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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경제성장 이룬 국가들이 개도국 특혜 누려"

핵심 타깃은 중국…"한국 농업 영향 없을 듯"
일본이 한국에 대한 수출 규제 공세를 취하고 있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의 ‘개발도상국’ 지위를 문제 삼아 우리 통상 분야에 또다른 위협이 되고 있다. 중국에 대한 통상압박을 위한 수단으로 이를 거론했다는 게 중론이지만 만에 하나 현실화될 때는 타격이 매우 클 것으로 우려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일단 실제로 현실화될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트럼프, ‘중국’ 비롯해 한국 등 ‘개도국 제외’

지난달 26일(현지시각) 트럼프 대통령은 경제 성장을 이룩한 국가들이 WTO에서 개발도상국 지위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도록 대책을 마련하라고 미 무역대표부(USTR)에 문서로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앞으로 90일 이내에 WTO의 개발도상국 지위 개혁에 진전이 없으면 미국이 독자적으로 개발도상국에 대한 대우를 중단할 것이라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WTO 회원국 중 거의 3분의 2가 스스로를 개도국으로 지정해 특혜를 받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브루나이, 홍콩, 쿠웨이트, 마카오, 카타르, 싱가포르, 아랍에미리트연합(UAE) 등 구매력 평가기준 1인당 국내총생산(GDP) 상위 10위권에 속한 7개국이 개도국이라고 주장한다고 지적했다.

또 멕시코와 한국, 터키가 주요 20개국(G20) 및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인데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급속한 경제성장을 이룬 대표 국가로 ‘중국’을 꼽았다. 중국이 미국 다음으로 국내총생산 세계 2위이고, 전 세계 수출의 13%를 차지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엎친 데 덮친 韓… ‘개도국 제외’ 현실화되면 농산물 직격탄

우리나라가 개도국 지위를 잃을 경우 가장 피해를 볼 분야는 농산물이다. 한국은 1996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 당시 쌀 등 농업 분야에서만 예외적으로 개도국 지위를 유지하기로 합의했다.

한국이 개도국 지위를 잃게 된다면 우선 관세를 개도국보다 더 많이 낮춰야 한다. ‘쌀’은 공급 과잉임에도 농민 반발, 식량 안보 등 이유로 수입쌀엔 높은 관세를 매기고, 쌀 농가엔 보조금을 준다. 1994년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 ‘예외 없는 관세화’ 원칙을 채택했지만 한국은 1995~2014년 쌀 관세화를 유예했다. 2015년부터 매년 40만9000t의 쌀을 의무 수입하는 대신 높은 관세율(513%)을 적용해 왔다. 2001년부터 진행된 WTO 도하개발어젠다(DDA) 협상에서 쌀을 개도국 특별품목으로 인정받아 513%의 관세를 매겨왔다. 2008년 DDA 농업협상 의장이 내놓은 수정안에 따르면 한국이 선진국이 될 경우, 쌀을 ‘민감 품목’으로 보호하더라도 관세율을 393%로 낮춰야 한다. 일반품목이라면 154%의 관세를 부과해야 한다. 대부분 쌀 직불금으로 쓰는 1조4900억원 규모 농업보조금 총액(AMS)도 선진국으로 바뀔 경우 8195억원으로 한도가 반으로 줄어든다.

다른 필수 작물도 타격이 있을 수 있다. 현재 수입산 마늘은 360%, 인삼(홍삼)은 754.3%, 양파는 135%, 대추는 611.5%의 관세를 부과한다. 선진국 의무를 이행하면 마늘 276%, 인삼 578%, 양파 104%(각각 민감품목 기준)로 관세 장벽을 낮춰야 한다.

농민 ‘걱정’…정부·전문가 ‘우려 없어’

한국의 WTO개도국 제외 논란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WTO 출범 6년 뒤인 2001년 도하개발아젠다(DDA)가 출범한 이래 줄곧 거론돼 온 사안이다. 다만 DDA협상은 개도국들의 강력한 반발로 논의가 제대로 이뤄진 적이 없다.

그렇지만 농민들 입장에선 걱정이 앞선다.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한농연)은 최근 성명을 냈다. 이들은 “만에 하나 개도국 지위를 상실할 경우 국내 농업 보조 정책에 큰 제약이 걸릴 것”이라며 “그에 따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촉구했다.

최범진 한농연 대외협력팀장은 “개도국 지위를 상실하면 쌀 변동 직불금을 비롯해 쌀 생산 조정제 등 각종 직불 예산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현행 직불제도를 생산이나 가격과 무관한 형태로 개편, 예산을 대폭 확충해 개도국 지위 여부와 무관한 농업 지원 방안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부는 농민들의 피해가 당장은 없을 것이라고 밝혔다. 농림축산식품부는 개도국 지위 여부와 관계없이 농업보조금은 당분간 유지된다고 못 박았다. 또한 앞으로도 농업분야를 포함한 WTO DDA협상의 재개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농림부 관계자는 “쌀 저율관세 등 여러 사항은 (양자협상인)FTA가 아닌 (다자협상인)WTO 차원에서 확정된 내용”이라며 “현재 적용되고 있는 농산물 관세나 보조금은 차기 농업협상 타결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10년가량 사실상 중단된 농업협상은 선진국과 개도국 간 입장차 등으로 인해 앞으로도 의미 있는 논의와 성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의 전망도 이와 비슷하다. 곽노성 동국대 국제통상학과 교수는 한국의 개도국 제외 시 미국 또한 예상되는 피해가 커 현실화되긴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트럼프의 발언은 중국을 겨냥했으나, WTO 준칙 등에 기인하다 보니 한국이 끌려간 듯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한국은 쌀을 제외한 3대 곡물(밀, 콩, 옥수수) 90%를 수입에 의존 중인데, 특히 많은 물량을 미국에서 수입하므로 트럼프가 한국 농업에 영향을 주는 결정을 하긴 어려울 것”이라고 관측했다.

이종혜 기자 hey33@hankooki.com

주현웅 기자 chesco12@hankook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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