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의사회' 남아공 봉사사흘간 환자 800여명 몰려20% 정도가 에이즈환자

권현옥 봉사단장이 현지여성을 진료하고 있다.
"한국 의료진의 무료 봉사활동에 환자들 모두 행복하고 감사할 따름입니다. 고마운 마음을 어떻게 표시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수도 프리토리아에서 북동쪽으로 차량으로 1시간여 거리인 쾀상가시 외곽의 만델라 빌리지 이장인 제리 라칼라카니(38)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한국의 '열린의사회' 의료봉사단의 활동에 대한 소감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그는 특히 쾀상가 시내에 시립병원이 있고 다른 민영 클리닉도 있지만 가난한 흑인 서민들은 진료비·약값 부담에 병원 문턱을 넘기 힘들다며 "매년 한국 의료진이 우리 지역을 방문할 순 없겠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열린의사회의 남아공 의료봉사단(단장 권현옥ㆍ산부인과)은 지난 26일부터 사흘 동안 소아과, 산부인과, 외과, 치과 및 가정의학과 의사 6명과 약사 2명, 간호사 1명 및 자원봉사자 4명 등 모두 16명이 팀을 이뤄 끊임없이 밀려드는 흑인 주민들을 치료하고 약을 건네주며 한국의 따뜻한 마음을 전했다.

지난 26일 첫날에는 210명의 환자가 모여들었고 둘째 날이자 휴일인 27일에는 260명, 그리고 마지막 날인 28일에는 정오께까지 약 300명의 환자가 몰려들었다고 현지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김진경 목사는 설명했다.

이에 따라 의료봉사가 진행되는 만델라 마을 공회당 앞에는 진료 대기번호표를 받으려는 주민들이 기다란 줄을 지어 자신의 차례를 기다리는 모습이 목격됐다.

특히 '아줌마' 환자들은 보통 어린 아들이나 딸을 데리고 나와 산부인과와 소아과 및 치과 등 여러 진료분야를 순회하는 바람에 공회당과 앞마당은 주민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더욱이 입소문이 돌면서 다른 지역에서 주민이 뒤늦게 찾아와 한국 의사들로부터 진료받을 수 있는지 문의했지만 인력과 시간 제한 탓에 진료를 받기 어렵다는 한국 관계자의 말에 발길을 돌리기도 했다.

이와 관련, 권현옥 단장은 "그동안 인도, 네팔 등 아시아 지역에서 주로 의료봉사를 했으나 아프리카를 찾기는 이번이 처음"이라면서 "막상 만나보니 다른 지역 사람과 똑같더라"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번이 20번째 해외봉사라는 권 단장은 "남아공 주민이 당초 예상했던 것보다 영양상태가 좋았다"며 "다만 찾아오는 환자 5명중 1명은 에이즈 환자로 추정될 정도로 에이즈 환자가 많은 게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그녀는 "32세 된 여성 에이즈 환자와 대화하다 꼭 껴안아줬더니 눈물을 흘리더라"라고 소개하며 "우리가 이곳에서 의료봉사를 하지만 진료하고 약을 주는 것보다 사랑과 관심을 보여주는 게 진정한 봉사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