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후 10년 맞아 한화·삼성·현대 등 20개 업체'오일머니' 잡기 본격 나서

"2,750억달러(약 304조원) 규모의 이라크 재건시장을 잡아라."

전후 10년째를 맞은 이라크가 정치·경제적으로 서서히 안정을 찾아가면서 국내 기업들의 현지 재건 프로젝트 참여가 활기를 띠고 있다.

코트라에 따르면 한화건설이 80억달러 규모의 비스마야 신도시 건설 프로젝트를 수주한 것을 비롯해 건설·발전 인프라 등을 중심으로 20여개 기업이 현지에 진출해 있다.

이라크 정부는 '오일머니'를 앞세워 2017년까지 2,750억달러라는 천문학적인 돈을 국가 재건에 쏟아 부을 계획이어서 향후 국내 기업의 진출 기회는 무궁무진할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기업의 이라크 재건시장 진출은 2010년 한국가스공사가 가스전·유전 개발 수주로 물꼬를 튼 이후 작년부터 본격화됐다. 이라크에 진출한 국내 기업 가운데 선두주자는 한화그룹이다. 한화는 작년 5월 바그다드 인근 비스마야 지역에 1,830ha 규모의 신도시 건설공사를 따냈다.

공사 대금은 국내 기업이 수주한 현지 프로젝트 가운데 최대인 80억달러에 달한다. 이 프로젝트는 도로와 상ㆍ하수관로를 포함한 신도시 조성공사와 10만호의 국민주택 건설공사로 구성된다.

설계ㆍ조달ㆍ시공을 모두 한 회사가 맡는 디자인 빌드(Design Build) 방식이어서 연관 산업 수출 증대·중소 협력업체 동반 진출 등 상당한 파급 효과가 기대된다.

삼성엔지니어링은 작년 5월 해외 메이저 업체들의 각축 속에 10억달러 규모의 석유플랜트 사업을 수주해 한국 기업의 성과를 드높였다.

남부 바스라지역에 건설되는 이 플랜트는 웨스트 쿠르나 유전 2단계 개발 사업의 하나로 하루 46만배럴의 원유를 가스와 오일로 분리하는 시설이다.

올 2월에는 가스정제설비와 발전·저장탱크 등의 유틸리티 기반시설 공사를 8억8,000만달러에 수주, 유전·가스플랜트 부분의 가능성을 열었다.

발전 부문에서는 현대엔지니어링이 길을 터줬다. 현대는 2011년 2월과 5월 이라크 전력청이 발주한 6억2,000만달러 규모의 가스터빈발전소 공사를 수주했다.

바그다드 인근에 2,252MW급 발전소를 건설하는 프로젝트로, 당시에는 전후 이라크 정부가 발주한 사업 중 최대 규모였다. 이듬해인 2012년 2월에는 STX건설이 10억달러 규모의 디젤발전설비 공사를 따내 발전 부문에서 최대 성과를 일궜다.

한국 기업이 뒤늦게 이라크 재건시장에 뛰어들어 일부 분야에서 성과를 내고 있지만 경쟁국과 비교하면 미미한 수준이다.

작년 7월 기준 국가별 현지 프로젝트 진출 현황을 보면 미국이 31건으로 가장 많고 인접국가인 터키가 20건, 아랍에미리트(UAE) 18건, 영국 10건 등의 순이었다. 한국은 일본, 이란과 함께 9건을 기록했다.

미국의 경우 고부가가치 분야인 원유·가스개발, 건설 감리, 국방, 정보기술(IT) 등 다방면에 걸쳐 비교우위를 점하고 있다.

유럽연합(EU)는 회원국간 컨소시엄을 구성해 발전·변전소 설립, 고속도로 건설, 원유탐사 등의 프로젝트 수주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뛰고 있고 이라크 재건의 최대 수혜자로 꼽히는 터키도 건설 사업을 중심으로 진출 분야를 점차 넓히고 있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경우 진출 분야가 주택건설, 석유·가스플랜트 등 일부에 지나치게 치우쳐 있다"며 "유전개발, 항만·공항·도로 등 사회 인프라, 제조업 투자 등으로 사업 분야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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