많이 찾는다. 주변의 수공예 상점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쏠쏠하다.

1-토피노 폭풍의 바다.
2-토피노의 흑곰. 조개류를 먹고 산다.
3-밴쿠버아일랜드로 가는 배를 쫓아오는 돌고래떼.
4-토피노 인근 나무들이 떠밀려온 해변.




한국일보 이성원기자 sungw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