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바, 국제 협상카드 ‘관광자원’에 국한... 북한 ‘핵무력 완성’으로 국제적 몸값 높여

남북관계 개선과 북핵이슈의 숨가쁜 전개 속에서 북한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이에 ‘박영자의 북한읽기’를 통해 북한사회의 다양한 모습을 분야별로 살펴보고, 변화의 양상을 짚어보는 자리를 마련한다. [편집자 주]

최근 북한의 반미(反美) 약소국 외교가 활발히 전개되는 상황이다. 또한 중국과 러시아가 트럼프 행정부의 미국 ‘국가이익 고도화 외교’에 맞서 연대를 강화하며 국제사회에 힘을 규합하고 있다. 이 상황에서 최근 북한은 <노동신문>을 통해 연일 국제정세분석에 공을 들이며 약소국 연대를 중시하고 있다. 이러한 북한의 행보를 중시하는 필자는 지난 호에 이어 대미(對美) 약소국 외교의 중요한 동반자인 쿠바의 최근 주요 정세를 살펴보고 북한과의 동질성과 차이를 다룬다.

북한이 지난달 31일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지도 하에 '신형 대구경조종방사포 시험사격'을 했다고 조선중앙TV가 1일 보도했다. 사진은 이날 중앙TV가 공개한 것으로 김정은 위원장이 시험사격을 참관하고 있다. 연합

2018년 쿠바 정권의 세대교체

2018년 4월 18일 쿠바의 새세대 국가 원수로 ‘미겔 마리오 디아스카넬(이하 디아스카넬)’이 쿠바 의회인 ‘전국인민권력회의’에서 국가평의회 의장(이하 의장)으로 선출되었다. 혁명세대인 형 피델 카스트로(1976~2008.2. 의장)가 2006년 이후 건강악화로 활동하지 못하다 사망(2016.11.25.)하였고, 금번 동생 라울 카스트로(2008~2018.4월 의장)가 퇴진함에 따라, 라울 카스트로 시대부터 추진되던 쿠바 권력구조의 세대교체가 현실화되었다. 디아스카넬(58세)은 혁명 후 세대로 1993년 공산당 입당, 2003년 당시 43세로 최연소 공산당 중앙정치국 위원, 2009년 고등교육부 장관, 2013년 5명으로 구성된 국가평의회 부의장 겸 수석부의장으로 선출되었다. 그는 라울의 차기 후계자로 주목되다 예상대로 2018년 4월 18일 쿠바 국가평의회 새 의장으로 단독 추대되어 선출되었다. 디아스카넬은 라울 측근으로 후계자 수업을 받은 개방적이고 실용주의적 성향으로 개혁개방 기조는 이어나가고 있다.

정치외교적 불안정

그러나 불안정한 권력기반, 부패한 군부주도 경제, 민생경제난, 대미관계 악화 등의 총체적 문제에 직면해 있다. 디아스카넬이 대내외 국가 원수 역할을 하는 국가기구 최고지도자 지위는 부여받았으나, 체제 정당성을 상징하는 공산당 총서기는 2021년까지 라울이 수행하기에 라울이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높다. 또한 주요 국가 산업을 장악하고 거대 기업가 역할을 하는 군부산업연합(Union of Military Industries) 등 국가 자원 및 렌트 독점권 역시 라울의 영향력 하에 있다. 쿠바의 경제성장률은 우방국이자 원유 공급처인 베네수엘라 경제난의 영향으로 2016년 ­0.9%에서 2017년 관광업이 호전되어 1.6%로 반등했으나 여전히 낮은 수준이다. 특히 농업침체기를 맞으며 식품의 60~70%를 수입으로 충당하고 있는 상황이다. 무엇보다 트럼프 집권 후 미국과의 관계 경색으로 2017년 미국인들의 쿠바 개인 여행 제한 및 쿠바 군부와 거래하는 미국 기업 제재조치로 주 수입원이던 관광 수익률 저하 및 연관 산업의 불경기가 지속되고 있다. 또한 쿠바에서 미국 외교관들이 음파공격 탓에 괴질을 앓는다며 쿠바 아바나 주재 대사관 인력 60%를 축소했고, 미국주재 쿠바 외교관 15명도 추방했다.

쿠바당국의 개혁개방 통제 및 사회적 변화 욕구

이러한 상황에서 쿠바당국의 개혁개방 속도 통제 및 쿠바 청년들의 개방 가속화 요구, 그리고 주민들의 민생문제 해결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다. 2016년까지 중소규모 사기업, 개인식당, 관광산업과 연계된 시장경제 활동 등을 허용하다가, 2017년 8월부터 탈세(脫稅) 우려 및 개방으로 사회 불평등이 심화될 수 있다며 숙박과 식당 업종 허가증 발급 중단과 기업 확장 규제 조치를 실시하고 있다. 한편, 라울시대 개혁개방 정책 및 관광업 발전 등으로 해외문물과 정보 등이 급격히 쿠바 도시 청년들에게 유입되며, ‘돈의 맛’ 및 ‘자유의 맛’을 알게 된 쿠바 청년들의 개방 요구가 증대하고 있다. 인구 1150만 쿠바에 휴대폰이 500만대 이상 보급되었고, 인구의 약 50% 이상이 휴대폰과 인터넷에 접근할 수 있다. 경기침체 속에서 월평균 30달러 수준의 평균 급여를 받으며, 국가배급도 극빈층과 노인 외에는 의미가 없는 상황에서, 쿠바 주민의 생활수준 향상 욕구가 증대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선출된 디아스카넬 의장은 남미지역으로부터 비동맹 외교(반미 약소국 연대 외교)를 활발히 전개하고 국내적으론 경제사회 문제 논의를 시작했다. 그러나 열악한 국가재정 문제 및 구조화된 부패 문제에 대한 과감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대외적 환경이 쿠바 내부 경제사회적 환경을 악화시키기 때문이다. 따라서 2018년 취임이후 그는 2019년 현재까지 대외환경을 개선하기 위한 비동맹 외교에 집중하고 있다.

김정은 체제와의 7대 동질성

위와 같은 최근 쿠바 상황을 북한과 비교할 때 다음과 같은 동질성은 확인할 수 있다. 첫째, 최고지도자 세대교체 및 실용주의 리더십이다. 둘째, 국가의 통제경제와 시장경제가 결합되어 작동하는 하이브리드 경제 및 부패의 정치시스템화이다. 셋째, 정치권력이 국가의 자연자원, 노동력, 각종 인허가권 및 무역권 등 지대(rent)를 통해 신흥부유층들을 흡수하면서 ‘권력과 부의 공생’ 관계 속에서 체제를 지탱하는 구조이다. 넷째, 사회주의 유일사상 체제 정당성 지속 및 시민사회 미성숙이다. 다섯째, 불평등과 계층 격차 심화, 세대차이 심화이다. 여섯째, 국내 화폐경제와 해외 화폐경제의 양극화 및 정보화 진전이다. 마지막으로 미국주도 경제제재 및 반미 비동맹 외교 강화이다. 이러한 정치경제 구조적 동질성에서 불구하고 다양한 차이점들이 발견된다.

권력구조 및 국가능력의 차이

권력구조 측면에서, 쿠바의 경우, 경제 개혁과 개방의 직접적 수혜가 군부에게 독점적으로 돌아가는 구조이다. 반면, 당주도 유일영도체제인 북한의 경우, 군부가 개혁-개방의 직접적 수혜자가 아니라 독재자의 통치자금을 관장하는 당기관 및 세관을 중심으로 무역관련 업무를 관장하는 정보기관(국가보위부)이 그 직접적 수혜자이다. 특히 북한 권력구조의 핵심은 절대 권력자 김정은과 김정은 정권을 수호하는 유일당이다. 국가능력을 결정하는 대내 자원 추출 및 ‘핵 고도화’로 드러난 대외 협상력 차이를 살펴보자. 북한은 ‘자립경제’, ‘자력갱생’ 정책으로 내부 자원을 추출하는 측면에서 쿠바보다 높은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또한 2017년 9월 6차 북핵실험 이후 ‘핵무력 보유를 기정사실화’하면서 ‘한반도 비핵화’ → ‘전세계 비핵화’ 논리로 미국-중국-한국-일본에 대해 몸값을 높이는 상황이다. 반면 쿠바는 국제적 지원을 위한 협상카드가 관광자원 등으로 북한에 비해 한정적이다.

인접국 영향 및 민족문제의 차이

쿠바 정치경제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인접국가는 미국과 베네수엘라 등 남미지역 반미 비동맹 국가이다. 북한의 경우는 중국과 한국이 있다. 쿠바는 미국의 자유주의 시장경제 시스템에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받고, 북한은 중국경제의 직접적 영향력과 한국의 간접적 영향력 하에 있다. 미중 패권경쟁 하에서 경제성장을 지속하고자 하는 중국에게, 북한은 여전히 유의미한 동맹국이며 안고 가야 하는 이웃이다. 또한 중국은 북한이 자신의 개혁개방 모델인 하이브리드 경제시스템을 안정적으로 구축하기를 원하며 이를 지원할 역량을 갖추고 있다. 민족문제의 차이를 보자. 쿠바는 흑인과 백인 혼혈의 물라토 약 50% 이상, 백인 40% 정도, 흑인 약 10% 정도로 다양한 인종이 혼합된 다인종 국가로 집단 간 갈등구조가 복잡하다. 이러한 인종적 갈등이 정권의 통치에 따른 사회갈등을 순치(順治)하는 작용을 한다. 반면 북한의 경우, 상대적으로 혈통적 순수성이 있는 단일 인종으로 구성되어 민족주의 또는 집단주의 정서가 강하다. 또한 ‘하나의 민족이자 동시에 적’인 남한과 경쟁하면서도 각 체제에 이로운 방향에서 협력이 가능한 라이벌이 존재한다.

종교 문화적 차이

쿠바의 경우 인구의 약 85%가 가톨릭이며 약 10% 정도가 개신교이다. 압도적 기독교 국가로 현실 세계의 물질적 욕구나 갈등 또는 대립보다는, 사후 세계를 중시하는 가톨릭 주류 기독교 문화가 팽배하다. 또한 자연환경이 좋고 따뜻한 해안 남미지역으로 자유롭고 낭만적인 삶을 즐기려는 남미의 문화가 지배적이다. 따라서 상대적으로 일상생활에 여유가 문화적 전통적으로 자리 잡고 있다. 한편 북한의 경우, 절대 권력자인 수령이 신과 같은 존재이며 조선노동당이 교회 조직과 유사한 역할을 한다. 수령을 정점으로 한 주체사상 및 유일영도체계 10대 원칙이 기독교의 교리처럼 작동하는 사회이다. 2019년 현재까지 북한은 당-국가기구-군대 모든 권력의 정점에서 절대 권력을 행사하는 3대 세습의 ‘살아있는 신’이 현실세계의 갈등 또는 대립을 부추기며, 절대적 복종과 충성을 요구하는 이데올로기가 종교 문화적 요소로 작동한다.

● 박영자 통일연구원 연구위원

2004년 성균관대학교에서 정치학 박사 학위를 받고, 숙명여대, 성균관대, 이화여대 등에서 강의를 하며 북한 체제를 연구했다. 현재 국책연구기관인 통일연구원 북한연구실 연구위원으로 있으며 통일부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등의 자문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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