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전문가 야스다 주장"우익 네티즌 상당수 글·사진만 보고 한국 상상"

"일본에는 한일 자동 번역 게시판에 뜬 감정적인 글과 사진을 보고 '한국인은 일본인을 죽이고 싶어한다'고 상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최근 재특회 등 일본의 이른바 '우익 네티즌'이 도쿄ㆍ오사카 코리아타운에서 "한국인을 죽여라"라는 등 한국 혐오 구호를 외치며 시위를 벌여 물의를 빚고 있다. 이들은 왜 이처럼 극단적인 주장을 하는 것일까.

장기간 이들을 취재해 '인터넷과 애국'이라는 책을 펴낸 야스다 고이치(安田浩一)씨는 일본의 우익 네티즌 중 상당수가 한국에 가보거나 한국인을 만나보지 못한 채 인터넷상에 떠도는 글과 사진을 보고 한국을 상상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야스다씨는 지난 19일 도쿄에서 만난 기자에게 인터넷에 떠도는 한 장의 사진을 보여줬다. 한국의 한 단체 회원이 'Kill Jap(일본인을 죽여라)'이라고 쓴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이다.

"한국에서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은 일부에 불과하지만 인터넷에서 이걸 본 일본 네티즌들은 '이게 한국 여론인가 보다'라고 진지하게 받아들입니다. 일부는 '그럼 우리도 한국인을 죽이자라고 외치자'라고 생각하는 거죠."

'2채널' 등 일본의 일부 사이트를 중심으로 한국 정부가 어린이들에게 이런 내용의 반일 교육을 한다고 믿는 이들이 퍼지는 것도 비슷한 맥락에서다.

이들에게 상상의 날개를 달아준 도구가 한국 포털사이트가 2003년께에 제공한 한일 자동번역 게시판이라고 한다.

야스다씨는 자신의 저서 '인터넷과 애국'에서 "그들(우익 네티즌)이 이용한 것은 한국의 인터넷 기업이 운영하는 한일번역게시판이었다"며 "원래는 번역 기능을 이용해서 양국의 교류를 심화하는 것이 목적인 게시판이었지만, 점점 한일 네티즌이 충돌하는 장으로 변해갔다"고 적었다. 재특회 회장인 사쿠라이 마코토도 'Doronpa'라는 아이디를 쓰는 이 게시판의 단골이었다고 한다.

상대국의 고민이나 문화를 이해하지 못한 네티즌들의 감정 배설에 가까운 글들이 자동 번역되면서 예상하지 못한 부작용을 낳은 셈이다.

야스다씨는 2002년 한일월드컵 대회가 중요한 분기점이 됐다고 설명했다. 그전까지는 한국을 경쟁 상대로 여기지 않던 이들이 월드컵 대회 공동 개최를 계기로 한국에 관심을 갖게 됐고, 여기서 한국인들의 민족주의가 분출하는 모습을 보고 "이러다간 언젠가 우리(일본)가 한국에 당할지도 모른다"라는 위기감을 느끼게 됐다는 것이다.

"저도 일본인이지만 '한국인은 모두 일본인을 죽이고 싶어한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 이유는 제게 한국인 친구가 있고, 인터넷 이외의 세계도 알고 있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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