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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자의 ‘북한 읽기’] 최근 북한주민의 휴가와 여가 생활

협동농장 공식 휴일은 월 3日… 개인적으로 별도 휴가받아 ‘비공식 경제 활동’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본격적인 여름 휴가철이다. 우리보다 자유롭지 않으나 북한주민들도 나름의 휴가와 여가생활을 즐긴다. 특히 김정은 시대 들어 공식뿐 아니라 비공식 영역에서 다양한 유흥시설이 갖추어지며, 북한주민들 사이에도 여가생활이란 개념이 자리 잡기 시작했다. 여가(餘暇) 생활은 직장이나 학업 등 집단생활의 스트레스를 해소하면서 휴식과 취미생활 등으로 재충전을 하는 활동이다. 개인의 자유와 취미를 즐기는 시간으로, 당과 국가가 관리하는 공식생활 중심인 북한사회에서 여가는 비공식 활동이라 볼 수 있다. 한국에 비해 자유로운 개인생활과 이동이 어려운 북한 주민들도 여가생활이나 취미를 즐길 수 있을까? 인간이 노동능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휴식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기 때문에 북한주민들로 여가생활을 한다. 그렇다면 북한주민들은 휴가와 여가를 언제, 어떻게 활용할까? 북한주민들이 선호하는 여가생활은 어떤 것이며 세대별, 계층별, 지역별로 어떠한 차이가 있을까? 이에 대해 살펴보자.

  • 김일성 주석의 107주년 생일인 4월 15일 북한 각 지역에서는 기념행사가 펼쳐졌다. 조선중앙TV는 이날 북한 주민들이 평양 금수산태양궁전 광장을 찾은 모습을 방영했다. 연합
북한의 명절과 여가활동

공식적으로 북한주민들이 여가를 즐길 수 있는 때는 크게 명절과 휴일이 있다. 북한주민들에게 명절은 국경일과 기념일 등 국가명절과 전통 민속명절 등을 포함한다. 국가명절은 국가 사회적으로 경축하는 사회주의 명절이고, 민속명절은 북한체제수립 이전부터 있었던 전통적 풍습에 따른 명절이다. 그 외 집단별 국가기념일로 여성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부녀절(3.8)과 김정은 정권 집권 후 새로이 지정된 어머니날(11.16), 그리고 노동자 대상의 국제근로자절(5.1), 저학년 학생 대상의 조선소년단 설립일(6.6)이 있다. 대표적 국가명절은 김정일 생일(2.16), 김일성 생일(4.15), 인민군 창건일(4.25), 국제노동절(5.1), 정전협정 체결일(7.27), 해방기념일(8.15), 정권수립일(9.9), 노동당창건일(10.10) 등이다. 민속명절은 양력설(1.1), 음력설(음력 1.1), 청명절(4.5), 추석(음력 8.15)이 있다.

집단주의체제로 국가를 중시하는 북한에서는 국가명절을 민속명절보다 더 중시한다. 국가명절에는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배급이 지급되기에 더 중요하게 취급된다. 특히 최고지도자인 수령을 중시하는 북한에서 최고명절은 태양절이라 불리는 김일성 생일 및 광명성절이라 불리는 김정일 생일이다. 북한주민들은 국가명절의 경우 직장이나 학급 단위별로 기념 행사에 참석하거나 가까운 김일성과 김정일 동상 또는 주체탑 등에 찾아간다. 집단적 국가기념일이니만큼 함께 묵념과 헌화를 한 후 개인생활을 즐긴다. 대개 김일성-김정일 동상이나 주체탑이 있는 곳은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따라서 행사나 기념 후 동료나 친구들과 함께 공원에서 자유시간을 즐기곤 한다. 한편, 민속명절의 경우 가족들과 함께 즐긴다. 대개 북한주민들은 전통 민속명절에 송편을 해먹으며, 조상의 산소에 찾아가 간소한 차례를 지내거나 인근의 친척이나 친구집을 방문하곤 한다.

북한 직장인의 휴가와 여가생활의 어려움

직장생활에서의 휴가제도는 한국과 차이가 크다. 무엇보다 북한은 직종 및 지역을 구분하여 휴일을 달리하고 있다. 북한에서 생산직 노동자들은 지역에 따라 휴일을 달리한다. 예를 들면 평양은 일요일, 함경북도는 수요일, 함경남도는 목요일, 평안북도는 화요일, 강원도는 금요일을 휴일로 지정하고 있다. 협동농장의 경우는 매월 1일, 11일, 21일 등 10일에 하루씩이 공식 휴일이다. 한국에 비해 노동자, 농민, 사무원들의 공식 휴가가 적다. 북한의 <사회주의노동법>에 따르면, 일반노동자와 사무원 대상 정기휴가는 연간 14일, 지하 및 유해직 근로자 대상 보충적 휴가는 정기휴가 14일 외에 7~21일, 임산부의 산전산후 휴가는 산전 60일, 산후 180일로 도합 240일, 부득이한 특수사정이 있는 자들을 대상으로 한 임시휴가가 있다.

그러나 최근 북한 직장인들은 노력동원 및 목표달성 집중노동, 그리고 검열 시기가 아니면 개인적 용무로 휴가 신청을 많이 하고 있다. 원료와 전력 부족 등으로 북한 공장의 가동률이 낮기 때문에, 상사에게 사정을 이야기하거나 진료소에서 발급받은 진찰내역을 제출하면 어렵지 않게 휴가를 낼 수 있다. 문제는 휴가가 휴식이나 여가생활로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는 점이다. 1990년대 중반 북한의 ‘고난의 행군’ 이후 북한주민, 특히 가족을 꾸려가야 하는 부모세대들 대부분은 직장생활 외에 장사 등 부업을 해야 먹고 살 수 있다. 직장단위 식량배급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먹고 살기 위해서는 공식적 직장생활 외에 일당식 아르바이트라도 ‘비공식 경제생활’을 해야 하는 보통의 북한 부모세대들에게 특별한 여가생활을 즐기기는 쉽지 않다.

김정은 집권 후 여가생활 인프라 확장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사회에 시장화와 정보화가 진전되고 북한주민들의 생활수준이 높아지면서 김정일 시대에 비해 여가생활이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북한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각종 위락시설과 유희시설을 건설하면서 북한의 여가생활이 변하고 있다. 대표적 유흥시설로 평양만경대유희장, 능라인민유원지, 미림승마구락부, 문수물놀이장, 마식령스키장 등이 있으며, 북한 전 지역에 공원, 물놀이장, 위락시설 등을 증축 및 건설하고 있다. 또한 북한당국이 주민들의 소비생활을 촉진하면서 대도시를 중심으로 여가생활이 확장되고 있다.

김정은 정권 집권 후 각종 유흥시설에 대한 집중투자로 국가놀이 시설이 발전하고, 돈주(북한의 신흥부유층)들이 투자한 개인 사설 서비스센터 활동이 왕성해졌다. 특히 김정은 정권이 ‘인민중시’뿐 아니라 ‘청년중시’ 정책을 강조하며 김정일 시대보다 청년들의 데이터 양상이 다양해졌다. 청년세대는 기성세대보다 유행에 민감하고 개인들의 자유로운 행동을 추구하는 특징이 있다. 무엇보다 이성적 호기심이 왕성한 시기로 청년세대들의 여가생활은 기성세대보다 다양하게 드러난다. 이러한 변화를 중심으로 최근 북한주민들의 여가생활을 살펴보자.

시장화 및 정보화 진전과 함께 여가생활의 다양화

북한의 시장경제 발전과 함께 각종 개인 서비스업이 발전하면서, 북한주민들의 여가생활이 다양해졌다. 구체적으로 해외 영화 관람, 수영장, 노래방, 목욕탕, 당구장, 볼링장, 스케이트장 등이다. 평양에서 유행하는 목욕탕의 경우, 한국의 사우나 시설과 비슷하다. 입장료는 1인당 3~4불 수준이며, 초음파 마사지나 다양한 한증막 시설이 갖추어져 있다. 특히 커플 목욕탕이 인상적인데 돈을 좀 더 주면 커플만이 즐길 수 있도록 공간을 마련해 준다고 한다.

김정은 시대를 전후하여 시장화 진전과 개인들이 운영하는 상업 및 서비스 업소가 증대한 것이 주요 원인이다. 특히 평양과 신의주, 혜산 등 대도시에 다양한 유흥장들이 생겨났다. 북한 청년세대들은 ‘문수물놀이장’처럼 국가에서 하는 것보다는, 개인들이 하는 물놀이장이 더 멋있고 비용도 큰 차이가 없기 때문에 개인 시설을 선호한다.

빈부격차로 계층별 차이가 벌어진 여가생활

북한의 시장화와 함께 빈부격차가 심화되면서, 부의 규모나 권력 수준에 따라, 상류, 중류, 하류 층 간 여가생활 격차가 상당히 커졌다. 북한 사회의 경제적 양극화가 계층별 여가생활에 영향을 미친 것이다. 상류층은 외화식당이나 외화상점, 노래방을 넘어서 ‘개인투자 서비스센터’(북한식 종합 유흥몰)에서 수영, 당구, 볼링, 스케이트, 파친코, 탁구 등을 즐긴다.

중류층들도 도시에 많이 생긴 물놀이장이나 목욕탕, 노래방, 국제영화관 등을 찾는다. 중류층은 특히 가까운 이들과 함께 돈을 모아 할 수 있는 유흥을 즐긴다. 하류층에서는 전통적으로 즐기던 강가나 공원 산책과 식사, 국립극장 등에서의 영화 관람 등이 지속된다. 그러나 하류층이라도 평양 등 대도시에 거주하는 젊은이들의 경우, 가끔씩 수영장이나 목욕탕에서의 연애, 2커플 이상이 모여서 카드놀이(주패) 등을 하여 돈을 모아, 노래방이나 당구, 볼링 등도 즐긴다.

도시-농촌 및 평양-지역 간 차이

도시일지라도 혜산이나 신의주에 비해 각종 유흥시설이나 서비스업이 집중적으로 발달한 평양의 경우, 여가생활을 즐길 장소가 매우 다양하고 그 모습도 자유로워졌다. 반면 농촌의 경우 서비스업 수준이 낮고 이용자들도 별로 없다. 따라서 농촌 젊은이들은 도시나 해외로 나가 자유로운 데이트를 해 보고 싶은 열망이 상당히 크다.

특히 김정은 시대 도시-농촌 및 평양-지역 간 각종 유흥시설 건설의 차이가 커짐에 따라 휴가 및 여가생활의 격차도 커졌다. 김정은 시대 시장경제가 확장되며 도시 중심의 건설업이 발전하였고, 김정은 정권이 평양과 대도시 중심 각종 건설사업 및 위락-유흥시설 건설 활성화 정책을 실시했기 때문이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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