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살 많은 고교동기 사이 전과목 1등 수석 졸업명문의대 이미 합격 통보태권도·피아노·체스 고수 "노벨의학상 도전 꿈"

준 리(왼쪽)군이 태권도 승단대회에서 검은 띠를 딴 뒤 친구와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뉴질랜드에서 이제 갓 15세가 된 한인 소년이 웰링턴에 있는 고등학교를 월반, 수석 졸업하면서 명문 의대에 진학해 화제다.

화제의 주인공은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명문 사립 고등학교인 스코츠 칼리지를 지난 5일 수석 졸업한 준 리(한국명 이준)군. 이군은 이미 더니든에 있는 오타고 대학으로부터 의예과 합격 통보를 받아놓고 있다.

뉴질랜드 학제에 따라 5년의 고등학교 과정을 지난해 시작한 이군은 금년에는 곧바로 마지막 학년으로 뛰어올라 수학, 화학, 물리, 생물, 지리 등 전 과목에서 1등을 차지해 평균 세 살이나 많은 동급생들은 물론 학교 관계자들을 모두 깜짝 놀라게 했다.

지난 1996년 뉴플리머스에서 2남 중 첫째로 태어난 이군은 한국의 수능과 비슷한 뉴질랜드의 NCEA 시험에서도 상위권 학생들이 보는 스칼라십 NCEA에 응시해 현재 성적을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학교 관계자들은 이 시험에서도 이군이 전국에서 10명 이내의 학생들에게 주어지는 장학금을 받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군이 머리만 좋거나 공부만 잘 하는 학생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그는 형 또래 동급생들과 공부를 해 1등을 차지하기는 했지만 비디오 게임도 즐기고 태권도와 크리켓 등 운동도 열심히 하는 소년이기도 하다.

그는 또 1주일에 15분씩 피아노를 배우는 아이라고는 믿어지지 않을 만큼 피아노도 잘 치고 체스 전국 대회에도 나가는 체스 고수이기도 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그가 더욱 돋보이는 것은 놀 때는 같은 또래 친구들과 스스럼없이 잘 어울려 탁구도 치고, 토론도 하고, 게임도 즐기는 평범한 10대 소년의 측면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는 점이다.

40대 초반이라고 밝힌 이군의 아버지는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월반을 해서 세 살이나 많은 형들과 공부하면서 1등을 차지하자 나이 많은 동급생들에게 상당히 미안해 할 정도로 다른 사람들을 배려할 줄 아는 아이라고 말했다.

그는 아들이 지금까지 과외를 받아보거나 학원에 가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면서 자신들의 교육 방법은 가능하면 집에서 아이들과 대화하고 같이 놀아주려고 노력하면서 공부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군이 졸업한 스코츠 칼리지의 그레이엄 율 교장도 이군에 대해 단순히 머리가 뛰어난 학생들 중의 하나가 아니라면서 "그는 무엇보다 어른스럽고 정말 착한 아이다. 정말 예외적인 젊은이"라고 말했다.

초등학교 때부터 동화, 추리소설, 공상 과학소설 등을 가리지 않고 1주일에 20권씩 읽을 정도로 책을 좋아했던 이군은 초등학교 6학년 때 고등학교 1학년 수학, 중학교 1학년 때는 고등학교 2학년 수학을 독학으로 마스터할 정도의 천재성을 갖고 있다.

하지만 시험 때는 친구들과 어울리는 것을 포기하고 하루에 8시간씩 공부에 매달릴 만큼 무서운 집중력을 발휘할 줄도 안다.

이군은 자신에게 따라붙는 천재라는 꼬리표에 대해 "천재는 머리가 뛰어난 것 이상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나는 아직 천재가 아니다. 목표와 꿈을 가지고,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최선을 다하는 것이 천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어른스럽게 말했다.

그는 "나는 어렸을 때부터 암 치료법을 찾아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면서 앞으로 노벨 의학상을 타겠다는 꿈을 가지고 의학 연구 분야에서 일하고 싶다고 밝혔다.

대학을 졸업하고 지난 1994년 뉴질랜드로 이민 와 현재 웰링턴 병원에서 IT 전문가로 일하고 있는 이군의 아버지는 아들에게 천재성이 있다는 사실은 어렴풋이 알고 있지만 아직까지 지능검사를 해본 적이 없어 IQ가 얼마인지를 알 수 없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