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심원단, 유죄 평결…과실치사 혐의 주치의 머레이 박사 즉각 수감
29일 형량 선고 공판…최고 징역 4년

‘팝 황제’마이클 잭슨의 죽음은 주치의 책임이다.

미국 로스앤젤레스 형사법원 배심원단은 7일 (현지시간)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마이클 잭슨의 주치의 콘래드 머레이(58) 박사에게 유죄를 평결했다.

남성 7명, 여성 5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틀 동안 8시간30분에 걸친 숙의 끝에 머레이 박사가 잭슨의 사망에 책임이 있다는 검찰의 기소가 타당하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밝혔다.

최고 형량이 징역 4년에 이르는 과실치사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이 내려지면서 머레이 박사는 즉각 구치소에 수감됐다. 그의 의사 면허도 자동으로 정지됐다.

형량을 결정하는 선고 공판은 오는 29일 열린다.

굳은 표정으로 앉아 있던 머레이 박사는 평결이 발표되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수갑을 차고 퇴정하는 순간에도 아무런 표정 변화가 없었다.

담당 판사는 형사소송법에 따라 만장일치로 유죄가 결정된지를 확인하려고 12명의 배심원에게 일일이 '유죄냐'고 물었고 배심원들은 한결같이 '그렇다'고 대답했다.

지난 9월27일부터 6주 동안 이어지면서 '팝의 황제'을 잃은 잭슨의 팬뿐 아니라 전 세계의 이목을 사로잡았던 재판은 이로써 머레이 박사에 대한 형량 선고만 남긴 채 일단락됐다.

2009년 6월25일 복귀 공연을 준비하던 잭슨이 자택에서 숨진 뒤 미국 검찰은 불면증을 앓던 잭슨에게 강력한 마취제인 프로포폴을 과다하게 처방, 주사해 사망에 이르게 했다는 이유로 머레이 박사를 과실치사 혐의로 기소했다.

검찰은 머레이 박사가 한 달에 15만 달러라는 엄청난 보수를 받으면서도 잭슨의 불면증 때문에 치명적인 약물을 투여하고도 중요한 순간에 잭슨을 돌보지 않아 결과적으로 그를 죽음으로 몰고 갔다는 주장을 폈다.

검찰은 머레이 박사가 의사로서 의무를 다하지 않았고, 환자의 상태를 모니터할 수 있는 적절한 장비조차 갖추지 않아 잭슨이 사망했다고 공박했다.

반면 그의 변호인단은 잭슨이 약물 중독 상태에서 주치의 머레이 박사의 처방 없이 스스로 추가 약물을 복용했기 때문에 사망에 이르렀다고 반박해왔다.

변호인단은 불면증에 시달린 잭슨이 '(수면제 효과가 있는) 약을 달라'고 머레이 박사에게 애원했으며 이미 진통제 등 다른 약물에 중독된 상태였고 의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직접 과도한 분량의 프로포폴을 투여해 사망했다는 반론을 내놓았다.

배심원들은 6주 동안 무려 49명의 증인의 증언을 청취했다. 33명은 검찰이 내세운 증인이었고, 16명은 변호인 측 증인이었다.

증인끼리 공방도 치열했다. 검찰 측 증인들은 머레이가 제대로 된 장비도 없이 잭슨을 보살피는데 태만했다는 증거를 제시했고, 변호인단 증인들은 잭슨이 심신 미약 상태에서 머레이의 지시를 무시했다고 반박했다.

검찰과 변호인단이 공방을 주고받는 과정에서 잭슨의 알려지지 않은 이면이 드러나기도 했다.

약물에 취한 채 복귀 공연을 멋지게 치러내겠다고 다짐하는 잭슨의 전화 목소리와 바짝 야윈 창백한 시신이 공개되기도 했다.

또 유난히 어린이를 좋아했던 잭슨이 “내겐 어린 시절이 없었기 때문에 어린이들을 사랑한다”면서 불우한 어린 시절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은 사실도 밝혀졌다.

잭슨이 인형을 좋아해서 침대엔 늘 인형을 놓아두었다는 애틋한 사연도 공개됐다.

재판이 열릴 때마다 운집하던 잭슨 팬들은 이날도 법원 앞 거리를 가득 메우고 배심원단의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환호성을 울렸다.

이들은 오전 내내 '머레이는 살인자', '유죄! 유죄!' 등의 구호를 적은 피켓을 흔들거나 잭슨의 노래를 합창하며 배심원단의 평결을 기다렸다.

다나 버클리(35)라는 여성 팬은 "머레이가 다시는 약을 다루지 못하게 되어서 기쁘다"며 펑펑 울기도 했다.

법정에는 잭슨의 아버지 조와 어머니 캐서린, 형 저메인, 누나 라토야 등 가족들이 방청석에서 평결 장면을 지켜봤다. 가족들은 유죄 평결이 내려지자 검사를 부둥켜안고 기뻐했다.

어머니 캐서린은 “정의가 실현됐다”고 말했다. 라토야는 트위터에 “승리!!!!!”라고 쓰고 “마이클 사랑한다. 언제까지나 너를 위해 싸우마. 지지해준 모든 분에게 감사한다”고 적었다.

검찰은 “배심원들이 머레이 박사에 대한 유죄 평결에 내려줘 기쁘다”면서 “팝스타가 아니라 세 자녀의 아버지를 죽음에 이르게 한 죄인에게 심판을 내린 것”이라고 밝혔다.

CNN 앵커 피어스 모건은 “머레이는 의사로서 윤리를 저버린 것”이라면 “옳은 평결”이라고 평가했다.

머레이 박사의 변호인단은 '실망스럽냐'는 기자의 질문에 “당연하다”고 짤막하게 답변하고 아무런 추가 언급 없이 법원을 떠났다.

그러나 일부 미국 시민들은 머레이가 '희생양'이란 반응도 보였다. 이와 함께 머레이에 대한 형량 선고와 복역 장소도 논란이 될 조짐이다.

최고 형량은 징역 4년이지만 그간의 판례상 과실치사범에게 최고 형량이 선고된 적이 많지 않다. 형량이 너무 낮으면 팬과 가족들의 반발이 일 가능성이 크고, 너무 높으면 재판부가 여론을 의식했다는 비난에 직면할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또 최근 법률이 개정돼 머레이가 주 교도소가 아닌 카운티 교도소에서 복역하게 된다는 전망이 나오자 검찰은 “그건 정당하지 않다”라며 벌써 견제에 들어갔다.

한편 변호인단은 살인범도 아닌 과실치사범에게 법정에서 뒷짐을 진 채 수갑을 채운 것이 여론을 의식한 잘못된 처사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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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형준기자 joon@hk.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