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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의 ‘북한 읽기’]기업에 대한 국가통제와 인센티브를 통해 본 실태와 전망

‘경제적 자력갱생’ 위해 시작된 ‘만리마속도창조운동’
예상보다도 빨리 사상교육 사업으로 변질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평남기계종합공장을 현지 지도했다고 조선중앙통신이 2일 보도했다. 김 위원장은 “생산공정 현대화를 더 높은 수준에서 진행함으로써 새 세기 기계공업의 본보기공장으로 꾸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진은 중앙통신이 홈페이지에 공개한 김 위원장이 공장 내부를 둘러보는 모습. 연합
예상보다 빨리 사상, 통제 중심으로 진행되는 ‘만리마속도창조운동’

최근 북한에는 ‘경제적 자력갱생’을 위한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이 한창이다. 북한당국은 이 운동을 앞으로 1년 후인 2020년을 목표로 한 국가경제발전 5개년전략 목표달성을 위한 ‘증산돌격운동’이라 하였다. 전 인민적 생산증대운동으로 대북제재 하에서 김정은의 자력갱생 노선을 수행하기 위한 대중적 생산력 증대 사업이라는 논리이다. 그런데 예상했던 대로 이 운동은 생각보다 더 빠르게 사상교육 사업으로 전개되고 있다. 그 방법으로 각 급 당조직들이 나서서 경제난 이후 제대로 가동되지 않았던, “학습강사의 날, 선동원의 날, 5호담당선전원의 날을 정상적으로 운영하도록 하는 것”과 함께 각종 평가사업 등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

지난 2019년 5월 24일자 <노동신문>에는 경제적 자력갱생을 위한 생산증대운동인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을 주도하는 기관이 내각이 아니라 당조직임을 밝히고 있다. 즉 “도, 시, 군 당위원회를 비롯한 각급 당조직들에서 대중을 만리마속도창조에로 총궐기시키기 위한 화선선전, 화선선동을 첨입식, 집초식으로 벌려나감으로써 그들(북한주민들)의 정신력이 최대로 분출되게 하고 있다”고 보도하였다.

그러나 지난 30년 이상 전력과 자원 부족 상황에서의 ‘정치군사적 이데올로기와 통제’에 만성화된 행정경제 분야 간부들이 제대로 움직이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로 인해 각 도 단위 당위원회가 나서서 주로 행정경제 분야 “일군들의 역할을 높이는 사업에 선차적인 힘을 넣고 있다”고 한다. 이렇듯 생산증대운동이 사상,통제 사업으로 빠르게 전환될 수밖에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북한 기업에서 국가의 감독/통제 및 인센티브 제도 작동 실태를 유형별로 살펴보자.

당 주도 감독, 통제권을 강화하는 중앙기업

현재 북한 중앙기업에 대한 국가의 감독과 통제는 행정보다 당을 통해 실현되고 있다. 기업에 대한 당 지배의 핵심은 간부 임면과 정책집행에 대한 당적 지도이다. 내각의 행정적 지도는 기업운영에서 제기되는 실무적 문제들을 처리하는 보조적 기능으로 변화하고 있다. 과거 소위 경제사령부로 기능하던 국가계획위원회는 형식적 기구가 되었다. 기업의 실질적 주인 역할을 하는 주체가 내각, 당, 군대로 분리되면서 그 권한과 기능이 약화되고 있다.

따라서 정치사회적 권위와 권력을 가진 각 급 담당 당기관이 앞장서서 기업과 노동자를 통제하고 있다. 특히 노동자통제는 강제력이 주를 이룬다. 우선 노동자들의 자율적 사직을 허용하지 않는다. 할 일이 없어도 노동자들의 직장출근 강제가 지속되고 있다. 무엇보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사회동원 과제가 증대하면서 노동자들에 대한 당적 통제 시스템 역시 강화되고 있다.

사회적 과제 통한 국가통제가 지속되는 지방기업

지방기업에 대한 국가의 통제는 인민위원회의 상급 지도기관에 의한 행정적 지도?감독과 법적 통제, 당과 근로단체를 통해 이루어지는 생활총화와 정치학습 및 각종 동원노동 등의 형태로 이루어진다. 지방기업의 경우에도 김정은 집권 이후에 사상교양과 당 정치생활이 지속적으로 강화되는 추세이다.

그러나 각 단위 생활총화 등 조직생활 참가율은 가동률이 높은 공장에서는 높고, 생산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공장에서는 낮다. 주목할 점으로, 현재 대부분의 북한 지방공장들은 생산이라는 경제적 기능이 약화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방기업들은 운영된다. 국가의 공식 영역에서 볼 때 지방기업은 주로 노력동원과 각종 국가적 과제 수행을 통한 사회적 노동, 그리고 소속 노동자들의 생활 통제 기능을 수행하고 있다.

동원은 없으나 노무관리 중심으로 통제되는 합영기업

합영기업의 경우, 일반기업과 달리 기업운영에 대한 국가의 직접적 통제나 사회동원 등이 없다. 전당, 전민이 나가야 하는 의무적 농촌지원도 탄력적이다. 이윤을 목적으로 하는 합영기업의 해외측 투자자의 경우, 생산성 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는 감독과 통제에 대해 끊임없이 제거를 요청한다. 김정은 정권 집권 후 최근에는 ‘당위원회를 없애 달라’는 요구까지 나왔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본적으로 국가는 합영, 합작 기업의 선정 및 취소권이 있다. 이러한 권한을 통한 국가의 직접적 통제가 가능하다.

한편 노동자를 누가 어떻게 통제하느냐 하는 문제는 합영기업의 가장 큰 갈등요인이다. 노동자 통제의 목표가 합영기업 두 당사자 간에 다르기 때문이다. 합영기업의 외국 투자자의 경우 노동자 통제를 통해 생산성 향상을 추구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당국은 한편으로는 생산성 향상에 대해 신경을 쓰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체제안정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 노동자들을 ‘자유주의 바람’에 맡겨둘 수는 없기 때문이다.

현실 제도적으로 노동자 통제는 북한 당국에 무게 중심이 가게 돼 있다. 무엇보다 노동자 선발이 북한 몫이기 때문이다. 또한 아직까지 합영기업 내부에서 인사권이 북한측에 있는 경우가 많다. 무엇보다 노무관리권과 관련해서는 해외측 투자자가 갖기 어려운 권리이다. 북측이 그만큼 중시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합영기업도 사실상 기술지도 이상의 인력관리는 거의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따라 합영기업의 해외 투자자쪽에서는 자신만의 방법으로 노동자 통제에 나선다. 업무와 관련한 시험을 늘리는 게 대표적 예다. 한편, 합영이 많아지면서 노동자 통제권이 북한쪽에 있다 하더라도 노동강도가 강해지는 현상이 나타난다. 노동강도를 높일 수 있는 이유는 합영공장에 다니고자 하는 노동자들의 욕구가 강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합영기업에서는 8^3 노동자라는 개념조차 없다. 다음으로 인센티브에 대해 살펴보자.

배급과 간부직위 중심의 중앙기업

중앙기업의 경우, 주요 인센티브는 배급과 간부직위이다. 월급이 시장가격에 비해서 너무 적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월급에 별 관심을 갖지 않는다. 김정은 시대 들어서 노동자들의 책임성을 높이기 위해 평균주의 배격과 인센티브 강조가 이루어졌다. 그러나 계획 및 계획결산이 불안정한 상황에서 노동정량의 정확한 측정과 그에 입각한 소득분배는 별 의미가 없다. 북한에서 임금은 기능급수나 노동의 종류에 따라 달라지고, 일한 만큼 지급한다는 원칙하에 노동량을 기입하여 그에 따라 임금을 지급하도록 한다.

그러나 국영기업의 현장 노동자가 계획을 100% 달성해서 임금 전액을 받는다 해도 월급이 3000원 내외이다. 이는 북한에서 술 한 병 값이다. 시장에서 쌀 1kg(5000원 내외)도 살 수 없는 금액이다. 임금을 전액 다 받는다고 해도 각종 동원 충당금 등 ‘세부담’을 공제하고 실제 노동자가 받을 수 있는 돈은 매우 적다. 따라서 노동자들이 관심을 갖는 것은 월급보다는 배급이다.

그런데 국가가 노동자들에 대한 배급 책임을 기업에 전가했기 때문에 중앙기업일지라도, 해당 기업의 실정에 따라 배급의 양과 질이 결정된다. 무엇보다 중앙기업 간부층 사이에는 간부의 직위가 상당히 큰 인센티브로 작동한다. 간부 직위를 가지면 그 권한으로 뇌물을 받을 수 있고 사회적 명예와 위신을 챙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간부 직위에 따른 인센티브의 크기는 직위의 수준 및 개인의 재량에 의해 결정된다.

인센티브 기대하기 어려운 지방기업

지방기업 역시 노동자들에게 주어지는 주된 인센티브는 배급과 임금이다. 그러나 노임은 액수가 적고 각종 명목의 공제금이 많아 노동자들에게 실질적 의미가 없다. 또한 중앙기업에 비해 지방기업의 경우 배급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다. 기업소에 따라 부분적인 자체 배급이 실시되는 상황이다. 기업소가 자체적으로 노동자들에게 주는 배급의 양은 지배인의 역량에 따라 달라진다. 합영기업의 하청을 받은 지방기업의 경우, 생산 기간 중에는 기본 식량과 기름 및 부식물 등을 본청인 합영기업에서 제공한다.

교환 또는 판매 가능한 현물 생산이 이루어지는 공장의 경우, 생산품의 일부를 식량 및 소비품을 보유하고 있는 협동농장이나 다른 공장과 교환하여 배급 물품을 확보한다. 또한 생산품의 일부를 시장에 판매하여 확보한 자금이나 8.3 노동자들로부터 받은 자금 중 일부를 활용하여 노동자들에게 분배할 현물을 마련하기도 한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가계구성원의 생계유지에 필요한 양은 배급받지 못한다. 단지 생계 보조 차원의 부분적 배급이 이루어질 뿐이다.

임금 외 인센티브로 갈등하는 합영기업

합영기업의 경우, 임금이 정상적인 기능을 한다. 그러나 임금 외에 노동을 유인할 수 있는 인센티브 제도를 가지고, 합영기업의 외국 투자자와 북한쪽 상대방 사이에 갈등이 존재한다. 기본적으로 북한은 물질적 인센티브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해외 투자자의 경우 간식이나 부식물 등의 물질적 인센티브가 생산성 향상에 중요하다는 점에서 다양하게 시도한다. 임금은 생산성 향상을 위한 인센티브 구실을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기 때문이다. 임금을 북한당국과 협의해서 정하는 데다 정해진 임금을 달러로 지급하면, 북한당국이 노동자들에게 북한 원화로 지급하기 때문이다. 임금협상을 개별 노동자와 협의해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북한당국과 협의 결정하기에 인센티브로서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임금협상은 합영기업의 외국측 투자자에게도 중요하다. 임금이 어떻게 결정되는가 하는 데 따라 합영기업의 수익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 당국은 임금을 높이기 위해, 해외쪽 투자자는 임금을 낮추기 위해 노력한다. 하지만 개별적인 인센티브는 북한 당국이 부정적으로 생각한다. 이렇게 북한측이 인센티브에 대해 부정적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해외 투자자들은 생필품 추가지급과 같은 우회적 방식의 인센티브 제공을 통해 생산성 향상을 꾀한다. 이런 현물 인센티브는 여러 합영회사에서 많이 활용하는 방식이 됐다.

‘만리마속도창조운동’, 중장기적 효과 기대하기 어려워

정리하면, 현재 북한에서 생산에 대한 통제와 인센티브 실태는 기업 유형별로 상이하다. 그러나 공통된 특징은 국가의 통제와 열악한 인센티브이다. 중앙기업의 경우, 당 주도 감독, 통제권을 강화하는 추세이며, 주요 인센티브는 배급과 함께 뇌물을 받을 수 있는 간부직위이다. 지방기업의 경우, 김정은 시대 증대한 사회적 과제(노력동원 등 국가과제)를 중심으로 노동자 통제가 이루어지기에 인센티브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노력동원은 없으나 노무관리 중심으로 통제되는 합영기업의 경우, 운영 주체 간에 노동자 인센티브로 갈등하는 양상이다.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의 현장인 북한의 일반 기업들은 이미 당 주도의 사상통제 및 노력동원이 일상화된 상황이다. 인센티브 역시 일부 수익률 높은 기업의 노동자나 간부들에게나 유의미하다. 생산증대의 물질적 동력을 찾기 어렵다. 이 상황에서 김정은 정권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다시, 사상 우선으로’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북한 주민과 경제 행위자들은 ‘천리마 시대’의 그들이 아니다. 만리마속도창조운동이 ‘몰아치기식’ 지도와 통제로 일시적 성과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사상통제의 중장기적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워 보인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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