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콜라스 마두로 베네수엘라 대통령이 중미를 순방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을 향해 '악마의 수괴'라고 거친 비난을 퍼부었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 4일(현지시간) 연설을 통해 "오바마가 중미 국가들을 돌며 건방지고 무례한 말들을 쏟아내고 베네수엘라의 민주주의를 해치도록 우파 파시스트들에 명령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하지만 우리는 평화와 민주주의, 제도, 국민을 수호하기 위해 여기에 있다"며 "(그러기 위해서는) 오바마 같은 악마의 수괴(grand chief of devils)는 물론 어떤 자들도 참아내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또 오바마 대통령이 베네수엘라 야당을 재정적으로 지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미국 제국주의의 꼭두각시 노릇을 하는 오바마가 베네수엘라 민주주의를 파괴하려는 우파에 달러를 쥐여주고 있다"고 비난했다.

마두로 대통령의 이런 격한 반응은 오바마 대통령이 코스타리카 방문 기간 스페인어 방송 '유니비전'과 한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 대선 결과 인정 여부에 대한 입장 표명을 유보한 데 따른 것이다.

오바마 대통령은 "베네수엘라 대선 이후 폭력과 항의, 야당탄압 등을 목도했고 인권, 민주주의, 언론과 의회의 자유 등 기본원칙도 충분히 지켜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며 마두로 대통령을 인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에 즉답을 피했다.

베네수엘라 정부도 이날 외무부장관 공식 성명을 통해 비난에 동참했다.

성명에서 정부는 오바마 대통령의 인터뷰에 대해 "잘못되고 무절제하며 간섭주의적인 발언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킬 것"이라면서 "적법한 베네수엘라 정부를 공격하려는 오바마 대통령의 선언을 거부한다"고 덧붙였다.

마두로 대통령은 지난달 14일 대선에서 고(故) 우고 차베스 대통령의 후광을 업고 좌파 집권당 후보로 나서 당선됐다. 하지만 초박빙 개표 결과와 맞물려 야권의 큰 반발을 부르며 승패 논란을 빚고 있다.



주간한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