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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의 ‘북한 읽기’] 북한 기업의 계획경제와 자원확보 실태

소속기업에 돈내고 자유롭게 장사하는 8.3노동자... 위법이지만 공장 목표 달성에 필수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기업 현장지도 나선 북한의 신임 내각총리

지난 4월 북한의 최고인민회의 시 ‘자력갱생’ 역할을 부여받고 임명된 북한의 신임 내각총리 김재룡이 기업 현장에 대한 지도를 본격화하고 있다. 2019년 5월 21일자 북한 <조선중앙통신>에는 김재룡이 평안남도에 소재한 중앙관리기업인 순천화력발전소 및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와 보산제철소 현장을 방문하여 지도한 내용이 보도되었다. “자력갱생만이 살길이다!”라는 붉은 표어가 나붙은 순천화력발전소 현장지도 시에, 그는 ‘발전설비의 기술관리 및 효율증대를 위한 새로운 혁신안’ 마련을 요구하였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와 보산제철소에서는 ‘현재 생산능력을 최대한 이용한 효율성 증대’를 요구하였다.

  • 북한 김재룡 내각 총리(왼쪽)가 평안남도 순천화력발전소를 시찰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2일 보도했다. 연합
순천화력발전소는 김정은 집권 후 생산의 효율화를 추구하여 소위 ‘통합전력생산체계’를 구축했다는 기업이다. 천리마제강연합기업소는 일제시대 연간 1만톤의 특수강 생산공장으로 설립된 강선제강소를 모태로 한다. 김일성 시대 노력경쟁운동인 “강선속도운동”을 창조했다는 기업으로 1980년대 말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대기업이다. 이 제강기업에 철을 공급하는 보산제철소(남포시 소재)는 2018년 10월 18일 <조선중앙통신>에서 원료와 자재를 재자원화하는 데 성공하였다하여 주목받은 기업이다. 북한 기업과 경제의 ‘자력갱생’을 위한 핵심 자원인 전력과 자재 문제에 대한 현장 지도 행보이다. 그렇다면 여전히 계획경제를 표방하고 있는 북한 기업의 계획 및 자원확보 실태는 어떠한가? 북한의 기업 유형별로 이에 대해 살펴보자.

현물계획과 현금계획이 공존하는 중앙기업

북한의 중앙기업은 현재도 공식적으로 사회주의계획경제체계를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실질 운영에서는 계획의 통제적 역할이 약화되었다. 1990년대 중반이후부터는 해당 기업소에서 적당하게 계획을 세워 올려 보내면 국가계획위원회와 조정을 하고 형식적 승인을 하는 방법으로 계획이 수립 및 집행되고 있다. 이전보다 많이 줄었지만 2019년 현재도 계획이 수립 및 집행되고 있다.

현재 북한 기업에서 계획은 두 종류가 있다. 지표별 계획과 액상계획이다. 지표별 계획은 계획량을 생산품인 현물로 맞추는 유형이다. 금액상이란 의미의 액상계획은 계획량을 현금으로 맞추는 유형이다. 현재 북한의 중앙기업은 두 유형의 계획이 공존한다. ‘지표별 계획’뿐 아니라 ‘액상계획’도 하달된다. 그러나 시장가격에 비해 매우 낮은 국정가격을 기준으로 하기에 계획/목표 달성이 자본주의 기업에 비해 어렵지 않다고 한다. 또한 생산에 대한 총화 수준도 이전에 비해 매우 약해졌다.

현금계획 중심으로 8.3노동자 역할이 큰 지방기업

지방기업의 경우에도 계획이 생산물 품목별로도 제시되지만, 생산물별 생산량에 단가를 곱한 액수의 합인 액상계획도 제시된다. 경제난 이전에는 현물계획을 달성하면 현물에 따른 액상계획이 자연적으로 달성되었다. 따라서 액상계획에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그러나 경제난으로 대부분의 기업소에서 현물계획을 달성하는 것이 어려워졌다. 특히 중앙의 지원이 부재하기에 온전히 자력갱생해야 하는 지방기업의 경우 그 정도가 심하였다. 따라서 북한의 지방기업에서 계획은 현물 지표가 아닌 액상계획이 주된 지표가 되었다.

자재와 전기 부족으로 대부분의 지방공장에서 현물계획을 달성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현물계획 대신 액상계획을 달성하면 계획을 달성했다고 인정된다. 지방기업 역시 액상계획은 시장가격이 아닌 국정가격이 기준이 되기 때문에 계획달성은 그리 어렵지 않다고 한다. 따라서 지방공장들은 이를 계획의 형식적 틀 내에서 자율성을 확보하는 공간으로 활용하고 있다. 액상계획 달성에는 기업이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판매하는 8.3인민소비품 및 소속 기업에 돈을 내고 자유롭게 장사 등을 하는 8.3노동자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소위 “입금조”라고도 불리는 이들 8.3노동자들의 존재는 물론 위법이다. 그러나 현재 지방공장 계획 달성에 필수적 제도이다.

독자적 계획권을 가진 합영기업

북한에서 합영기업은 독자적 계획권을 가졌다는 점에서 일반 기업과 구별된다. 이는 합영기업이 경영의 독자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계획의 독자성이 가능한 핵심 이유로는 합영기업이 ‘국제시장과의 경제적 관계’에 기초해 운영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영기업은 기본적으로 국가로부터 계획지표를 따로 받지 않는다. 기업 운영주체인 외국투자자측의 목표를 중심으로 북한측 주체와 협의하여 계획 또는 생산품 지표와 생산량에 기초한 이윤을 결정한다.

그러나 북한당국이 합영기업에게 전혀 아무런 계획도 요구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합영기업이 설립됐을 때 약속한 연간 달성하기로 한 이윤이 일종의 계획지표가 된다. 합영기업의 경우, 이윤이 중요한 계획지표가 될 수 있는 이유는 이윤의 규모가 결과적으로 국가이익 정도에 비례하기 때문이다. 한편 합영기업이 주로 북한 내부, 즉 내수시장을 고려하거나 내부 기업 등과 관계를 맺는다면 더 이상 계획과 무관할 수 없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합영기업의 경우 이 계획조차 북한의 일반기업과 비교할 때 느슨하다.

다음으로 북한의 기업에서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생산요소, 즉 자원 확보 또한 기업별로 상이하다. 중앙기업의 경우, 북한당국의 노동력배치와 함께 필수적인 자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그 양이 제한적이기에 기업 자체의 해결노력이 필요하다. 노동력 배치 외에 별다른 지원이 없는 지방기업의 경우, 기업운영 자원을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한편 합영기업의 경우에는 자원공급이 원활하다. 그 실태를 기업 유형별로 살펴보자.

중앙기업과 지방기업의 자원확보 실태

중앙기업의 경우, 기업운영에 필요한 노동력은 국가가 보장한다. 또한 국가에서 생산에 필요한 자재와 자금을 계획에 맞추어 배정해 준다. 그러나 계획이 형식에 그치며 현물 자재 공급이 부분적으로만 이루어지거나, 제때에 원활히 수급되지는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기간산업 분야 중앙기업 일지라도 자재를 자체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 증대하고 있다. 특히 생산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은 전력 부족, 즉 전력의 불안정한 공급이다.

지방기업의 경우에도 국가의 노동력 배치는 기본이다. 그러나 대부분 독립채산제로 운영되기에 기업운영 자원을 온전히 기업소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물론 지방기업 중에도 자원을 지원받는 곳이 있다. 하나는 북한 최고지도자의 선물이나 명절에 공급되는 선물 생산처럼 국가적 과제를 수행하는 기업이다. 또 다른 하나는 합영기업이나 무역회사의 하청을 받는 공장들이다. 이 유형의 지방기업은 상급기관이나 본청에서 자재를 지원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경우는 그리 많지 않다. 대부분의 지방기업은 보유하고 있는 생산품을 다른 기업소와 물물교환하거나 시장에 판매한 대금, 또는 8.3노동자들로부터 받은 현금으로 시장에서 자재와 원료를 구입한다. 중앙기업보다 전기 사정은 더욱 열악하다. 지방공장 역시 생산에 차질을 빚는 가장 큰 요인은 전력 문제이다.

자원공급이 원활한 합영기업

합영기업은 자원확보가 원활하다. 자원은 크게 북한측에서 보장하는 자원과 합영의 외국 파트너가 보장하는 자원으로 나눌 수 있다. 북한측에서 보장하는 자원으로는 노동력 외에 전력을 꼽을 수 있다. 일반적으로 북한의 전력상황은 매우 나쁘며 전압 등 전기의 질도 좋지 않다. 그러나 합영공장의 경우에는 안정적 전기 공급을 보장하기 위해 노력한다. 그 방법은 합영기업의 전력수요를 예측해 내각 전력공업성에 제출함으로써 국가 공급계획에 묶어 놓는 것이다. 합영 단위마다 주된 발전소들이 연결된다. 접경지역 내 중국으로부터 직접 전력을 공급받는 경우도 있으나 북한의 전력보다 가격이 비싸서 선호되지는 않는다.

전기 이외 많은 부분은 해외 투자자 쪽에서 자원확보에 나선다. 무엇보다 계약 당시에 식량 등을 어떻게 보장할 것인지를 정해 놓는다. 이렇게 해외 합영 투자자가 식량과 후방사업을 챙기는 것은 종업원들에게 잘 해줘야 생산성도 높아진다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자원확보 이외에도 합영기업들은 대체로 일하기가 쉽다. 깨끗한 현장에서 깨끗하게 일하고 전기난방이 들어가기도 한다. 쌀도 정상적으로 배급이 나오고 월급도 높다. 이 두 가지 요소로 인하여 북한 합영기업은 생산요소가 부족한 북한에서 생산요소를 충분히 확보한 기업이다.

정리하면, 현재 북한의 기업은 계획 및 계획달성을 위한 자원확보 방법이 유형별로 다양하게 작동한다. 중앙기업은 현물계획과 현금계획이 공존하며 국가의 노동력배치와 함께 필수 자원이 지원된다. 그러나 공급 자원이 제한적이기에 기업 자체의 해결노력이 필요하다. 노동력 배치 외에 국가 지원이 거의 없는 지방기업은 현금계획 중심이며 계획달성과 운영을 위한 자원을 자체로 해결해야 한다. 한편 합영^합작 기업은 계획의 독자성을 갖으며 자본력을 가진 외국 파트너들이 주도하기에 북한의 일반기업과 비교해서 자원공급이 원활하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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