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 우크라이나 성 소피아 성당 (우) 우크라이나어 알파벳

구 소비에트 연방의 한 국가 정도로만 여겨왔던 우크라이나와의 교류가 활발해지면서 정치.경제적 가능성, 문화적 저력 등에서 관심의 필요성이 날로 커지고 있다.

우크라이나와의 교류가 활발해지고 있다. 루첸코 우크라이나 내무장관은 5일부터 9일까지 방한해 한승수 국무총리, 유명환 외교통상부 장관 등을 예방하고 양국관계 발전과 협력관계 증진 방안을 협의했다. 한국외국어대학교는 올해 우크라이나어과를 신설했다.

정치.경제적으로도 우크라이나를 아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1991년 소련으로부터 독립한 우크라이나 인구는 4700만여명으로 유럽에서 5번째다. 국토면적은 60만 3700㎢로 한반도의 3배에 이른다. 시장규모 역시 그만큼 크다. 우크라이나는 전 세계 지하광물의 5%가 매장돼있는 천혜의 자원 부국이자 세계 철강 생산량의 10%를 차지하는 철강대국이다.

우리가 상대하기에 이미 너무 버거운 상대가 돼버린 러시아의 등거리 외교에서 지렛대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이 무한하다. 유럽과 러시아 사이에서 독립을 유지해오고 있는 그들의 외교적 역량과 정치력 역시 배울만한 지혜다.

우크라이나의 문화적 저력 역시 우리의 상식 이상이다. 우크라이나는 동로마(비잔틴)에서 정교를 들여와 제 3로마를 추진하기도 했던 러시아 정교문화의 본산지다. 우크라이나는 소련의 제국주의 문화가 들어오기 전인 15~17세기 왕조 없는 농민국가로서 독특한 민중문화를 꽃피웠다. 동서양의 교차로에서 다문화 국가로서 전통이 이색적이며 독특한 바로크 건축양식을 꽃피우기도 했다.

홍석우 한국외대 우크라이나어과 교수는 “우크라이나는 국가규모뿐 아니라 과학부터 문화적인 내용까지 러시아가 갖고 있는 거의 모든 것을 갖고 있는 나라”라며 “러시아와의 실리외교를 위해서도 우크라이나를 연구하고 이해하며 친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블라디미르 김 우크라이나 한인회장
"우크라이나 고려인 문제에 관심을"


맨 왼쪽 안경쓴 사람이 블라디미르 김 우크라이나 한인회장

재 우크라이나 한국동포(고려인) 문제는 우리 곁으로 다가오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관심을 기울여야 하는 가장 중요한 문제 가운데 하나다. 현재 우크라이나 크림반도 지역에는 일부 고려인들이 우크라이나 국적 없이 살아가고 있다.

이들은 옛 소련연방 국가에서 계절농으로 우크라이나에 넘어왔다가 돌아가지 못하고 남은 사람들이다. 우크라이나 거주 고려인은 총 3만여 명에 달한다. 이주 1세대는 1937년 스탈린에 의해 중앙아시아로 강제 이주된 고려인들이다.

우크라이나의 유일한 자치지역인 크림공화국의 수도 심페로플에 머물고 있는 블라디미르 김(37)을 휴양도시 얄타에서 만났다. 그는 지역 명문인 심페로플 국립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재원으로 심페로플의 3개 구(區) 중 한 곳에서 부구청장을 지내고 있으며 소수민족협회 회장을 맡고 있기도 하다.

- 크림 지역에 거주하는 고려인이 얼마나 되나

5000명 정도 된다. 이 중 2000명은 합법적 체류자지만 3000명은 불법 체류자라고 보면 된다.

- 우크라이나 전역에 퍼져 있는 고려인 숫자는

합법과 불법 체류자를 합해 3만 명 정도 된다. 크림 지역에 우크라이나에서 가장 큰 고려인 협회가 있다.

- 우크라이나 주재 한국대사관과는 자주 접촉하나

한 달에 한 번 정도 접촉해 고려인 문제를 협의하고 있다.

- 우크라이나 체류 고려인들이 국적을 얻기 어렵나

직계가족이 거주하지 않으면 사실상 어렵다. 사촌이 거주해도 안 된다는 우크라이나 정부 입장이다.

- 한국 정부가 어떤 노력을 해주길 바라나

직계가족이 없는 고려인들도 임시체류증을 받도록 노력해 주길 바란다. 임시체류증이 있으면 4~5년 후에 우크라이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질 수 있다.

- 고려인 불법 체류자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나

대부분 소작농으로 풀칠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기로 크림지역 경제도 어렵다. 예산도 줄고 세수도 줄었다. 그러나 바닥을 쳤다는 인식이 높다.

- 크림지역은 우크라이나 땅이면서도 우크라인들도 마이너그룹인가

그렇다. 러시아인이 60% 정도로 다수민족이다. 우크라인들도 오히려 소수민족이다.

- 그렇다면 러시아와 합병해야 한다는 논의는 없나

이 곳이 과거 러시아 영토였기 때문에 당연히 그런 주장도 있다. 그러나 우크라이나가 독립한 마당에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사람들도 잘 알고 있다.





얄타=강철원기자 strong@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