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재벌간 소송서 변호사료 최고액 기록첼시 구단주 아브라모비치 승소패소한 베레조프스키 1800억원 손실

첼시 경기를 관전하는 아브라모비치(가운데). 오른쪽은 '해리포터' 시리즈 여주인공 엠마 왓슨.
러시아 재벌들의 '법정 전쟁'에서 영국 변호사가 횡재를 했다.

영국 런던 법정에서 벌어진 러시아 재벌 간의 55억 달러(약 6조2,000억원) 규모 소송에서 피고인 첼시 구단주 로만 아브라모비치의 변호를 맡았던 영국인 변호사가 무려 780만 파운드(약 140억원)의 수임료를 챙겼다고 영국 BBC 방송 러시아어 인터넷판 등이 지난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이는 영국 소송 역사상 최대 수임료로 종전 최고 기록의 2배를 넘는 규모라고 방송은 전했다.

영국인 변호사 조너던 샘프션은 영국에 망명중인 옛 러시아 재벌 보리스 (65)가 또다른 러시아 재벌 아브라모비치(45)를 상대로 제기한 신뢰 및 계약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아브라모비치의 변호를 맡아 소송을 승리로 이끌었다.

패소한 는 소송 비용 등을 포함 1억 파운드를 잃게 됐다고 BBC 방송은 덧붙였다. 이타르타스 통신은 "가 지난주 소송 비용을 전해듣고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2001년부터 영국에 망명해 살고 있는 는 지난 2007년 영국 프로축구 첼시 구단주이자 역시 영국에 많은 자산을 가진 아브라모비치를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다.

베레조프스키
는 한때 그의 사업 파트너였던 아브라모비치가 2000~2003년 러시아 5위의 민간 석유회사 '시브네프티'와 거대 알루미늄 기업 '루살' 등에 갖고 있던 자신의 지분을 팔도록 압력을 행사해 시가보다 훨씬 싸게 지분을 매각하면서 거액의 손해를 입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당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던 아브라모비치가 이 지분들을 매각하지 않으면 국가에 수용당할 것이라고 위협해 어쩔 수 없이 팔았다고 주장했다. 시브네프티는 두 사람이 함께 키운 거대 석유 기업이었다.

이에 대해 아브라모비치는 에게 압력을 행사한 적이 없으며 그가 정치적 후견인이 되어준 데 대한 보답으로 과거에 수백만 파운드를 지급해 빚진 게 없다고 반박했다.

두 사람의 다툼은 결국 법정 싸움으로 발전했고 런던 상업법원은 지난달 31일 소송 기각 판결을 내리면서 피고인 아브라모비치의 손을 들어줬다. 담당 판사는 "모든 증거를 종합적으로 분석한 결과 의 주장이 설득력이 없고, 신뢰할 수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판결 사유를 밝혔다.

와 아브라모비치는 1994년 처음 만나 부자지간처럼 가깝게 지내며 각자 막대한 부를 이뤘지만 이후 정치적으로 다른 길을 걸으면서 이국땅에서 법정 공방을 펼치는 '원수'가 됐다.

한때 러시아 최대 재벌이었던 가 2000년 1기 집권에 성공한 푸틴 대통령의 사정 칼날을 맞아 런던으로 쫓겨난 뒤 크렘린궁과 갈등을 빚으면서 몰락의 길을 걸어온 데 반해 아브라모비치는 푸틴 정권과 밀월을 유지하며 여전히 러시아의 주요 재벌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