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미서 사회문제화 근친상간 부작용 우려, 우수한 유전자 선호로 '20명 제한' 안지켜져

미국이나 캐나다에서 한 정자 기증자가 제공하는 정자로 너무나 많은 아이가 출생하는 사례가 사회 문제로 부각되고 있다.

캐나다에서는 '스타벅'이라는 인기 코미디 프로그램에서는 한 독신자가 쉽게 돈을 벌려고 판매한 정자로 533명이 태어난 이야기가 올해에 다뤄졌다.

토론토의 다큐멘터리 제작자 배리 스티븐스는 그 자신이 제공받은 정자로 태어난 사람이다. 그에게 생명을 준 정자는 지난 30년 동안 정자은행을 통해 500명-1천명에 달하는 생명을 태어나게 한 남자에게서 나온 것이다.

그와 아버지가 같은 형제·자매들은 지금 캐나다와 미국, 유럽 및 전 세계에 퍼져 있다. 스티븐스의 이런 특이한 개인적 배경은 이를 주제로 한 다큐멘터리작품 활동의 원동력이 됐고 그의 작품에 사용됐다.

미국의 스타일 네트워크 케이블 방송은 '정자제공자'라는 리얼리티프로그램 시리즈를 냈다. 이 프로그램에서는 벤 사이슬러(33)라는 남자가 등록부를 통해 "약 70명의 아이 아빠가 된 사실을 알고" 놀라는 대목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이런 사례들이 유전병의 전파나 기형아 출산, 심지어는 아빠가 같은 이복형제·자매들 간의 뜻하지 않은 근친상간이라는 문제를 낳을 수 있다고 지적한다. 정자제공자와 그 정자로 태어난 아이와의 근친상간 가능성까지도 배제할 수 없다.

캐나다 캘거리 대학의 생물윤리학교수 줄리엣 기숑은 "정자 제공을 원하는 사람들은 사회경제적 지위가 같은 계층이며 지역적으로 고르게 분산되지 않는다"면서 생각보다 이런 위험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기숑 교수는 이를 막기 위해 정자제공자의 신원을 공개하지 않는 현행 제도의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정자 기증이 투명하게 관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캐나다나 미국에서 이런 문제가 부각되는 배경에는 이 두 나라가 프랑스나 영국 같은 나라와 달리 정자 기증자 한 명이 제공하는 정자로 낳을 수 있는 아이 수를 제대로 규제하지 않는다는 문제가 있다.

정자 기증자 한 명으로부터 출생시킬 수 있는 아이의 수는 국제 기준으로는 20명이다. 덴마크에서는 25명이며 대부분의 정자은행이 나름대로 자체 기준을 갖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이런 기준들이 잘 지켜지지 않는다. 특히 정자기증자목록을 통해 눈의 색깔이나 지능 등 다양한 특성을 골라 '맞춤형 아이'를 생산하려 하는 풍조는 인기있는 일부 스타 정자제공자를 만들어냈고 이는 한 명의 정자 제공자가 아이를 대량 만들어내는 큰 요인이 됐다.

캐나다에서는 2004년부터 정자제공자에 대한 대가 제공이 금지되면서 기증되는 정자가 고갈돼 캐나다 병원들은 미국 같은 나라에서 수입되는 정자에 주로 의존하고 있는 상황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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